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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여행지에서 보낸 편지나 엽서를 받는 일처럼 반갑고 설레는 일도 드뭅니다. 짧은 인사말에도 많은 사연이 연상되고, 조금씩 흔들린 글씨체를 보면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엽서를 쓰는 모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되고, 그림엽서 전면에 펼쳐진 풍경속에 보낸이의 모습이 보일세라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낯선곳에서 지인이 느끼고 있을 흥분을 함께 느끼곤 하는 것입니다.
윤대녕의 산문은 마치 그런 편지나 엽서처럼 묘한 설레임을 주는 글입니다. 자분자분한 말투도 그렇고, 아름다운 문장도 그렇고, 낚시한 물고기를 회뜨는 모습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감수성도 그렇구요. 과도한 감수성에 지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 시대에 그만큼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이도 드물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리고 제주도 바닷가에서 공들여 지은 뉴질랜드풍의 펜션을 발견하거나, 비오는 30번 국도에 나서는 길이면 여지없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듯 윤대녕의 글들을 떠올리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