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부르크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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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를 안가면 바보가 된다' 는 말이 있다. 반복된 공간이나 규정된 조직안에 있으면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져 사물을 보고 느끼는 여유가 메마른다. 잘 놀아야 행복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휴가를 못 가는 이웃도 있다. 다녀온 사람은 충만된 마음을 나누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더불어 살아 가는 힘이다. 휴가속에 책이 있으면 좋다.


  도시 마다 대표하는 거리가 있다. 소설은 러시아의 수도 '뻬쩨르부르그'에서 가장 호사스런 장소 '네프스끼 거리'에 대한 이 야기이다. 이곳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갖 계층과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신흥 도시 거리로, 시민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보여 주는 전람회장이기도 하다. '뻬쩨르부르그'는 유럽 문명을 급하게 수 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럽의 창'으로서  인공 도시이다. 

  이 도시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스크바와 달리 표뜨르 대제의 명령에 의해 세워진 계획 도시로 유럽 문화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계급적, 물질적 가치에만 집착하 는 범속성과 속물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구 의 앞선 물질 문명을 배우고 익혀 그 대열 에 합류하려는 현실적 욕망만이 팽배하고 있다. 계급과 서열만이 중시 되는 관료제도 하에서 명예와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끝없이 펼쳐진다. 허위와 환영의 공간인 네프스끼 거리는 수도의 부분이지 만 수도 전체,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화가 삐스까료는 몽상적 이며 소심하고 온순한 젊은이인 데 반해 그의 친구 삐로고프 중위는 허영심 많은 속물적 장교이다. 이 두 친구가 네프스키 거리의 정체를 밝혀 준다. 어느 날 저녁 무렵 화가와 중위는 네프스끼 거리를 산책하다 우연히 눈에 띈 두 미녀를 각각 쫒아간다. 이상적으로 묘사된 두 여자 가운 데 하나는 검은 머리고 다른 하나는 금발머리이다. 화가가 뒤따라간 검은 머리는 창녀였다. 

  화가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꿈속에서 나마 그가 원하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 마침내 화가는 실제로 그녀를 찾아가 청혼하지만 그녀는 웃어대며 그를 비웃는다. 절망에 빠진 화가는 자살한다. 한편 중위 삐로고프가 매혹을 느껴 뒤따라간 금발여인은 독일인 유부녀였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그녀를 정복 할 욕망을 불태운다. 어느 날 그는 남편이 부재 중일 때 금발 미녀와 춤을 추고 키스를 하려다가 돌아온 남편에게 들켜 두들겨 맞고 쫓겨난다.

  고골의 작품에선 네프스끼 거리는 영혼 부재 공간이다. 인간의 육체적 특징이나 외형적 장식물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인간적 가치나 풍모를 영혼과 정신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외적 사물에 의존한다. 결국 부분이나 사물은 인간의 신분이나 계급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이름을 획득한다 뻬쩨르부르그 문화는 인공적이며 비현실적이다. 공중에 기초없는 만들어진 도시, 이것이 초자연적 이고 환상적인 빼쩨르부르그다. 

  기존의 러시아 전통에 에서 벗어난 서구주의자들에 의해 세워진 인공 도시로 새로운 관료사회를 탄생시킨 곳이다. 환영속에 빠진 도시의 속물성은 창조성이 결여된 저열한 정신만 모방한다. 건강한 도시는 창조적인 자연을 꿈꾼다. 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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