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신사를 섬기는 소망을 가진 영국 집사의 회고록으로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 소설들 중의 하나이다. 그는 35년을 주인을 섬기는 일에 인생을 바친 집사로 자신의 아버지가 집사로 살면서 절제된 감정을 보이면서 살아온 것을 보면서 성장한 인물이다. 절제된 감정으로 평생을 주인을 위해 살았을 집사의 인생은 어떤 인생이었을까.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온 집사의 표정들이 묵묵히 흘러넘치는 소설이다.

비밀유지가 우선이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을 가진 현대인들이 떠오른다. 감정노동자들이 얼마나 주위에 많은지 무수히 보이기 시작한 소설이다. <태풍상사>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백화점 안내 직원으로 일하는 여동생의 모습에서 미소와 표정, 태도가 얼마나 인위적인 감정 노동인지 엿보게 된다. <당신이 죽였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판매 영업직에 종사하는 직원이 고객들에 대한 비밀유지가 최우선이라는 것을 상기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감정 절제와 자만심을 배제하고 복종의 자세를 가져라고 소설 주인들은 집사에게 요구한다. 그가 고수한 35년 동안의 세월을 뒤돌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이다. 주인을 향한 복종이 자부심이었던 집사는 주인의 삶이 오류가 되는 날 저택과 함께 집사도 묶음 상품처럼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지면서 자신의 가졌던 자부심이 어떤 오류였는지 깨닫게 된다. 국왕과 나라를 위해, 주인과 지배계급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영혼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주인 미국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영국 옛 주인의 스타일과 대비되기 시작하면서 집사는 자신이 세웠던 굳건한 직업관에 의심을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리타분한 생각과 유명한 가문, 속물근성이 가진 오류를 현대사회에서도 쉽게 찾아보면서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이 현존하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품이다. 자유는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품위가 무엇인지 정의된다. 진정한 품위는 투표로 의원의 자리를 앉혔다가 빼앗는 것이라고 또렷하게 명시한다. 읽고 생각하고 분별하고 자유를 찾는 품위가 무엇인지 작가는 명확하게 전달한다. 노예적 삶을 살아가는 것, 영원히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 자유가 아님을 작가는 아우성 같은 목소리로 소설에서 말한다. 민중의 고통에 늦장만 부리는 행태를 얼마나 많은 세월 한탄하였는지 기억해야 하는 시대이다. 더불어 국왕과 나라를 위해 아들이 목숨을 바친 것에 대해서도 소설을 통해서 꼬집는다. <간단후쿠>소설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은 젊은 아들과 젊은 딸들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주인의 오류적 삶에 자신의 35년이 고스란히 바쳐진 것이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야 주인이며 자유를 찾는 삶을 살아야 주인인 것이다.

집사의 삶은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소설은 말한다. 무언극과 같은 삶을 35년 동안 살아간다는 것은 자부심이 아닌 고행과 다름없는 삶이지만 그들은 자유가 없는 삶에 익숙하여 불행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다. 작가는 그러한 삶은 주체적인 삶이 아님을 명시한다. 소설의 인물과 배경은 현대사회에서 누구의 삶이며 주인으로 직시된 이들은 어떤 집단이며 인물인지 차분히 따져보는 시간으로 연결된다.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70

모세가 약속의 땅에 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헤맨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사람을 안다는 것> 인문학 책에서도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느냐고 질문한다. 노예로 제자리에서 맴도는 원형적인 삶을 살아가서는 자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사다리를 타고 자유를 찾는 삶은 스스로 노력하는 주체적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엿보게 된다.

어리석은 생각이 우리 삶의 행복에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작가는엄중한 목소리로 전한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무엇인가. 작가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면서 읽은 소설로 다시 읽어도 좋은 추천도서이다.


















어리석은 생각들이 당신 자신과 당신 몫의 행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 P365

퇴직 후의 인생이야말로 부부 생활의 황금기라고.
- P366

집사로 산다는 것은 무슨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 P70

소수의 지배자와 수억 수십만의 노예들만 존재하는 세상... 노예 상태에서는 결코 품위를 갖출 수 없습니다... 자유 시민으로 살 권리를 쟁취... 투표로 의원 나리들을 의사당에 앉혔다 빼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진정한 품위입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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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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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지혜가 전해지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다.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전하는 1부에서는 좋은 질문만이 정답을 준다는 사실과 3부에 언급되는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라는 질문, '당신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또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가?'라는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질문들이 또렷하게 와닿았던 책이다.

좋은 질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며 좋은 질문만이 정답을 준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가장 와닿는 질문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노예의 삶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여정을 시작은 하였는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선한 사람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진중해지면서 『울기엔 좀 애매한』 카툰 만화가의 자본주의에 대한 응시를 떠올리게 된다. 외면하고 무관심하지 않았던 만화가의 응시가 이 책의 질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으로 남는다.

함께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결정한다는 것도 의미심장하게 전해지는 굵직한 내용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도 이어진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일이 무엇인지도 진중하게 살펴보게 한다. 같은 공간에 같이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하는 책이다. 무관심하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현대인들에게 질문을 아낌없이 던진다.

인생의 최고점과 최저점, 전환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저자를 통해서 대답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좋은 질문은 인생을 변화시키고 후련한 기분까지 선사해 주는 멋진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이 그러하다. 툭 던져지는 질문들이 시원한 바람이 되어 나를 제대로 직시하면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발돋움이 되어준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생활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회에 살아간다는 것을 분명하다고 명명한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미지의 서울> 드라마의 사무실 사람들의 무표정함과 무관심한 태도가 떠오른다.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드라마의 장면이며 이 책 저자의 질문들을 통해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 303

대화 욕망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사회라는 것도 응시하게 된다. 좋은 관계를 어떻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지 배우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산책하면서 데이트를 하면서 즐겨 질문하는 내용들이라 매우 흥미롭게 읽어간 책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을 인지하면 현재의 고통은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인생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가. 이 능력은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안정적인 정체성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는 순간이다. 어떤 이야기의 부분인지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침묵은 어느 순간에 필요한지, 대화는 어떤 순간에 필요한지, 어떤 질문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저자를 통해서 관계의 힘과 깊이 연결되는 기쁨을 누리는 방법들을 배운 내용들이다.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297

"당신은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 도덕적인 질문 340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인생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중요한 기술 - P303

인생의 최고점과 최저점, 전환점에 대해서 이야기... 오랜만에 최고의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 P296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회에 사는 게 분명하다. - P296

여러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 P297

"당신은 자기가 약속한 대로 살아왔는가?" 도덕적인 질문 - P340

당신은 출애굽기의 여정을 시작했는가? 당신은 선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또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가?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요구 - P341

미래의 자신을 도와줄 커다란 전체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현재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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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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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거라 생각했다는 작가의 말로 시작한다. 말도 안 되는 세상을 만들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어른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그 시절 청춘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다. 하지만 어른도 별 힘이 없었다는 것을, 책망의 허망함을 깨닫는 글에 낙망하게 된다. 작가가 세상을 향해 느끼고 생각하고 죄책감과 책임감을 말하는 내용에 더 큰 책임과 죄책감을 감당해야 할 세상은 너무 잠잠하다는 생각이 가지면서 읽은 책이다.

화면 가득한 그림을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화려한 불빛 조명을 받고 있는 고층 아파트 건물과 어두운 음영으로 그려진 낮은 주택들의 모습에 청소년 아이가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홀로 감당하면서 걸어가지만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냉혹함을 이 작품으로 사실적으로 전달한 만화이다.

자신을 무한히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지만 현실적 상황은 점점 꿈과 멀어지게 만드는 세상의 문제들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부당함을 외치고 저항하지만 무력하게 좌절되는 꿈들에 고함치고 분노하지만 그들의 꿈은 공평하지도 않음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수시 접수를 만류하는 학원 선생님의 적의, 자신들의 재능이 자본의 힘에 이용되어 재력이 많은 부모를 둔 친구의 수시 입학 전형 포트폴리오로 제출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수시에 합격한 아이도 분노하는 다른 친구들의 아우성에 속상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끄러움,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만으로 따라잡지 못한 자신의 무능력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이 전개된다. 모두가 알고 자신도 아는 재능의 부족함과 재능이 뛰어난 가난한 아이를 보면서 좌절하고 고뇌하는 방황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가고 싶은 대학교는 자본가의 자녀가 편법으로 제출한 포토폴리오와 학원 선생님의 공모에 의해 합격이 결과로 말해준다. 자본이 없는 가난의 무능력에 재능은 사회적 시스템에 비참하게 무너졌음을 고발한 작품이다.

말이 되지 않는 부당함에 대항하지만 결국은 학원비를 내주는 무능력한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학원 선생님의 최책감이 고스란히 전해진 만화이다. 다른 재능있는 학생들을 수시 접수 못하게 막고 편법으로 자본가의 자녀를 입학시켜준 학원쌤은 차를 새로 출고한 장면이 등장한다. 양심도 사라졌고 죄책감은 더 멀리 사라진 한국 자본주의의 단상이 카툰 입시학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이란 거 많이 벌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 같지?

아냐... 벌면 더 벌기 위해 더 바빠져.

신분이 상승할수록 그 신분에 걸맞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은 더 늘어나거든. 그게 자본주의야.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것...... 난 이 미친 자본주의가 싫다. 87

나처럼 똑똑한 사람도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 다른 걸 볼 기회가 없었어. 대학에 가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 그냥 겁만 줘.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나에게는 학자금 대출 채무가 남았지. 129

어린 학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고 멋진 척하지만 좋은 의도로 고용되지 못한 것을 알고 임금 미지급을 불안해하는 학생이 어떻게 임금을 받는지 전해진다. 이혼한 아버지가 자신과 똑같이 닮은 아들의 대학 등록금까지도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놓치지 않으면서 친절도 서비스는 매우 만족으로 부탁한다는 말을 머뭇거림 없이 말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타인을 향한 무관심과 무책임, 자신을 향한 사랑만 존재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실상을 관찰하고 카툰으로 거침없이 드러낸 멋진 작품이다.



나처럼 똑똑한 사람도 대학에 가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 다른 걸 볼 기회가 없었어. 대학에 가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 그냥 겁만 줘.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나에게는 학자금 대출 채무가 남았지. - P129

돈이란 거 많이 벌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 같지?
아냐... 벌면 더 벌기 위해 더 바빠져.
신분이 상승할수록 그 신분에 걸맞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출은 더 늘어나거든. 그게 자본주의야.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것...... 난 이 미친 자본주의가 싫다. - P87

카툰이 뭔지도 모르는 애한테 하루 만에 어떻게 그림을 뽑아요 - P58

잘 살다가 망한 거랑 원해 가난한 거랑 뭐가 더 불쌍해요?
우리 부모님은 이혼도 했는데요!! - P51

한국 입시제도는 교육 정책이 아니라 고용정책이거든 - P130

다들 훌륭한 기계가 되었구나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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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김장성 지음, 정유정 그림 / 이야기꽃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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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하기에 좋은 계절이라 낯선 여행지를 여행하다가 생경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열심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계절이다. 가을의 무르익음과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빠르게 흘러가는 가을 풍경과 겨울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의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부지런함을 보는 계절이다.

떨어지는 낙엽들의 향연만큼이나 나비들이 춤추면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낙엽들과 바람의 움직임에 아름다운 모습도 구경하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여행길이 지금도 기억속에 자리잡는 날에 펼친 겨울 그림책을 펼친다. 겨울 나무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빛나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숙연하게 바라보게 한 시와 그림이 담긴 어른 그림책이다.

아름다운 꽃의 향연만 바라보고 꽃을 열심히 받치고 있는 잔가지들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잎이 난 가지가 뻗으려고 애쓰고 있는 가지의 끝의 움직임을 우리는 바라보지 못한다. 심지어 억센 뿌리의 단단함과 중심마저도 보지 못하고 잎과 꽃, 열매를 피우기 위해 열심히 조용히 뻗어나가던 가지의 끝과 가지의 굳건함마저도 우리는 유심히 바라보지 못한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낙엽이 지는 나무, 차가운 서리가 내리는 겨울이 되면서 꽃도 지고 잎도 떠난 열매도 떠나버린 겨울 나무를 시인은 이제서야 바라보면서 겨울 나무가 햇살에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벌레 먹은 자리와 상처 입은 상흔들, 가지를 얼마나 키워야 하는지 머뭇거렸을 시간들의 흔적들을 겨울 나무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견딘 세월들, 버티면서 살아낸 세월의 흔적들이 겨울 나무에게서 발견하면서 우리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배워야 할지, 어느 정도 일을 하여야 할지, 평생 살아도 좋을 사람이 누구인지, 자녀를 낳을지, 몇 명을 낳을지, 어디에 자리를 잡고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지속할지 수많은 선택의 연속과 머뭇거리며 결정한 것들이 지금 겨울 나무처럼 우리에게도 새겨져 있다. 때로는 벌레 먹은 상처가 남은 경험도 남겨지고 힘차게 뻗어간 가지처럼 곧게 자란 줄기와 같은 삶도 기억 속에 남는다.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는 대답을 들을 때도 있다.

대한민국의 평균보다는 다른 길을 걸었고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살아간 지난 봄, 여름, 가을이다. 이제는 겨울에 들어선 나무처럼 피어난 잎, 성장한 가지의 끝, 꽃과 열매들이 기억에 남는 겨울 나무와 같아서 새로운 2막 인생을 매일 꿈꾸며 어떻게 놀아볼까 궁리하며 살아가는 겨울 나무와 같은 모습이라 좋았던 시이다.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도전하고 즐기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차곡히 쌓아 올려진 책탑들을 바라보면서 어느 날에는 쌓인 먼지들을 닦으면서 책들을 다시 펼쳐보는 겨울나무이다. 열심히 읽고 책을 좋아하고 생각들을 페이지에 메모한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 구경한 사람들이 모두가 살림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해주고 떠날 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그분들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을 향해 기꺼이 아낌없이 칭찬하는 따스한 말과 감동에 사르르 감동을 받게 된다. 미니멀 라이프,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사는 살림이 넓은 집에서 더 돋보였던 것이다.

화이트 하우스, 넓은 집, 텔레비전도 없고 큰 냉장고도 없는 적당한 크기의 냉장고와 소담한 사이즈의 김치냉장고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질문에 흔쾌히 좋다고 대답한 계절이다. 크고 화려한 가전, 가구보다 필요한 것들만 공간에 두면서 여백을 가진 넓은 집, 작은 살림을 살고 있는 겨울나무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좌충우돌하면서 한때는 큰 살림들로 큰 집을 채웠던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작은 살림으로 큰 집을 미니멀 라이프로 살고 있다. 점점 비워지는 살림을 추구하면서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푸르던 그늘 아래 벌레 먹은 자리들

가지를 잃은 상처들

상처마다 무심한 딱정이들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머뭇거리던 시간들

견디다 견디다

살갗에 새긴

깊은 주름들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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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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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대인을 혼란에 빠뜨린 것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알려주면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어떻게 기계에게 박탈당했는지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이 혼란의 실체에게 저항하라고 온건한 목소리를 전하는 책이다.



일상에 스며든 기계의 자동화 서비스가 편리하다기보다는 불편함을 더 많이 감수하면서 생활한다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기계와 과학의 발달이 많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으면서 경영 측면에 이윤을 남기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더 많음 것이 현실이다.

자동화, 키오스크, 태블릿 주문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요리의 고급스러움과 차별성을 기계가 온전히 담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작은 화면에 음식의 풍미를 점하기에는 부족한 메뉴 선택 코너가 여전히 아쉬울 뿐이다. 인건비 절약이라는 장점에 밀려나 요리가 어떤 것인지 질문하는 순간에는 직원호출을 하게 된다. 기계는 여전히 사람의 역량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확인하고 있다. 가장 불편한 것은 자동 응답기라는 기계이다. 결국 직원과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사람이 그리운 현대사회이다. 그래서 최적의 신용카드만을 사용하게 된다.


<퍼펙트 데이즈> 영화를 최근에 보면서 주인공 중년 남자가 점심시간에 공원 벤치에서 같은 공간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는 여성을 보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표정 없는 여성의 모습은 다음에도 일관된 모습으로 그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혼자 사 중년 남자이지만 그에게 외로움이나 우울을 감지할 틈이 없었던 이유를 이 책의 연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행복은 특별함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나타나는 사소함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이 영화와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휴대폰에 눈길이 머문 사회적 현상을 사회적 유리라고 명명한다. 대화가 없고 경험이 단절되는 것이 표준화되고 있음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직관을 방해받고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문화가 더 가속화되는 분위기이다. 친구 없는 10대들이 대학가의 문화로 이어진다.

수도원 사람들의 생활에 깊게 자리 잡는 기도는 정서적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같은 옷, 같은 음식, 장식이 거의 없는 공간을 공유하면서 내면의 악마와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기다림의 미학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기도하는 시간들이 열거되는 문장에서 긴 호흡으로 그들의 기도 시간과 기도하는 마음, 기다림의 미학이 되는 기도를 다시 응집시키게 된다.

지금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들의 생활을 통해서 다시 둘러보게 한다. 매일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면의 악마와 불안을 이겨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의 내용 중의 수도원 사람들을 통해서 다시 명료해지는 경험을 쌓는다. 가벼워지고 간소해지는 삶, 진정한 가치를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가치를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는 책이다. 기계처럼 되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일깨워 준다. 잃어버린 것과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면서 진짜 삶을 놓치지 않도록 빛을 비추어준 시간이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장식이 거의 없는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이런 생활 방식이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고, 내면의 악마, 불안, 다루기 힘든 생각들과 마주하도록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활 방식은 시간에 대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촉진하고 기다림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게 한다. 158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장식이 거의 없는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이런 생활 방식이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고, 내면의 악마, 불안, 다루기 힘든 생각들과 마주하도록 만든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활 방식은 시간에 대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촉진하고 기다림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게 한다. - P158

기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서적 건강에도 중요하다. - P164

이 혼란에 저항하라 - P315

수많은 옵션을 선택하고 대기해야 하는 자동 응답 전화기 - P68

우리는 점점 더 기계처럼 되어 간다 - P213

눈을 맞추거나 미소를 지어주었던 사람들은 그녀가 못 본 척했던 사람들보다 단절된 느낌을 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 - P66

주변 사람들을 잠깐도 알은척하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에만 집중하는 것은 사회적 무관심이 아니라 사회적 유리다. 이러한 사회적 유리가 공적 공간의 표준이 되고 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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