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눈여겨 본 소설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존재와 역사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이 간 도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만의 또 다른 공간적 의미로 다가선 작품이다. 미국 남부의 노예들을 탈출시키고자 암호처럼 사용된 용어들이 소설이라는 작품성으로 시사하는 여러 의미들이 가중되어 깊은 독서로 안내해준 책이기도 하다. 묵직한 마음과 한숨, 잔혹한 인간성까지도 조명해보면서 이윤을 추구하고자 노동력을 충원하고자 노예라는 역사를 소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여자 주인공이 가족에게서 물러 받은 유산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흑인이라는 것과 노예라는 것, 자그마한 땅덩어리에 야채를 심었다는 것과 그 땅을 지키고자 할머니가 보여준 기질들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혼자 탈출한 어머니가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녀에겐 또 다른 유산이기도 하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인종 문제는 현재까지도 진행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가 작품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아기를 뺏어 간다는 건... 미래를 훔쳐 가는 것이었다. (136쪽) 노예들에겐 자식을 지킬 수 있는 권리조차도 인정되지 못했고 자식이 팔려가는 인생이 반복되면서 자식의 어머니들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었음을 호브라는 오두막집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의 어머니들을 보면서 여러 번 증명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폭행, 쉼 없는 노동, 여동생이 주인들에게 당하는 치욕들, 잔혹한 죽음들이 주는 두려움은 그들이 탈출이라는 희망으로 표현되기까지 한다. 그 탈출이라는 계획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지하 철도와 흑인들의 탈출을 위해 도운 사람들이 있었음을 작품을 통해서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인디언 사냥을 연상시키는 흑인 사냥꾼들의 여러 모습들도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인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사용된 흑인 노예들의 치열했던 그 시대를 다시금 짚어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역사 속의 사실들을 마주한다는 것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프기도 하다. 우리의 역사들도 함께 떠올려보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분명히 짚어보아야 할 것들을 떠올려보면서 읽어간 책이기도 하다. 악함이 가득한 시대의 이야기지만 그 시대에 분명히 선함을 간직하면서 도와준 백인들의 손길과 희생당한 생명들도 있었음을 함께 조명해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우리 스스로 해야 돼. 토론 이유 답변 (312쪽)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코라도 그걸 가질 수 있다는 것도. (330쪽)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서도 조목조목 떠올려보게 된다. 활자 크기가 큰 편이 아니라 눈의 피로도는 높았지만 그만큼 작품이 전하는 장면들과 감정들, 사실들까지 촘촘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인간이기에 가져야 하는 인간성이 무너진 사실들을 작품은 사실적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비인간적인 행동과 욕망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 작품을 읽는 동안 가슴 조아리며 읽어간 작품이기도 하다. 실험적으로 여성들에게 행하는 의학적인 행위들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 조각이 된다.

악마의 손가락은 길고 날렵했다.(165쪽)
죽으면 검둥이도 인간이 되었다. 그때에야 그들은 백인과 동등해졌다.(160쪽)
낙인이 찍히고, 얻어맞고, 강간당하고. 이제 그들은 여기 있었다. 그들은 자유였고 검었고 자기 운명의 조종사였다.(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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