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19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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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소설전집 19
세계사. 2017


겨울여행을 다녀온 후 읽은 책이다. 극한 날씨가 지속되니 따뜻한 차와 책을 자꾸만 펼쳐들게 되어 겨울독서하기에 딱 좋았던 책이다. 막힘없이 책장이 넘어갔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바탕 지식이 전무했기에 오히려 좋았던 느낌이다.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궁금함에 책장은 쉬어갈 수가 없었고, 늦은 겨울밤 독서는 계속 이어졌다.


작가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기억을 소환하면서 이야기는 전해진다. 이 책은 양장본이며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집안의 할아버지 이야기 등이 전개된다. 문학작품이 있기에 펼쳐지는 풍경들과 정서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갈급함 같은 대가족이 가지는 그 정서를 맛보기도 한다. 많이 낯선 시대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너무나도 정겹기만 하다.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와 터전이 된 곳의 이야기도 많은 가치를 전해주는 작품이 된다. 학교생활과 일제시대의 여러 시대적인 흐름까지도 작품을 통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작가의 어머니, 오빠, 새언니였다. 어머니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과 어머니가 가진 이중적인 모순들을 작가는 거침없이 글로써 전한다. 척박한 여인의 삶까지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어머니이다. 그 시대의 어머니가 가진 모성애는 시대적인 이념대결에 혼돈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기까지 한다. 사택에서 보내게 될 시간들을 떠올리며 땅을 흙을 매만진 어머니가 그렸을 미래의 모습은 평범한 행복이 아니었을까. 시대는 거침없이 어머니의 작은 희망까지도 세차게 휘젓는다. 이념이 가진 모순들을 이 작품은 전하기도 한다. 전쟁이 일어나도 걱정 없다는 정부의 거짓말에 시민들은 속는다. 징병을 하고자 사람들을 모았던 공산주의자들의 기획된 의도도 작품은 전한다. 그렇게 끌려가고 돌아온 오빠의 모습은 예전의 오빠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또 한번 강하게 기억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새언니가 오빠와 대화한 대화법도 기억에 남는다. 혼돈의 시대였기에 그들은 여기저기 휩쓸린 흔적들이 전해진다. 고발하고 사살당하고 즉결심판, 형무소, 사형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의 흔적들이 기록된 이야기이다. 물 장수, 배고픔, 위안부, 창씨개명 등 나라를 빼앗긴 국민들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시간은 아픈 기억들로 가득해진다. 왜 추천도서인지 공감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던 책이다. 일제시대, 6.25전쟁 시대의 혼돈을 사실적으로 전해주는 이야기이다. 작가가 기억하는 작가의 이야기인 만큼 긴밀한 호흡이 되어주었던 작품이다. 너무나도 솔직한 작가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책 중에서

빨갱이 목숨은 파리 목숨만도 못했고, 빨갱이 가족 또한 벌레나 다름없었다.

우리를 속여먹고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크고 조직적인 힘이었다.

난 하루라도 빨리 여기 살고 싶구나. 땅이 어쩌면 이렇게 거냐? 세상에 이 좋은 땅을 이대로 놀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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