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 장편소설추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해냄.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이 책은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영화화된 책이기도 하다. 문학만큼 섬세하게 전달되는 작품은 없기에 머뭇거림 없이 고른 책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지식을 전혀 가지지 않고 읽었기에 작품의 흐름은 궁금증이 점점 증폭되어 가게 한다. 눈먼 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도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백색 실명이라는 임의적인 병명도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 모두가 백색 실명을 하지만 유일한 한 사람만이 눈이 보인다는 점이다. 의사의 아내라는 그녀. 그녀가 가진 상징성들을 따라가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허구이지만 읽어가는 동안 만약이라는 가정을 많이 해보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가 작품 속의 도시 사람들처럼 눈이 멀어진다면 이 도시는 과연 어떠한 모습이 될는지 작품이 펼쳐 보여주는 도시의 구석진 공간까지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혼돈과 불안, 두려움들도 떠올려보게 된다. 더 심각한 건 공기 속에 부유하는 입자들이다. 아침마다 상쾌한 공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도시는 불쾌한 냄새들과 썩어가는 오염된 사체들과 쓰레기들, 오물들이 도시 거리와 집안 공간까지도 차지하게 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죽어버린 도시와 인간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폭력이 무언지도 작품은 여러 사건과 상황들로써 전달해준다. 정부가 보여준 폭력성, 정치인들이 대안을 선택하는 무능력함과 폭력성까지도 작품은 전해준다. 뿐만이 아니다. 수용된 백색 실명인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폭력성여러 사건들로써 만나보게 된다.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들을 작가는 보여준다. 그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의 모습들에서도 폭력을 목격하게 된다. 어느새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는 수용시설. 질서와 규칙이 필요하지만 눈이 먼 사람들에게는 그것조차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눈이 보인다는 의미가 가진 상징성을 따라가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보고 있지만 관찰하지 않는 비관찰자가 되어버린 눈이 먼 사람들은 아닌지 강하게 질문하는 작품이다. 눈이 보였던 의사의 아내가 보여준 나눔과 희생, 보살핌과 결속하고자 하는 의지들이 작품 속에 하나둘씩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삶의 고귀함과 생명이 존중되고 죽음까지도 고결하게 다루는 그녀의 손길들이 떠오르게 된다. 이와 상반되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들도 작품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대화와 그의 목소리들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차분히 정리해보게 해준다. 우리가 눈먼 자들인지, 진정 관찰하는 관찰자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폭력적인 사람들인지 말인지....

작품은 섬세하다. 한 쪽 눈이 먼 노인, 검은 색안경을 낀 여자, 눈이 먼 깡패들이 보여준 또 다른 폭력들.
비가 내릴 때 세 여인이 한 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서 있었던 발코니, 욕실에서 씻고자 하는 한 쪽 눈이 먼 노인에게 빗물을 담은 양동이를 옮기는 의사 아내의 모습들과 친절, 꼬마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어른의 모습들도 오랜 잔상이 되어준 작품이다. 성경적인 사건과 인물들도 잠시 거론되는 만큼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는 자극제가 된다. 문장부호가 없는 작품이며, 작가의 작품이 얼마나 세부적이고 치밀한 구도로 작품이 전개되는지 책으로 읽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던 작품이다.


책 중에서


우리는 두려웠고, 두려움이 늘 지혜로운 조언자 노릇을 하는 건 아니죠.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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