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월급사실주의 2024 월급사실주의
남궁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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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사실주의를 조명하는 6편의 한국소설을 담고있는 단편소설집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시작된 노동 현장이 전해지는 소설집이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인 다양한 노동 현장의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삶들이 소설로 이야기된다.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하지만 암흑과 같은 세상 속으로 한걸음 걸어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밖에서 보는 직업과 직접 경험한 노동자들의 현실은 또 다른 질감과 농도를 지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손원평 소설 『피아노』 학원강사였던 인물이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삶이 전해진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고충은 학원 강사였을 때와는 다른 질감을 지닌다. 아이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하였던 학원강사일이 공부방 운영자가 되었음을 전하면서 그녀가 겪는 경제적 고충까지도 전해진다. 가난해지는 길이 얼마나 쉬웠는지도 전해진다. 그녀가 놓쳐버린 것과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소설은 고스란히 그녀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무례함을 감지하지 못한 그녀가 놓쳐버린 것은 가난의 지름길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가난해지는 방법은 너무 쉬웠다. 42

돈은 정직하고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위선적이지 않다고 전한다.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 외로움만큼은 돈으로 채우지 못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외로움이 묻어 나오면서 기를 쓰면서 외로움을 떨치는 그녀를 엿보게 된다. 인생의 끝자락에 그녀가 자리잡는 곳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바라보게 된다. 몇 달 치 공부방 교육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부모와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피아노를 소재로 전해진다. 중고거래를 통해 먼지가 금가루로 바뀐다는 마법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단편소설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소설집이다. 긴 스토리가 아니지만 독립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작품이다. 모든 살림들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 중고거래로 정리하면서 그녀가 누리는 기쁨, 피아노 의자에 숨겨둔 돈이 이야기된다. 그녀가 가졌던 직업과 앞으로 하게 될 일은 다른 결을 지닌 직업일 것이다. 그녀가 지나온 길과 그녀가 앞으로 가야하는 노동은 현실이다. 요양원에서 사무직을 하게 될 그녀가 보게 될 것들, 경험하게 될 것들도 궁금해진다. 전통사회에 존재하지 않았던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삶과 죽음을 맞는 그들이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삶인지 죽음인지 교묘한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과 그곳의 노동자까지도 떠올린 소설이다. 손원평 작가의 소설이라 반가움에 읽은 소설이다.

정직한 건 돈이었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속내를 감추지도, 위선으로 가장하지도 않았다. 돈은 언제나 솔직한 민낯을 드러내 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 중에서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건 없었다. 43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 시대에 노동을 하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는지 질문을 하게 되는 소설들이다. 어떠한 불합리에 대처하며 생활을 하는지 인물들을 통해서 살펴보게 된다. 이정연 소설 『등대』는 판매점에서 물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판매 직원에게 누명을 씌워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억울한 노동자는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무죄로 사건이 마무리되지만 노동자는 물품 가격을 변상하고 점장에게 악담을 들으며 강제 퇴사를 당하게 된다. 퇴직금도 못 받고, 실업급여도 못 받는 상황을 경험하고 재취업하면서 다시는 타인에 의해 휘둘리고 주저앉지 않을 거라고 굳은 다짐을 한다. 노동자의 다짐만큼 재취업은 성공하였는지 전해진다. 노동자를 벼랑 끝에 몰아넣는 비열한 사회의 민낯을 노동 현장을 고발하는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가려진 사회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은 모른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집의 유용성과 정보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더 기대되는 소설집이다. 기획한 장강명 작가의 깊은 마음까지 읽을 수 있었고 동참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하나씩 빠짐없이 읽어볼 생각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며 알고 있는 만큼 마음이 말캉해질 것이다. 사라지는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억울한 사연에 연루된 노동자들이 있음을 알게 해주는 소설들이 전해지는 소설집이다. 제목이 지닌 반어법에 감탄하면서 읽은 소설들이다.



또 어처구니 없이 말려들었구나. 매니저도, 홀반장도, 심지어 K나 조리실 종업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 P88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려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작정하고 내 보내려는 게 아니라면 서리는 최대한 버틸 생각이었다. - P70

외로움만큼은 돈으로 메워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걸 알아서였다... 기를 써서 그 감정을 떨치고 막아냈다. - P44

정직한 건 돈이었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속내를 감추지도, 위선으로 가장하지도 않았다. 돈은 언제나 솔직한 민낯을 드러내 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감정 중에서 돈으로 치환되지 않는 건 없었다. - P43

먼지가 금가루로 바뀌는 마법이기도 했다. - P43

앉은 자리에서 가난해지는 방법은 너무 쉬웠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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