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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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르 몽스트르』, 『문맹』, 『어제』, 『아무튼』 책들의 저자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단편소설들을 읽으며 작품들이 쏟아낸 강하고 서늘한 기운들에 정신이 번쩍거린다. 도시의 냉정함을 작가는 응시한다. 화려한 불빛, 높은 건물들을 추앙하기보다 내면에 움추리고 있는 냉정한 도시의 진실을 소설로 전달하는 『』이라는 소설이 있다.

아이』소설도 인상적이다. 인디언 총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에게 진짜 총을 가진 아버지가 총이 아닌 팽이를 사주면서 아이가 인도 가장자리에 앉아서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어른들을 향해 지르는 말에는 폭력성이 다분하다.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며 친절한 척 한다면서 아이는 분노를 감추지를 못한다. 아이는 자신이 크면 어른들을 다 죽여 버릴 거라고 외친다. 그 아이가 낯설지가 않아서 더욱 섬뜩하고도 기괴한 기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작품이다. 사람을 죽이는 살상무기인 총을 아버지는 가지고 있는 집에서 총을 가진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고스란히 폭력성을 감추지 않는다. 결국 폭력성은 아이에게도 내제되는 정당한 폭력이며 무기가 된다. 더불어 다 죽이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도 거침없이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강하게 전해진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다르지 않는 질문이다. 총이라는 무기, 권력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삶은 폭력을 암시하는 삶을 의미하면서 아이도 거침없이 부모가 가진 총을 가지지 못한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하게 된다.

노년의 얼굴을 관찰하는 시간은 꽤 의미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자글자글한 손, 주름이 잡힌 얼굴, 희긋한 백발의 머리이지만 온유하고 느긋한 노녀의 자태는 그들의 삶의 향기를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백발을 덧칠하는 염색, 주사로 주름살을 감추는 시술보다는 나이듦의 아름다움과 성숙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살리고 살려지는 이들도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다. 이 흐름을 무시하면 안된다.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살려지는 사람이 되도록 자연을 닮은 세상이 되도록 끊임없이 무엇을 응시하고 관찰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이다.

도끼』소설에서도 아내의 손에 있는 도끼는 남편을 죽이는 살상의 무기가 된다. 왜 아내의 손에 도끼가 있어야 했는지도 살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남편이 죽어서 아주 홀가부하다는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아주 오래된 짐을 내려놓는 아내는 그동안 어떤 부부였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로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는 아주 홀가분했어요.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거든요. 아주 오래 전부터 짊어지고 있던...... 13 _도끼

폭력과 권력으로 무장하면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피로함보다는 비폭력과 무위의 삶을 살아온 그들의 삶이 더 아름답고 경이로워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고찰한다. 작가가 단편소설에 인물들을 등장시킨 이유와 사건들을 접목하게 된다. 독자들의 손에 쥔 것이 땀과 노동인지, 정의롭지 않은 폭력적인 것들인지는 자문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나의 집으로』 소설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현실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존재한 적도 없는 나의 집, 기억속에서 너무 멀리 있는 집,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집이라고 한다. 노동자로 살았던 작가가 집필한 시간과 공간들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책이다.

집이 지닌 의미와 대도시에 살아가는 빈민촌에 대해서도 이야기되는 작품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도 모르고 언제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빈민촌의 가난에 대해서도 응시한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가난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무지와 가난을 이겨내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사회적 제도의 결함도 문제이지만 자구적 노력도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소설이 응축하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들을 감지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소설들이다.




대도시의 차가운 불빛은 아름답지만 냉정했다. 그것들을 사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 P57

당신들은 거짓말하고, 친절한 척하고! 내가 크면 당신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 P50

이것이 이승인가, 저승인가? 나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거나, 있어도 기억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나만의 집으로. 사실 나의 집이란 존재한 적이 없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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