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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172
소설을 쓰는 작업, 글쓰기가 치유하는 놀라운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한다. 청소년소설을 꾸준히 흐름을 잃지 않고 읽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아직 성숙해지지 않은 혼돈의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이라는 것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어른이라고 하지만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을 사회에서 무수히 목도하게 될수록 진짜 어른은 무엇인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게 된다.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타인의 비난하기만 하고 자신의 모습, 자신의 눈빛이 어떠한 지도 모른 채 살아갈 뻔한 안율이 있다. 안율의 이야기와 아버지의 죽음, 힘겨운 날들을 보낸 안율이 어떤 혼돈의 시간을 보냈는지 전해진다. 냉정하고 무정해 보이지만 안율이 친구를 어떤 마음으로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지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안율이 우연히 만난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궁금해지면서 찾아가고 만나고 대화 나누면서 그 학생이 말해주는 대화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안율을 볼 때는 웃음이 나왔지만 율이는 그것을 무심하게 보내버리지 않는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친구에게 자신의 소설 공책을 가져다주면서 깨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친구를 위해 공책을 놓아둔다. 그리고 사라진 친구는 자신의 공책과 함께 병원에서 사라지게 된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차림, 상처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본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 친구를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사라진 친구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우편함에 놓인 자신이 쓴 소설 공책이 있다. 그 친구가 북극성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살아보기로 한 것을 알게 된다. 봄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남기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아버지가 있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를 안율은 자책하면서 성장한다. 아버지의 큰마음과 사랑을 놓쳐버린 안율은 아버지의 바람과 다르게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병명으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한다. 항상 사람들의 발을 바라본 안율이 어느새 사람들의 가슴을 보고 눈을 보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갔을 세월도 전해진다. 버티기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가도 극복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어머니이며 어른이다. 자신의 힘겨운 삶이 아들에게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지프 신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210쪽) 돌아갈 곳이 있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안율은 자신이 가진 행복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반면 쓰레기 집의 아들은 다른 상황이다. 돌아갈 집도 없고 사랑해 주는 사람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살아있었던 그 아이가 기적과도 같다.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들, 부모들도 존재한다. 자식은 그저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돌직구에 그들은 어떤 부모들이며 자식들은 어떤 사람인지도 번쩍 들어 올려놓고 살펴보게 한다. 불공평하게 자식들은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바라보며 희망을 품는 존재들이다. 헛된 기대이며 희망이라는 것을 이 작품의 재판 과정에 있는 쓰레기 집의 어머니의 눈동자가 말한다. 그녀의 눈은 텅 빈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눈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람과는 누구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트렁크> 드라마에서 아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한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텅 빈 사람과 살 수 있어요?" 눈을 바라보면 사람이 보인다. 깊은 눈을 가진 사람도 있고 슬픈 눈을 가진 사람도 있다. 텅 빈 눈을 가진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살리고 싶었던 소설이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도 학교 학생들도 모두가 알지만 무관심하였다고 작가는 고발한다.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어떤 이웃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율의 어머니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무거운 삶이 지속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며 강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율의 어머니를 보여준 소설이다. 율과 어머니가 매일 저녁 쓰레기봉투와 빗자루, 대걸레를 들고 쓰레기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들이 쓰레기 집에서 했던 청소들과 쓰레기 치우는 작업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꾸준히 기적처럼 삶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만이 아닌 꾸준히 무엇인가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의미를 가중시킨다. 오늘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달라진 눈빛을 가지게 된 율이만큼이나 무관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더 내밀하게 관조하게 하는 작품이다.
잘하거나 좋아하는 게 뭐냐면... 나 거짓말 잘해. 85
삶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극복의 연속이라고... 우리는 극복하며 살아가는 거야. 더 멋진 나를 위해.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 P206
타인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야.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마. 정말 중요한 건 너지.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네 마음을 봐. - P169
아부 뜨는 (학생들) 따개비들 같았다 - P110
무거운 것을 짊어진 엄마는 강했다. 진정으로 강한 것은 그럼에도 나아가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 P207
너는 의미있는 사람이야. 너만큼은 너 자신을 떠나지마. 네 잘못이 아니야.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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