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사냥 - 젠더 정치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12
이민주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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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탐구 시리즈 중의 신간도서이다. 김아미의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조무원의 『우리를 바꾸는 우리』에 이어서 읽은 한 권이다. 빨간 책표지에 강열하게 대비를 이루는 책 디자인만큼이나 이 책도 단단한 내용들을 응집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면서 펼치게 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김현아 류머티즘 내과 교수의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아니 에르노의 『세월』도 생각나게 하는 페미니즘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조명되고 해석된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살피면서 조롱과 혐오, 특정한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상호작용한 현상임을 설명한다. 촘촘한 논리와 증거들이 제시되어야 했던 이유부터가 조명된다. 마녀사냥은 중세 시대의 희생물이었던 여성들이다. 모냐 솔레의 『마녀』책을 통해서 알게 된 역사적 사실들부터 상기할수록 페미사냥이라는 책 내용은 예사롭지 않는 조짐이 된다.

중세 시대에 마녀로 희생된 여성들이 누구인가. 희생된 여성들에게서 무엇을 빼앗는지, 결과적으로 어떤 지배 구조를 구축했는지가 중요해진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페미사냥의 희생된 여성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빼앗고 누가 빼앗았는지, 어떤 지배 구조가 구축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문학을 통해서 많은 작가들이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해 조명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소설을 통해서 함께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는 만큼 탐구 시리즈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고 어떤 사회적 문제들이 조명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라 의미심장해진다.

근대 자본주의와 정치경제 기획이 어떤 페미사냥을 하였는지 하나씩 시간순으로 알려준다. 자본주의 체제가 부정적인 여성상을 만들어 왜 여성을 마녀로 만들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소비와 놀이의 영역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어떻게 힘을 얻었는지도 조명한다. 페미니스트를 낙인찍는 것과 감시와 검열, 폭력을 정당화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까지도 재조명한다. 앞서 언급한 책들에서 다루는 것들은 보다 나은 여성의 삶과 성평등을 향한 발걸음인 만큼 이 책에서 언급되고 조명되는 이유들을 함께 살펴볼수록 다분히 복잡한 이해관계들을 엿보게 된다.

페미사냥으로 위축된 이들이 누구이며 혐오라는 정치적 움직임에 동요되지 않는 지각도 필요해진다. 대립하는 구조로 싸우는 것이 해결이 되지 못한다. '대등하지 않은 것을 대등하게 비교하는 부당한 체계'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말에는 함축된 응어리가 전달된다.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준한 한국사회이지만 깨어있는 지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움직임들은 감지된다. 수많은 질문들을 들으면서 살아오면서 굳건하게 구축한 진실과 믿음에는 성평등이라는 올곧은 희망을 가득하게 품으면서 살아왔던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대립하고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행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 걸음 나아가고 다음 세대가 더 나아가기를 희망하게 된다. 여성을 억압하고 억누르면서 과거의 시대로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 전해진다. 조롱하지 않는 문화, 누군가를 짓밟지 않는 문화가 선진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저급한 방식으로 싸우는 문화가 아닌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나은 삶을 모색하여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싸우고 대립하며 혐오하지 않는 것이 승리이다.

페미사냥에 얽힌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책은 언급한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시장화, 온라인 환경, 반지성주의와 극우주의, 친밀성과 욕망의 정치경제가 9년 동안 뒤엉킨 사건들로 조명된다. 분명한 것은 권력 구도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긴밀한 구조에 무차별적으로 희생된 페미사냥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분명한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재미로 공격하는 온라인 사냥터를 고발하는 저자의 책이다.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존엄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것과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가 전해지는 책이다. 원한이 가득한 저자의 마음과 목소리들이 한 권을 통해서 응결되면서 희망까지도 전해진다. 정확한 인식과 진실한 용기에 대해서도 힘주어 강조된다.

무차별적인 사냥에 수많은 여성이 사라졌고 185

여성을 내쫓고 칭찬받는 개들 167


페미니즘 백래시는 페미니즘이 성취해 낸 것을 억누르고 되돌리려 한다. 24

페미는 어떻게 여자 일베가 되었는가 87



억압받는 이들... 정확한 인식과 진실한 용기 - P24

그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더 존엄하게, 즐겁게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끝끝내 이길 것이다. - P182

남을 짓밟고 조롱하고 탈락시키는 서사 - P180

무차별적인 사냥에 수많은 여성이 사라졌고 - P185

여성을 내쫓고 칭찬받는 개들 - P167

페미니즘 백래시는 페미니즘이 성취해 낸 것을 억누르고 되돌리려 한다. - P24

페미는 어떻게 여자 일베가 되었는가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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