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만 하는 인생과 멈출 줄도 아는 인생이 있다. 젊은 날은 달리는 것만이 인생인 줄 알아서 멈추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멈추는 인생을 선택한 친구를 보면서 처음으로 멈추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고 그런 선택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청소년이었기에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한없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것이 실패가 아닌 새로운 도약이라는 것을 알려준 친구의 인생이 생각난다. 세상은 달리기만 하라고 말했기에 달렸고 정해진 길로만 달렸던 우리들에게는 적잖은 놀라운 소식이었다. 사회생활도 다르지가 않다. 인생도 같은 맥락에서 돌아보게 된다. 멈추는 능력, 자발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능력, 방향도 틀고 다른 인생도 살아보는 것은 값진 경험이 되어주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샤이닝>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을 접목하는 시간은 한결 부풀어 오르게 한다. 밋밋한 삶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과 관습과 세상에 순응한 인생은 다분히 후회가 남을 것임을 알게 된다. 넓고 반듯한 길도 누군가 만든 길이며 달리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사회는 손가락으로 알려주기만 한다. 하지만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무시하지 않고 멈추며 방향을 돌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누구나 제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는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인생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말한다. 탐구하면서 사는 것이 진짜 인생이라고 큰소리로 말하는 소설이다.

작가를 알게 된 첫 소설이다. 강한 이미지로 새겨진 글귀는 다시 읽어도 가슴이 뛰는 문장이 된다. 소설가와 시인, 철학자, 예술가들의 시선은 삶의 동행자가 되어 기쁨을 주고 있다. 관찰하며 발견하는 즐겨움을 안겨준다. 이야기에서 건진 유리알들을 자주 꺼내어 볼수록 그것들은 단단하며 흠결없는 지표로 자리잡는다. <샤이닝>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이 소설을 펼치게 된다.

작가는 삶과 죽음은 한통속이라 속지 말라고 한다. 삶과 죽음을 분리시킨 것이 인간이며 죽음을 저 멀리 가져다 놓고 두려워하게 한 것도 인간이다. 삶과 죽음은 함께 인생을 하고 있음을 오늘도 느끼며 살아간다. 사랑의 시작과 미워하는 마음도 모순으로 사유하면서 수많은 모순적인 것들을 펼쳐놓게 한다.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과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다르게 납득하는 모순도 펼쳐놓으면서 한결같지 않은 속내를 불러놓는다. 수많은 모순들을 보게 한다. 소설의 이야기와 인물들에게서도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부조리를 인식할수록 혼돈이 감지되어도 삶과 죽음을 한곳에 사유하면서 관찰하는 순간도 꽤 깊어진다.

삶의 부피와 인생의 양감도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밋밋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는 깨닫게 된다. 실패인 줄 알았지만 도약이었고 멈춤인 줄 알았는데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깊은 골짜기가 어두워서 혼자 걷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생을 살아가는 기회가 되어주었음을 깨닫는 것이 인생이다.

소설에서 엄마와 쌍둥이 이모의 삶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세상의 잣대와 인간적 관점의 한계를 보게 되면서 이모의 선택은 큰 반환점을 보여준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어머니가 터득한 삶을 함께 관찰하게 된다.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바닥에 앉혀서 생각하게 하는 작가이다. 다시 읽고 사유할수록 의미가 형형해지는 작품이다.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인생은 ...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296


사람들이 진짜로 즐기는 유희는

고상한 것보다는 다분히 악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다. 13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200​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

당연하게 생각하고, ​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21​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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