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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그래픽노블로 한나 아렌트를 먼저 만나볼 수 있다. 그녀는 정치사상가이며 철학자이다. 유대인이며 여성이고 난민이었던 여러 이름들을 지닌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난간 없이 사유하기』, 『칸트의 정치철학』, 『과거와 미래사이』,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 등 저서를 남긴 인물이다.
자살한 동료의 죽음과 그가 마지막에 그녀에게 남긴 글까지도 이 책에서 소개된다. 그가 죽기 위해 가진 용기와 그녀가 죽지 않기 위해 가졌던 용기까지도 책에서는 언급된다.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유대인이라 부당하게 당한 위협과 선택의 기로에서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판단도 이야기된다. 누군가는 순응하지만 그녀는 탈출을 감행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위기의 순간에 호텔 직원과 실랑이를 하는 작전까지도 그녀는 계획한다. 세 번의 탈출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펼쳤는데 내용은 철학과 정치학이 접목하면서 그녀의 인생과 사랑과 용서, 글쓰기, 사유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 왜 그녀가 그런 책을 집필하였는지, 다음 여정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전체주의와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질병과 병 증세, 죽음까지도 설명된다. 그녀가 칸트와 로자 룩셈부르크를 동경한 이유도 들려준다. 스승이었고 연인이었던 하이데거와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하이데거의 철학과 그녀의 철학은 같은 방향을 가지지 않았고 그들이 헤어진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된다. 하이데거가 본 삶과 그녀가 바라본 인생은 다른 각도이며 이해를 지닌다. 하이데거의 던져짐이라는 철학과 죽음, 한나 아렌트의 포용과 인내, 난장판이라는 묘사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진정한 자유를 위한 난장판이라는 그녀의 사유를 이해하면서 복수성과 탄생성을 조밀하게 이해시킨다. 단일성과 우월성으로 혐오와 차별로 무시가 팽배해지는 위험을 우리는 여전히 내재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힘, 인내하는 힘이 절실해진다. 두 팔을 벌리라는 사랑과 포용을 그녀의 철학에서, 정치학에서 보게 된다. 용서도 언급하는 그녀이다. 하지만 잊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용서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지니게 하는 역사를 의미한다. 그녀의 사유는 두 팔을 벌리면서 문제점도 인식하고 파악하는 그녀를 보게 된다. 유대인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조롱과 비난도 감당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음을 알려준다. 너무나도 크고 무서운 결말과 진행을 경험한 그녀이기에 그녀가 무거운 유머를 너무 일찍 던진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수용소의 생활, 수용소에서 경험한 기억들과 사람들의 다양한 대응 모습도 전달된다.
복수성과 탄생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이 비록 소풍 같지는 않겠지만 아우슈비츠나 굴라크, is를 막으려면 인류라는 하나의 종으로서 그것을 포용하고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고. 즉, 유일한 진리나 이해를 위한 묘책 같은 건 없다. 영광스럽고 결코 끝나지 않는 난장판이 있을 뿐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를 위한 끝없는 난장판 말이다. (에필로그) 237
한나 아렌트가 난장판을 운 좋게 발견했다고 대화하는 남편의 말도 무한히 좋았다. 서로가 이해하는 대화들이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남편이 말해주는 대화도 여러 번 읽게 한다. "우린 모두 저마다의 최대 속도로 무한하고 텅 빈 소용돌이 위를 거꾸로 달려가고 있어. 발에는 여러 색상의 채색 펜이 묶여 있어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광복한 무지개가 그려지는데... 무얼 그렸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시나 펜을 단 채 거꾸로 달리고 있는) 지구상의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그린 무늬에 관해 설명을 듣는 것 뿐이야." (234쪽) 무의한 삶은 없다. 그 삶을 저마다의 최대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표현과 비유된 설명들이 멋지게 전달된다. 한나 아렌트는 '왜'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음을 들려준다. 복수성이 지배하는 공적 세상에서 철저한 사유를 가르쳐 주는 실천적 안내서라는 『정신의 삶』책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