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돌아보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러하다. 모지스 할머니는 인생을 돌아보면서 좋은 하루였다고 회상한다. 화창한 날만 인생을 수놓는 것은 아니기에 삶의 역경도 떠올리면서 최선을 다했던 순간까지도 이야기해준다.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주저앉은 적이 없었다. 머뭇거리다가 인생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세월을 낭비하였다면 얼마나 후회로 가득할지도 생각하게 된다. 곧은 길만 인생이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좁고 비탈진 길이 나와도 이겨낸 인생이 회상된다.
모지스 할머니 책은 친근해진다. 편안하게 담요 한 장 챙겨서 듣고 싶은 글이며 그림들이다. 월요일과 화요일, 수요일과 목요일. 금요일과 토요일,일요일의 일들을 차분히 들려준다. 특별하지 않지만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후폭풍의 여파가 엄청난 먹고 사는 일들이라 의미가 크게 자리잡는다. 사소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여자가 하는 집안일이 얼마나 중대한 업무인지 제대로 직시하게 된다.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던 날들이 있다. 식구들은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았고 복강경 수술 후 가족들을 살려준 밑반찬들이 고마웠다. 국요리까지도 도움을 받아야 했을만큼 복강경 수술의 회복기간은 길었다. 다시 주방으로 복귀하기까지 한달이 걸렸다. 칼을 사용하기까지 한달이 걸렸는데 복부 수술이라 칼질하는데 배에 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경험하며 알게 되었다.
살림의 가치는 엄청나다. 빈자리를 채워준 식구와 모지스 할머니의 일상들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반찬 가게, 세탁소, 코인 빨래방, 청소 도우미, 베이비시트, 등하교 도우미 등 살림과 양육의 손길은 일자리와 소득으로 산출되는 세상이다. '삶은 우리가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라는 글귀를 깊게 부여잡는 순간이 된다.
그림은 취미 활동이었다고 전해진다. '재능이 무엇인지 힘쓰면서 살라'고 강조한다. 자신을 깊게 살펴보면서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된다. 재능은 자기가 발견해야 한다. 자기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되어서도, 삶을 낭비해서도 안된다. 분명히 주어진 재능이 모두에게 있다.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즐거움으로 인생을 즐겨야 한다.
모지스 할머니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며 느낀 것들이 화폭에 고스란히 그려진다. 모지스 할머니의 여러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림들을 오래 바라보면서 화폭에 가득한 세밀한 터치를 차분히 감상하게 된다. 일상속에는 사람들의 일과 마을 공동체가 분주히 움직이는 계절들이 전해진다. 삶과 역동적인 노동들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고 사소한 일상들의 반복적인 움직임들이다.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을 살펴본다.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페스트 63쪽)
보통의 날들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들이 진솔하다. 그림을 보면 편안해지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일상의 편안함이 전해진다. 평범한 시간들과 분주한 하루의 노동들이 화폭에 가득하다. 작가인 그녀가 세 살 때 처음 배운 것과 일흔 살에 시작한 그림이 그녀의 30년을 풍족하게 채워주었다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서 전해진다.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디스 할머니는 보여준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녀의 예술은 빛이 된다.
그녀의 그림은 현대사회와 대비된다. 편리함과 풍족함이 행복이 아니며 부족하여도 불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발적 가난을 경험한 책 『월든』과 『무소유』, 『소비단식일기』를 떠올리게 한다.소설 『환락의 집』에서도 부자들을 보여준다. 현명한 소비‚ 분별하는 힘은 스스로 습득해야한다."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 (215쪽_단식) 책과 "어리석은 생각들이 당신 자신과 당신 몫의 행복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365쪽_남아있는 나날) 책의 글귀가 생각난다.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음식들은 잃는 것을 의미한다. 대량구매로 물건들을 쌓아놓고 일 년 내내 살아가는 것도 경제적 이득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습관을 길들이다보니 훨씬 여유로워진다. 상업적 마케팅에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잘 선별하는 능력을 꾸준히 배우며 실천하는 과정에 펼친 책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명강연이 된다. 요일별 살림하기, 검소한 삶이 불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낭비하지 않기, 작고 소소한 노동이 주는 땀의 행복도 전해진다. 삶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움직이며 몸을 사용해야한다. 그 노동을 빼앗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요리와 세탁, 집수선, 직접 노동하는 즐거움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작은 것이 큰 것이 된다는 것을 만나게 된다. <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소설에서 '나오미'는 기억하는 자이다. 그림을 그리는 여성이며 기억들을 그림으로 남긴다. 고흐의 문장도 책에 등장한다. 기억의 유익함을 만나게 된다. "허무하지 않으며, 고독하지도 않고, 생각에 목마르지 않다."는 글귀도 주워담는다.
비누를 만드는 일은 여성들의 일이었죠.
우리는 검소했고,
낭비되는 것은 전혀 없었어요.
잃는 것 역시 없었죠. 59
월요일은 빨래하는 날,
화요일은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하는 날,
목요일은 바느질,
금요일은 정원 일과 같은 잡다한 일...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도
이웃의 집에서도
반복되었어요. 77
본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허무하지 않고,
생각에 목마르지 않으며,
고독하지도 않다. _ 고흐
월요일은 빨래하는 날,
화요일은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은 빵을 굽고 청소하는 날,
목요일은 바느질,
금요일은 정원 일과 같은 잡다한 일...
이런 일들은 우리 집에서도
이웃의 집에서도
반복되었어요.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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