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3 소설 보다
김기태.성해나.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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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소설예소연 작가의 『우리는 계절마다』도 만날 수 있다. 세 작품들과 인터뷰가 편집되어 있다. 『혼모노』 소설에서 독 없는 뱀에 비유된 사람이 언급된다. 가까이 둬서 좋을 건 하등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며 위험하지는 않는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비유되는 상황들과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독 없는 뱀이야 저놈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까이 둬서 좋을 건 하등 없지." (72쪽) 신 내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30년 동안 할머니 신이 도와줘서 여유로웠던 삶이 회고된다. 무형 문화재를 시켜준다는 할머니 신의 제안도 기억하면서 할머니 신이 자신에게서 떠난 이유들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뒷돈을 주는 사건과 재개발 관련 굿을 한 사건에는 욕망이라는 거대함이 비대해진 것이 드러나면서 할머니 신은 떠나버리게 된다.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어린아이가 유명해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말하는 것에서 할머니 신이 그에게 갔음을 알아채게 된다. 할머니 신이 왜 자신을 떠나버렸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기 시작한다. 가짜 무당이 되어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그동안의 일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그가 굿을 하는 하는 광경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가짜가 진짜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인간은 욕망이라는 덫에 걸려서 기회를 떠나보내는 존재가 된다. 욕망에 부풀어 오른 어른들이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앞집에 이사 온 젊은 무당의 부모는 닦달하면서 돈을 버는 것에 욕망을 드러낸다. 과연 할머니 신이 얼마나 그들의 곁에 있어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정치인의 모습도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아내와 자신이 종교집단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남몰래 굿을 하는 장면과 자신의 미래를 묻는 장면이 사사하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예소연 작가 『우리는 계절마다』 소설에서는 가난이 등장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집안이 가난해져 있는 상황에서 동생이 생긴다는 통보를 부모가 하는 상황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드러난다. 더 깊고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거라는 것을 인지한 학생의 가난은 현실적이다. 부모들은 그러한 상황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둘째가 생겼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가족 구성원이 하나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함께 침몰하는 상황임을 학생은 인지하고 있다. 학업성적이 좋았던 아이는 자신의 상황과 집안의 사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과 다름이 없다. 더 나아질 것이 없는 집안의 사정을 알면서 흘린 눈물이다. 기울어지는 가난이 더욱 가속을 받을 듯하다는 것은 슬픔이 되기 마련이다. "식구가 는다는 건 더 깊고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는 거다." (142쪽)


가난해졌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은 집안도 등장한다. 제자리를 찾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열거된다. 학생의 어머니가 노력한 수많은 것들이 소설에 열거된다. 남편이 복도식 아파트에서 자살하고 나서 남겨진 아내가 딸을 키우면서 살아간 고단한 나날들을 짐작하게 된다. 남겨진 아내는 남편이 죽고 나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남편이 자살한 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언급한다.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무방비 상태로 맞닥트려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누구의 탓인가.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님을 짚어주는 소설이다. <선산> 시즌 1을 시청하면서 형사 아내가 죽은 상황에서 현장에서 아들에게 원망하는 형사의 말은 아들을 되돌리지 못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한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님을 깨우치지 못하면서 말로 하는 순간 타인을 고통과 불행으로 밀어버리는 상황이 된다. 가난해져서 자신의 집을 빼앗긴 모녀는 다시 자신의 집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을지 짐작하게 된다. 남편이 자살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깨닫고 모녀가 열심히 살아간 날들과 지금의 노력들은 활기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기억 속에 있었던 친구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지금은 다른 활기가 느껴지는 새로운 사람이 눈앞에 있음을 보여준다. 거듭나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불행에 발목이 잡혀서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 엄마가 되찾은 활력들을 대조해 보게 된다. 불행한 일을 당하면 인간은 누구의 탓이라고 쉽게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상황들이 얼마나 불행한 일을 자초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을 스스로 이겨내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난한 삶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가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두 친구 집안 이야기는 단면이 된다. "남편 자살 / 남편이 죽고 나서 활력을 되찾았어. 그건 내 탓이 아니지 않니?"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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