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무엇인지 직조된다. 그리고 두려움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각인시킨다. 지성의 의미를 <소설보다 겨울:2023> 소설에서 이해하면서 이 작품에서도 다시 무한한 지성을 마주한다. 시간을 정복해 줄 지성이며 공간마저도 정복해주는 지성을 찾게 된다. 패배하지 않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지성을 쌓는 작업은 손쉬운 일이 아니다. 빨리감기로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남의 것으로 이해한다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시간마저도 지루해한다. 짧은 한 줄 읽기, 짧은 세 줄 요약이 대세를 보일 때마다 당혹스러워진다. 긴 호흡이 필요한 작품을 너무 짧게 훔쳐본다. 그리고 평가하는 시대가 위태로워 보인다. 얕은 앎과 식견은 결국 가벼워질 뿐이다. 부유하는 지성과 영혼이 될 것이 자명해질 것이다.


정복자가 되어야 한다.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고자 읽고 있다. 진짜를 알게 되고 보게 되는 순간은 아주 짧고 작은 조각으로 빛을 낸다. 보물찾기를 매번 하면서 살아간다. 소소하고 비루해 보이는 것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지성이다. 인간적 잣대로 찾을 수 없는 것이 지성이다. 철학과 소설, 에세이, 영화, 예술은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 작품도 다르지가 않다. 무한한 지성을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영화감독이 되고 배우가 되고 무용수가 되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 그속에서 지성을 마주하여야 한다. 보아야 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해야 한다. 온전히 두 다리로 서 있는 근력의 힘이 지성이 되어야 한다. 시공간을 정복하고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깊이에의 강요>의 글귀처럼 깊이를 측정해 보지만 깊이를 가름하지 못하는 얕은 지성임을 확인하게 된다. 아주 작은 지성이 두 다리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저는 ...두려움을 잃었어요...

당신도 그래야 해요. 188

무한한 지성이 ...

시간과 공간을 정복할 운명 178

전쟁이 무엇인지 날것의 얼굴을 문학을 통해서 무수히 목격한다. 참전용사들은 예전의 자신을 되찾지 못하고 파괴된다. 뻥 뚫려서 텅 빈 눈과 잔혹한 폭력성을 채워서 되돌아온다. 전쟁은 참혹한 폭력이다. 살생의 현장은 영혼을 파괴한다. 여성과 어린아이들도 참혹해지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어떤 당위성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도둑 신부>소설과 <아웃랜드>시리즈가 참혹한 실상을 고스란히 펼쳐놓는다. 두 작품은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연장선이 되어 파괴된 여성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준다.



<흰옷을 입은 여인>의 미국 시인의 생애와 삶이 상기된다. 관습에서 벗어나는 용기와 단호함과 결단이 필요하다. 군중이 답습하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탐험해야 한다. 저자는 오래된 사고를 비활성화하라고 한다. 선택의 순간에 어디를 향했는지 떠올려보게 한다. 미지의 세계를 걸었고 두려워하지 않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결과적으로는 후회도 하지 않았고 잘 선택한 최선의 길이였음에 만족하고 있다.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야심과 권력욕이 아닌 거대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것을 예리하게 지각하라고 조언한다. 그 작업은 반복적이어야 한다. 그 시간이 지성을 깨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광활한 존재임을 매번 느끼게 된다. 그 존재를 무수히 떠올리며 살아가다 보면 친밀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다섯 편의 단편을 만나는 작품이다.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역사적 사건들과 어우러진다. 자신의 학문과 지성이 인류를 먹여살리기 위한 것인지, 대량 살생하는 학문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반문해야 한다. 자신의 연구와 지성은 무엇을 향하는 발걸음인지 자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멈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질문을 쉼 없이 던지는 사람이 인류를 살리는 사람이며 신이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학살하는 사람인지 자신의 발걸음에 질문을 무수히 던져야 한다.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등의 영역에서 학문을 연구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의 내용에서 노인이 들려준 여인의 한쪽 얼굴만 보는 삶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느님의 음성은 너무 나직하여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다는 글귀가 또렷하게 전해진다. 보고 있는지, 듣고 있는지 깨어있는지, 생각하는지 무수히 질문을 던져야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해거름에 두 얼굴을 가진 여인이 그를 찾아온다. 그는 그녀의 상냥한 면... 사악한 면...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길 간구하는 노래를 부르지만 "하느님은 침묵하시며, 말씀하실 때는 목소리가 너무 나직하여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107


비열하고 위험한 수학 활동을 그만두라고 촉구. 미국 폭격으로 베트남 대학교수와 학생 사망. 지구를 파괴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 종말을 향해 행진하는 그들 같은 과학자라고 말했다. 96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253

지옥. 광기 / 당신 같은 사람들 탓이 아니라면 누구 탓이겠습니까? 교수 양반. 이 모든 광기는 어디서 시작됐지요? 언제부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춘 겁니까? (술집 대화) 211


평화주의자. 군역의 의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종전. 그는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146

내 연구를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들의 뇌에 주입되어 오랜 세월 동안 당연하게 여겨진 사고 패턴들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79

나를 고무하는 것은 야심이나 권력욕이 아니다. 거대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것을 예리하게 지각하는 것이다. 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