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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김준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월
평점 :
화이트칼라의 삶과 함께 공존하는 또 다른 삶을 진행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베란다에 차린 2평짜리 목공소의 주인이며 사장이다. 팔 다리를 움직여 땀을 흘려서 얻는 결과를 꿈꾸었던 저자의 목공소가 베란다에 있다. 투잡을 뛰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글로 남긴 책이다. 가구를 잘 볼 줄 몰랐는데 가구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과 목공소에 차려진 장비와 도구들도 소개된다. 만든 가구들과 사진 찍는 거실의 장소와 장비들도 소개된다. 판매할 공간이 어디였는지, 가격 정하기와 고객 리뷰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보완하는 사업자임을 느끼게 된다.
목공을 시작한 계기가 이야기된다. 관계의 단명함에 지쳐간 도시의 직장인이 느끼는 감정들이다. 친척에게서 느끼는 단절과 직장에서 남의 것을 훔쳐가는 상사의 무뢰함까지도 짐작하게 된다. 사회적 관계에서 밀려오는 환멸같은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 목공임을 알게 된다. 나무향을 맡고 나무를 손질하고 나무를 만지면서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몰입과 꼼꼼함과 성실함이 필요해진다.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편백 방향 스틱도 소개된다. 잡냄새를 제거해 주는 기능성을 가지면서 사무실과 실내에서도 유용한 제품이 된다.
목공을 하면서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보기 시작한다. 목공을 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과 지나쳤을 것들을 하나둘씩 이야기한다. 경험한 사람만이 가지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간접경험보다는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 느끼는 환희는 표현하지 못할 기쁨이 되며 깨달음이 된다. 그래서 저자의 글이 품어안은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크게 전해진다. 나무향이 전해지면서 나무결을 느끼게 한다. 나이테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도 겹겹이 쌓여가게 된다. 나무를 좋아한다. 숲을 좋아해서 자주 찾는다. 자연스럽게 나무학자들의 과학도서들도 읽는 마니아가 된다. 그래서일까. 책에 소개된 나무와 숲에 관련된 글귀가 강하게 울린다.
나무는 땅이 하늘에 쓴 시이다
_ 칼릴 지브란. 레바논의 철학자. 시인
우리의 모든 지혜는 나무에 저장되어 있다.
_ 산토시 칼와르. 네팔의 작가
칼릴 지브란의 글귀와 나무가 알려주는 지혜를 소환하게 된다. 다정함과 치유해 주는 나무와 균류의 신비스러움을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책을 통해서 다시 떠올려보게 된다. 인위적으로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들은 고스란히 우리들을 위협한다. 자연이 주는 것들이 우리를 살리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원목 식탁에서 나무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원목 100% 식탁과 의자들을 좋아한다.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은 가구들을 사용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잡한 가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 만큼 좋은 가구를 선택하는 안목도 필요해진다.
삶을 윤택하고 밀도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자신만만하게 전하는 저자의 글이다. 과잉 소비는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내용도 언급한다.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기, 재활용하기, 환경 지킴이가 되도록 나무가 저자에게 전달한 것들을 글에서 만나게 된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오래된 미래> , "대담해져요. 끝까지 밀어붙여요. 안주하지 말아요." 영화 <미 비포 유> 윌의 대사,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소설, 신영복 에세이 <처음처럼>, <채근담> 등이 책에서 함께 언급된다. 나무를 매만지면서 작업을 하는 목공의 일에서 깨달은 것들은 크고 위대한 깨달음이 된다.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 환경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준비.
삶의 깔끔한 마무리란 무엇일까? 35
나무를 만지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원목일까,
원목처럼 흉내 맞는 M.D.F일까? 33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대장암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지인의 이야기이다. 밝고 담담한 표정으로 고마웠다는 인사와 인연의 소중함을 전하였던 지인의 선물과 6개월 후 죽음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은지 보여주는 내용이 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생애가 길고 짧다고 생각한 우매함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생애는 누구에게나 짧은 찰나임을 알게 된다. 짧은 생애도 없고, 장수한 생애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은 인간의 편협한 사고에 안주한 개념일 뿐이다. 태어나서 죽기까지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해진다. 사랑받고 사랑하였는지 살펴야 한다. 수많은 기도 속에서 오랫동안 응답받지 못했던 것이 이제서야 깨달으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나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목공의 일도 다르지가 않다. 나무를 매만지면서 깨달은 순간들을 차곡히 기록한 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