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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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캐리스, 로즈 세 여성과 지니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빼앗은 여자와 빼앗긴 여자들이 있다. 무엇을 빼앗겼고 무엇을 되찾고 싶어하였는지 보여준다. 토니와 캐리스,로즈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녀들의 출생과 성장과정에 존재한 것들은 전쟁과 밀접한 연관성을 띤다. 전쟁 신랑과 전쟁 신부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했지만 온전한 가정의 모습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기우뚱하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아버지 역할과 어머니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녀들은 전쟁의 상흔을 새겨 넣은 상태로 성장한다. 그녀들은 함구하지만 그녀들에게는 결핍이 존재한다.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떨어내지 못한다. 지니아는 그녀들의 구석구석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녀들을 자기 방식으로 가공하면서 그녀들을 기만한다. 그녀들이 사랑한 것을 빼앗고 사용가치를 다한 것들을 버리는 여성이다.

지니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시원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거짓말들이 난무하는 지니아의 출생과 근원은 무엇이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지니아가 스쳐 지나간 자리는 항무지가 된다. 토니와 캐리스와 로즈의 삶을 황무지로 만드는 지니아가 누구인지 확인하고자 읽게 된다. 지니아는 어디에 있건 항상 전쟁을 치렀고 비공식적인 게릴라전이었다고 말한다. 지니아의 인생은 전쟁이었음을 보게 된다. 지나아가 살았던 세상은 전쟁터였다고 일침한다.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지,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살펴보게 한다. 전쟁의 역사와 삶의 전쟁을 다각도로 접목하면서 통찰하게 한다. 참혹하고 잔혹한 전쟁의 역사 기록물들의 잔해 속에는 인간의 본성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종교와 욕망과 권력에 휩쓸려간 많은 여성들의 삶들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소설 속의 여성들의 삶과도 밀접하게 자리 잡는다.

세상이라는 조직 자체가 전쟁터였다. 340

누가 무역로와 올리브와

점점 통제권에서 벗어나는 여자들을

장악하느냐의 문제까지 얽혀 있었다. 329



도륙되는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잔인하고 도살되고 화형을 치르는 역사는 지금도 우리는 목도하면서 살고 있다. 다양한 무기들을 장착하고 얼굴 없는 모습으로 누군가를 죽음의 벼랑 끝까지 밀어 넣는 세상이다. 세상이 전쟁터라는 글귀는 심오하게 다가선다. 종교가 휘둘렀던 광폭을 소설에서도 다시 마주한다. 종교의 본질을 잃고 어둠의 길을 걸어들어간 역사는 모두에게 잔인한 역사가 된다. 양쪽 모두에게 패자임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작가의 글은 날것을 펼쳐놓으면서 참혹한 참상을 보게 한다. 여성의 인생이 어떻게 갈기갈기 찢기는지 지니아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들려준다. 지나아가 간파한 것의 본질을 세 여성인 토니, 캐리스, 로즈에게서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이 여성들이 지니아에게 이용당하였던 이유들도 알게 된다. 지니아가 이 여성들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그들의 결핍이 존재하였음을 보여준다.

토니의 지적 허영심도 매만진다. 아슬아슬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니아를 통해서 가르치는 것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녀가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것들만 보았다. 혹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한 것들만 보았다." ( 325쪽) 진실이 드러나면서 놓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은 반쪽의 삶과도 같다. "냉철한 역사 중에서 적어도 절반은 교묘한 속임수다." (326쪽) 속임수에 속하는 절반의 역사들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이 시대에 진중한 목소리가 된다. 덧칠되는 역사, 미화되는 역사들을 전쟁의 역사를 통해서도 보게 한다. 소설이지만 소설 너머의 작가가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보게 한다.

지니아가 말했던 말들 중에서 진실과 거짓을 찾는 게임을 하게 된다. 대학은 세뇌하고 골반을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척추를 녹이는 곳이라고 표현한 글귀에 번쩍 눈이 뜨이게 한다. 작가가 뾰족한 펜끝으로 집필한 예리함을 얼마나 관찰하고 평가하고 심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작품에서 언급된다.


작가의 작품은 매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이 작품도 강열하게 남는다. 이야기에 흘러넘치는 것들이 전쟁이었음을 보게 된다. 종교가 전쟁을 일으킨 원인이었고 종교가 종교답지 않은 모습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음을 성장 과정 이야기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질문에 응답하지 못하는 수녀의 모습과 폭력적인 모습들도 종교인에게서 보여진다. 선긋기로 표명되는 종교의 본질이 무색해진다. 포용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역사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들이 매번 확성기를 입에 가져다 놓는지 모른다. 다정함이 필요한 시대이다.

지니아가 어둠의 상징으로 접근한 것들이 있다. 지니아 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다.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드러난다. 처음부터 고아였던 지나아를 보게 된다. 세월의 흐름을 드러내지 않는 이질적인 모습의 지니아는 괴상할 뿐이다. 괴상한 아름다움으로 살았던 지니아의 삶과 인생은 고아원이라는 한 점을 남겨놓는다. 전쟁은 흉포한 인물을 만들어 놓는다. 지니아처럼 말이다. 화난 사람들이 서로 고함지르는 게 역사인지 모른다는 작가의 글귀에도 여러 번 읊조리게 한다.



대학 / 명분가의 자제를 받아 세뇌하고,

앞으로 골반이 절대 움직이지 않도록

척추를 녹여서 딱 붙여 버리는 곳 47

우리는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몸속에 깃들어 있나. 209

잔인한 가톨릭 십자군...

전면적인 학살이 자행...

여든 명의 기사가 돼지처럼 도살...

400명의 카타르파가 산 채로 화형 329

양측 모두 이겼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양측 모두 패자다.

안개로 덮인 침침한 날 333

화난 사람들이 서로 고함을

지르는 게 역사인지 모른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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