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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기억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이야기 나누는 날이 있다. 죽음은 그리움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날이 있다.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죽음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은 막연하다. 이 책에서 만나는 수많은 마지막 말들은 특별한 향기라고 말하는 이해인 수녀의 이유가 선명해진다. 오늘을 더 간절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다짐이 된다는 수녀님의 추천사 글에도 밑줄을 긋는다. 죽음의 순간 그들이 남긴 말들을 수집한 책이라 특별해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의 출발점이 된다. 수많은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의 말은 큰 파동을 일으킨다. 여러 번 접어서 간직하게 되는 말들을 마주하게 한다.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라.
그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
종교와 철학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에서 대해서도 언급된다. 세대를 넘어서 전달할 가치가 있는 말들을 찾게 한다. 읽다 보면 죽음의 순간 악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보게 한다. 한 사람의 인생과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하나의 '유기체'라고 강조한다. 그 유기체라는 긴밀한 관련성을 생애와 함께 마지막 말을 통해서 지긋하게 관조하게 된다. 우리의 마지막 시간마저도 무수히 떠올려보게 한다.
종교인, 정치가, 과학자, 철학자, 작가, 예술가 등의 마지막 말을 담는다. 수십 명의 생애와 유언과 관련된 자료를 몇 십 년간 수집한 작가의 집념이 보인다. 죽음의 순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수집한 흔적들은 그들의 생애와 함께 짧게 설명된다. 세간에 잘못 알려진 사실들도 정정하면서 제대로 인물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평생 그들의 삶과 행동, 고집과 가치관 농축을 보여주는 한스 할터의 책이다. 괴테의 유언에 숨겨진 진실과 거짓, 게오르크 헤겔을 오진한 의사 때문에 수년 동안 고통받은 사연과 "하느님은 오늘 밤 내가 평온한 시간을 누리기를 바라셨을 거라오." (216쪽) 말도 전해진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어렵구나.
_ 루이 14세. 왕
주여, 나를 아프도록 후려치는구려!
하나 그대의 손으로 치기에 나는 흡족하나이다.
_ 장 칼뱅. 신학자
신이여, 영원히 나를 버리지 마십시오.
_ 블레즈 파스칼. 수학자
지금까지 아주 아름다운 꿈을 꾼 것 같소.
_ 모리스 삭스. 장군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잘못 알려진 사실도 언급된다. "장을 가득히 채우지 마라" (114쪽)는 헤르만 부르하버의 말과 "죽어가는 이에게 죽음이란 불행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이에 대한 불행인 것이다."(118쪽) 카를 마르크스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강열한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서 말한 마지막 말이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131쪽)
"나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약이 아니라 자연과 신선한 산의 공기로구나"하고 말한 마리 퀴리의 말도 인상적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 엘리자베스 1세의 말도 기억난다. "하느님과 언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군요."라고 말한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도 긴 잔상을 남기는 말이다. 그는 세속적인 명예와 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물이다. 통조림과 사냥을 반대한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많은 인물들을 만나면서 잔잔하게 정리되는 소중한 것들을 챙겨 넣으면서 오늘의 다짐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흐트러지지 않는 삶이 되도록 등불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