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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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소설의 작가 신간소설이다.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이 발췌된다. 이 선언문 내용은 세계인 모두에게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 선언문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읽게 된다. 작가가 집필한 소설의 내용과 잘 맞추어지는 선언문인지, 종교인들과도 잘 어울리는 내용인지, 우리들에게도 어울리는 삶인지도 질문하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12월을 보내면서 요셉과 마리아, 양 두 마리, 동방박사, 당나귀, 구유를 생각나게 한다. 예수와 십자가까지도 두드러지는 12월을 보내면서 종교인의 삶과 향기, 빛을 이 소설에서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질문을 계속하게 한다. 주말에는 종교적 생활을 하고 다음 주말이 올 때까지는 바이블을 펼쳐보지도 않는 종교인은 아닌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알지만 눈을 감고 등을 돌리며 불이익이 두려워서 침묵하고 외면하는 종교인은 아닌지, 도울 수 있는 상황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하고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55쪽) 아내처럼 말하고 있는 위선적인 종교인은 아닌지 질문을 하게 한다.


성경을 일독하면서 펼쳐졌던 것들을 다시금 주워 담는 소설이다. 종교인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세상에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도 있지만 보살펴 주는 가족이 있는 자와 보살펴 주는 이가 없는 자도 있다.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서 부득이하게 임신한 젊은 여자들이 있다. 이들을 외면하는 사회가 이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착취하고 조롱하였는지 보게 한다. 수녀회의 수녀 모습들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신부에게도 찾아가지 않는 이유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종교의 본질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빛과 소금이 되는 종교는 어디로 흐트러졌는지 보여주면서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두려움까지 감당하는 용기 있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린 소녀의 가슴에 젖이 흘러나오는 이유, 젖을 먹이지 못하는 이유와 아기를 팔아서 이익을 챙긴 종교인들과 어린 소녀들을 착취한 세탁소의 노동, 추운 겨울 맨발로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모든 것을 대변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축복을 나눈다. 다른 한쪽에서는 착취와 조롱과 외면으로 무시당하는 어린 엄마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성직자들과 부자들의 빨랫감의 오물을 모두 수녀회 세탁소로 보낸다고 한다. 착취되는 노동력과 이윤을 챙기는 권력에 침묵하는 것을 활짝 펼쳐놓는 소설이다.


마호가니 가구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는 수녀원장의 방과 어린 소녀의 모습은 매우 상반된다. 화려함으로 취하는 것들과 고난을 당하는 이들을 외면한 종교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추운 날 맨발로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계속 주시하게 된다.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말 한마디의 의미와 수녀원과 충동한 사연을 듣고 걱정하는 이웃의 조언은 현대사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뒤로 물러나서 눈을 감고 귀담아듣지 않고 침묵하는 사회가 아닌지 예리함으로 조각하는 작가이다. '사랑하라'는 말 말 한마디의 깊은 의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하면서 머뭇거리는 종교인은 아닌지, 용기 없는 사회가 아닌지도 살펴보게 된다.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이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뭐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


석탄 목재상 '빌 펄롱'과 '미시즈 윌슨'의 선함이 어떻게 유유히 흘러갔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박하게 살았던 미시즈 윌슨이 펄롱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의 임신과 펄롱을 키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상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살아온 날들과 자신의 어머니와 어린 소녀의 모습을 같은 위치에 놓고 수녀원이 팔아버린 아기와 자신의 삶을 같은 위치에 놓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인생이 지금과 다른 삶으로 전개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에 미시즈 윌슨이 보여준 단단한 뿌리가 되어준 선택과 행동들을 그도 용기있게 행동하게 된다.


날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요람 속 아기를 들여다보곤 했다는 이야기.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으셨지. 너에 대해 함부로 말한 적도 없고, 네 엄마를 심하게 부리지도 않았어. 93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120


권력을 가진 종교집단과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임을 알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낸다. 단 한 사람의 용기를 위협하는 권력의 위상은 부조리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성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도 살펴보게 한다. 어느 곳에 서서 생활하는 주변인인지도 거듭 상기하게 된다. 종교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매일 정진해야 하는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된다. 자신의 종교가 제구실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에 성찬식을 하지만 움직임과 상반되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릎을 할퀴는 한기를 제대로 직시하게 하는 작가이다.



한기가... 묵주기도를 올리려고 무릎 꿇은 이들의 무릎을 할퀴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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