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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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 작가의 소설이다. 병원에 입원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들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억은 뚜렷하지 않다. 서로가 기억하는 파편들은 언제나 정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여러 이야기들과 기억들을 따라가는 것의 의미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난이 가지는 의미도 다양하다. 작가가 말하는 가난과 어린 시절의 트럭에 대한 기억, 뱀에 대한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쉬이 사라지지 않는 잔상이 된다. 추위가 싫어서 따뜻한 학교에 머문 나날들은 그녀에게 숙제와 독서라는 큰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그녀의 경험들은 다른 형제들과 다른 삶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된다.


그녀의 사랑이 전해진다.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부모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남편이 있다. 그녀 아버지의 과거 전쟁 경험과 이후 남편이 부모에게 받는 엄청난 돈의 출처가 전쟁이 가져다준 돈임을 짐작하게 된다. 그녀가 꿈에서 꾸는 어린 두 딸과 자신이 가스실에 끌려가는 공포도 모두 연관 지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사건의 파편들은 한공간과 한시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파장이 되어 다른 공간과 다른 시대의 역사 속에도 잔류하는 여파를 깊숙하게 남긴다. 한순간의 선택과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과 미래의 시간까지도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담백하게 기억들을 떠올리는 글들은 너무나도 편안하게 전해진다. 그녀가 학창 시절 만났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잊히지 않는 내용이 된다. 그녀가 옷 가게에서 마주친 작가가 건넨 '냉혹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후반부에 작가가 적어내려간 글에서 다시금 정리하는 글을 통해서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엄마와 딸의 관계, 가장 닮기 싫은 인물이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사실도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가 외치는 말들이 있다. 그렇게 형제들과의 관계도 시간 속에서 서서히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 자신의 가족관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되어간다. 그녀가 두 딸에게 준 '분노'라는 감정이 작품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가족들을 떠나는 의미이며 가족을 버렸다는 의미가 된다.


교육받은 사람이 타인을 내리누르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에 대해서도 질타를 한다. 냉혹함의 정의가 새롭게 펼쳐진다. 새로운 바람이 부는 의미가 되면서 작가의 작품에 더욱 다가서게 된다. 생이 주는 기쁨을 어떻게 가지는 것인지 전해진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인물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게 된다. 남보다 더 잘났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오류인지 알려준다. 위대한 업적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를 내리게 하는 소설이다.



자기가 받은 교육을 ...

다른 누군가를 내리누르는

수단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그냥 형편없는 쓰레기예요.

내가 견딜 수 없는 곳에는 가지 않을 거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하지 않을 거고,

나 자신을 움겨잡고 헤치며

앞으로, 눈먼 박쥐처럼 그렇게 계속 나아갈 거야!

이것이 그 냉혹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네 인생을 봐.

너는 묵묵히 네 길을 가서....

원하는 걸 이뤘잖아.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

너희가 다른 누구보다

더 잘났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내 교실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 그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를 존경했다.

이것은 열두 살짜리들의 학급에서

한 남자가 이루어내기에

절대 작은 업적이 아니다.

그는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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