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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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일본사'가 아닌 '일본인'이다. 그 이유는 38쪽에서 40쪽에 해당하는 <브레히트의 시>가 설명해준다. 더불어 <전쟁의 극치>라는 그림(38쪽)도 매우 인상적이다. 당시 유럽이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내부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무한 전쟁을 위해 국가 체계를 혁신했으며, 혁신을 통해 이루어낸 역량을 유럽 바깥으로 발산해서 전 세계를 식민지화한다. 유럽 각국의 군사력은 유럽 대륙 안에서 서로 무한히 전쟁을 되풀이하며 의학, 과학, 경제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유지되고 확대되었다. ​


에도 시대에 인구 대부분을 차지했던 농민의 삶과 고통, 그리고 그 고통을 치료해 주었던 의사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야심 있는 남성들이 어떻게 의사로 입신양명하여 세상 사람을 구했는지 설명해준다. 에도시대 의사들의 초상화가 수십 점 실려있다. 지배 계급이 아닌 농민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책이다. 농민의 일생과 그들을 치료해 준 의료와 의학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에도 시대 일본에서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사람은 농민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를 책임지는 절대다수가 누구인지도 상기하게 한다. 에도시대의 농민들이 현대의 누구인지 진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프란츠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의 작품이 생각난다. 미로로 구성된 성을 비유한 카프카의 시선을 에도시대의 농민에게서 보게 한다.


과거제가 없는 에도 시대의 농민 봉기와 기근, 살기 위한 식인 행위와 굶어죽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굶주림과 기근이 가져다주는 참상은 상식을 넘어서게 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전해진다. <낮의 집, 밤의 집> 민음사 장편소설에서도 식인 행위가 인간성을 얼마나 무너지게 하는지 상기시켜준다. 식인을 한 사람들의 정신 상황과 판단력, 눈빛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책을 통해서 극한 상황들을 떠올리는 경험들을 한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나와 아버지>, <굶주림>, <바닥에서 일어서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작품에서도 굶주림이 등장한다. 많은 작가들은 굶주림을 직시하면서 작품으로 전하면서 인간성을 탐구한다. 이 도서에서도 농민은 중대한 사고의 틀을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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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는 피지배층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조선시대의 이야기들과 함께 저자는 에도 시대의 여성과 아이들을 언급한다. 인신매매에 희생당하는 많은 아내와 딸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버려진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전해진다. "인신매매. 일본에서는 중세부터 심각해졌다." (174쪽) 팔려가는 여성들과 식모와 가정부에 대한 내용들도 이야기된다.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실려있는 단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소설의 기남이 생각난다. 식모살이를 하였던 기구한 운명의 배경에는 버려진 딸이라는 진실이 존재한다. 인간과 부모가 가진 파렴치한 면들이 유유히 선택받는 역사를 펼쳐내는 내용들을 직시하게 한다. 아픈 역사들이 덮여져 있지 않도록 펼쳐지도록 노력한 흔적들을 다시금 깨어나게 하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조선시대의 인신매매가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었음을 기남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게 된다.



조선에서도 노비들이

게으름을 피운다고 기록되고 있다고 전한다. 177

조선시대에 남자가 아내나 딸을 아예 노비로 팔기도 했다... 

기근이 들면 '자매문기'라는 문서에 의한 인신매매가 이루어졌다. 176



일본인 이야기를 통해서 조선의 이야기들도 함께 알게 된다. 유럽 이야기들도 간혹 등장한다. 세력 집단의 정치적 독점을 위해 군사, 과학의 발전을 포기한 퇴보의 시기가 에도 시대이다. 지배 세력은 원양 항해용 배를 건조할 능력을 빼앗으면서 그 피해도 어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진다. 막부가 자초한 인재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되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전해지는 도서이다.


에도 시대는 진보의 시대였는지 퇴보의 시대였는지 질문한다. 2장에서는 의사들의 이야기, 1장에서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지금도 진행되는 피지배층을 여러 번 상기하면서 읽게 된다. 지배층은 자신들의 권력과 권위를 유지하고자 끝없이 노력하며 그들의 당위성을 설명하지만 지배층의 속마음마저도 읽히는 시대이다. 일본과 일본인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시대를 연거푸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 된다. 그림 자료와 사진자료가 상당히 많아서 더 흥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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