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쿠쿠 랜드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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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년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 다섯 명의 이야기에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라는 설화가 존재한다. 접점이 없는 기나긴 시대의 여러 인물들의 인생에 자리 잡는 책 한 권이다. 고아 소녀 안나가 낡은 필사본을 발견하는 일과 두루마기 필사본을 귀중하게 간직하면서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홀로 탈출하는데 이 책은 소녀와 함께 한다.


지노라는 미군은 한국 전쟁에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렉스를 통해서 그리스어를 배우면서 노년에 그리스 필사본을 번역하게 된다. 필사본을 번역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용기를 내지 못하면서 뒤로 물러난 그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리고 노년에 번역한 책은 도서관에서 다섯 아이들과 연극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그가 번역한 책의 내용의 바보가 되는 주인공 친구가 되는 이유가 된다. 다섯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용기를 내게 해준 책이다. 살아남은 다섯 아이들에게도 멋진 과거의 파티가 준비되도록 해준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어떤 힘이 있었던 것일까? 어떤 이야기였을까? 어떤 설화였기에 여러 인물들이 용기를 내고 도전하도록 이끌어주었을까? 


시모어라는 소년이 테러를 준비하게 되는 이유와 성인이 되어 반골 기질을 감추면서 준비한 엄청난 것도 놀라움을 주는 소설이다. 군부대, 노숙자 야영지, 병원 밖에 줄을 선 사람들, 노동 파업, 시위하는 사람, 반체제 인사, 피켓 시위 참가자, 소매치기 (745쪽)를 누군가는 지우고 숨기는 작업을 지시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올빼미 표시로 진실을 간직한다. 진실은 그러하다. 알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진실을 보게 된다. 감추고 가려놓는 세상에서는 진실은 절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주선 안의 생활이 그러하다. 우주선에서 생활한 콘스턴스 소녀가 떠오른다. 우주선은 소녀가 아는 전부이며, 세상이다. 그리고 의문의 감염병이 우주선에서 발생하면서 의문은 싹뜨기 시작한다. 소녀가 포기하지 않고 용기내면서 발견하는 것들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몇 번을 놀라워하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결코 이어질 수 없는 700여 년의 시간 속의 인물들이 하나로 접점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준 책 한 권이 있다. 죽은 언어. 그리스어. 음성은 짐작할 수 없지만 활자를 해석하면서 다양한 의미들이 전해진다. 하나의 이야기책이 수많은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보여준다. 


욕망과 내면의 허기에 대한 내용들도 섬세하게 다룬다. 전쟁을 향한 욕망, 전쟁 준비에 소모되는 동물들의 죽음, 술탄을 향한 무한한 복종, 승리의 전리품인 여성들, 끌려가는 여성과 아이들, 도망가 버린 부자들의 모습도 눈여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신을 믿지만 사랑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 기독교인 부자의 모습과 과부의 모습, 수은이 함유한 물을 마시는 안나의 언니 마리아의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안나의 남편이 필사본을 말리고 긴 여행을 하면서 그 책을 주는 모습과 의지까지도 지긋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좋았다. 색다른 소설이 주는 놀라운 이야기 마무리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긴 여정의 여행길을 걸어서 다닌 기분이었다. 



모든 시간과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되며 같아진다. 768

인간. 내면에 허기의 불길이 타오르는... 694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과 같으니 89

온종일 바늘과 실을 들고 몸을 수그린 채 
권력자의 예복에 ... 
수놓으며 사는 인생을 살고 싶겠는가? 53




종교가 지닌 권력의 위압감은 대단하다. 종교의 예복이 절대성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권력자에게 순종하는 작업의 의미는 신에게 복종하는 종교의 의미인지도 질문하게 하는 장면이다. 부를 가로채는 부자는 전쟁의 공포에 가장 빠르게 도망치고 사라진 인물이다. 수를 놓는 여인들은 전쟁이 일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를 놓는다. 배고픔 속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생각하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답습하는 인생만이 남겨질 뿐이다. 


작가의 예리한 시선 끝을 종교와 전쟁, 권력자, 술탄의 전쟁을 향한 욕망, 부자의 폭행과 폭언, 착취되는 시민들, 전쟁 포로가 귀향하면서 보이는 불안증세도 작품에서 마주하게 된다. 두께만큼이나 수많은 인물들과 사연들이 넘친다. 하나도 빠짐없이 작품에서 숨쉬고 있는 그들의 인생들을 기억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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