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 (리커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의 첫 산문집이다. 에세이로 만나보는 시간이다. ​저자는 <어떤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통해서 굵은 선으로 목소리를 들려준다. 성을 건설하고, 도시를 재건하고, 웅장한 만리장성을 준공한 이면에는 노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더 주목하게 하는 글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이름을 새기지만, 그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친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음도 되짚어보게 한다.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 책을 잠시 덮고 사유해 볼 수 있었던 깊은 시간을 무수히 가질 수 있는 글들을 만난다.



시간을 펼쳐놓지 않았다. 겹겹이 포개놓으면서 시간을 보게 하는 작가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물리학자의 책처럼 작가는 시간을 제대로 응시하고 있다. 그 시간이 문학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된다. 작가의 이전 원고들을 따라가보는 시간들이다. 그 누군가의 장소가 있다. 그 시간에는 이름이 존재하였다. 사연들이 고스란히 기록된 시간들이 된다. ​​​

조금은 더 면밀한 관계가 되어 채워지는 이야기들을 만나게 한다. 시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그립다는 정서로 되돌아오는 따스한 감정이 남는다. 되돌아오는 순간들도 있었던 좋은 동행이 되어주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는 묵직한 아픔이 되는 그 시대로 이동한다. 다시 팽목항과 광화문 광장의 노란 물결이 가졌던 시간들로 회귀되는 잊히지 않아야 하는 우리들의 큰 슬픔들이 되어준다.



쉽게 잊히는 인물들이 있다. 이름 없는 존재들이지만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소중한 일을 하면서 존재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하찮은 존재감으로 무시당하여서 안된다. 차별당해서도, 폭력과 차별을 당해서도 안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우월감에 그 누군가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건들을 지금도 종종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 글로리>의 3명의 공모자들이 그러하다. 잊혀진 존재들이 주변에 무수히 존재함을 보여준 드라마이다. 너무 쉽게 행동하고, 두려움도 느끼지 않은 그 존재들과 너무 많은 상흔이 깊게 자리한 잊혀진 이름들이 등장한 작품이다. 가해자들은 드라마의 인물들처럼 거침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이 책과 더불어 질문해 보게 된다.

문장을 읽는다는 것. 문장 안에 살다오는 것임을 이 에세이를 통해서 만난다. 그 삶을 살아내는 것, 살아보는 문장속으로 기꺼이 초대받고자 한다. 그래서 작가의 여러 작품들은 의미가 가중된다. 유독 멈추는 문장들이 많은 책들이 있다. 그러한 반복들을 통해서 그 장소와 시간을 살아오게 하는 문장들을 좋아한다. 작가의 여러 작품을 연이어 읽었고 계속해서 찾아들어가게 한다. 그 발걸음과 시간은 기뻐서 걸어들어가게 된다.






누군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건

그 문장 안에 살다 오는 것이다.

문장 안에 시선이 머물 때

그 '머묾'은 '잠시 산다'라는 말과 같다.

그 시간은 흘러가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불어나기도 한다.

이덕무의 시간과 최북의 시간은,

정약전의 시간과 김광석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이어지고 포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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