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학동네 책표지 디자인이 눈에 띄어서 한 권씩 읽고 있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읽었는데 계속 읽어야 할지 망설임이 많았다. 작가의 작품도 처음 접해보는 순간이었기에 이 작품이 선택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고 계속 읽어나간 작품이다. 소아성애증. 화자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많이 열거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증상을 멈추고자 결혼을 결심하는 상황도 이야기된다. 하지만 부인은 떠나는 상황이 된다. 그는 몇 차례 정신병원을 들락거린 경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종종 환각을 본다고도 전한다. 그의 사고와 감정과 행동들에서는 어떠한 죄책감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많이 불편했다.

화자는 롤리타를 사랑했고 사랑한다. 하지만 롤리타에게는 끔찍한 기억들로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롤리타의 표정에는 미소가 없었다. 다른 집의 아버지가 아이를 안아주는 장면들에 롤리타는 몹시 불편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작품에서는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롤리타는 고아가 되었기에 자주 울었다는 장면과 우울한 감정을 보였던 부분도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하지만 화자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모습으로 롤리타를 이용한다. 그는 사랑한다는 감정을 내세우지만 롤리타는 한 번도 그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국외로 나가면 우리도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을까? 환경 변화란 ...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전통적 오류에 불과한 것을. 378쪽

롤리타의 계획과 그가 찾아와서 제안하는 것에 반색을 들어내는 장면도 의미가 깊다. 의미가 없기는 어디나 마찬가지죠. 롤리타가 말했다. (386쪽) 롤리타는 스스로 다른 삶을 선택한다. 작가는 왜 이 작품을 썼을까? 읽는 동안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정신이 온전하지 않는 사람이 화자가 되어 생각하는 것들과 행동하는 것들을 지켜본 작품이기도 하다. 롤리타에 대한 미안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희극작가라는 인물의 사생활과 화자의 공식적인 활동이 가지는 직업들도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성범죄에 대한 이슈가 끊임없이 꼬리를 물면서 사회를 충격 속에 빠뜨리는 세상에서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외모와 관상, 직업, 사회적 직위가 도덕성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우리는 만나게 된다. 롤리타가 하나의 팔만 가진 남편을 선택한 이유를 화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롤리타의 남편에는 있고 화자에게는 없는 것, 바로 그것.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은 결코 사랑이 아니었는데 화자는 한결같이 소아성애증을 합리화시킨다. 그는 가면 뒤에 숨어서 살았고 자신의 취향과 진짜 모습은 서랍 속에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물이다.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하면서 끔찍한 음모까지도 계획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다시 작품성을 인정하는 이유도 만나볼 수 있었다. 보바리 부인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가 등장하기도 하고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연상되기도 하고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도마를 떠올리는 장면 등 주석의 설명들을 읽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보바리 부인 작품. 롤리타의 거짓말과 보바리 부인의 거짓말 (320쪽)

미쳐간다는 사실 404

몇 차례 정신병원을 들락거린 경력 272

내 손은 너무 많은 사람에게 너무 많은 아픔을 주었기 때문에 도저히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다. 436쪽

나는 경이롭지만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기억력을 가진 살인자다.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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