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프랑스 문학

사진의 용도 ㅣ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M 그리고 A. 두 사람의 사진들과 그들의 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진이 아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후 찍은 사진들. 아니 에르노는 A가 되고, 마크 마리는 M으로 글에서 서로를 떠올린다. 실체적인 경험들이 그녀의 작품들에 흐른다.

그녀의 시리즈를 읽고 있는데 모든 작품들이 그녀의 경험과 추억과 기억들을 동반하면서 독자들과 호흡한다. 이 책은 실려있는 사진부터가 특별하다. 흐트러진 옷들, 신발들, 카펫, 호텔, 주방, 책상 위, 침대 등이 떠오른다. 그녀는 사실적으로 사진들을 설명한다. 가감 없는 설명들로 열거되는 사진들. 그리고 그날의 기억들. 그녀의 글들과 M의 글들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똑같은 상황에 공존했지만 그들이 저마다 떠올리면서 글을 펼치는 것의 분위기는 분명히 달랐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의 시간들로 채워진다. 그녀는 때로는 그녀가 불법 낙태수술을 받았던 침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 사진을 보면서 그녀는 떠올렸던 그녀만이 경험한 기억의 흔적이기도 하다. 순간 사랑과 함께 떠올리는 것이 낙태라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뇌리에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에 아련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성이 즐겼던 사랑과 남성이 즐겼던 사랑의 사진의 용도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가장 깊게 드리웠던 것은 그녀의 유방암과 실제 자신이 경험한 사실적인 육체적인 상황들이다. 밀접하게 전해주는 유방암 치료 과정들이 그녀의 사랑과 사진들과 여행들에서 그려진다. 사진은 그녀의 유방암 치료 과정 중의 사랑한 사람과 보낸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동의하고 함께 글을 기록하고 서로의 글들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는 아직도 간극이 크기에 이 책은 놀라웠다.

"나는 단연코 당신만큼 페미니스트인 여자를 본 적이 없어."

나는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사실상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남성들을 대하는지 알지 못한다. 135쪽​

삶과 죽음을 직시하는 사진들이다. 그녀가 무엇을 가장 안타까워하는지 글에는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죽음이 가지는 의문의 물음표들에 그녀는 이 사진들에게도 묻기까지 한다. 그가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그녀에게 언급한다. 그녀가 떠올렸던 순간의 생각들도 책에는 재미있게 회상되고 있다. 그녀에게 페미니스트에 대해 가장 크게 영향력을 준 어머니부터가 떠오른다. 그녀의 다른 책 <진정한 장소>에서 언급된 내용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녀의 책들은 시리즈로 함께 읽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녀의 솔직함, 그녀의 경험들과 문학은 신선한 획이 되어주었다. 읽을수록 그녀의 작품들은 더 매력적으로 끌렸다. 유방암을 대면하는 그녀만의 스타일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그 시간들을 함께 하면서 그녀를 사랑한 M의 글들도 함께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시간이 가졌던 한정적인 그날들의 그들의 사랑과 죽음을 바라보았던 그들의 방식, 삶의 기록들이 책에서 말을 건넨다. 사진의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사진에 대해서 깊게 사유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노래와 사진이 가지는 용도에 대해 함께 떠올려보았던 것 같다. 가보지 않았던 길로 인도되어 사진이 가지는 용도까지 인도되었던 시간. < 사진의 용도>

어떤 사진도 지속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사진은 대상을 순간에 가두어 버린다. 과거 속에서 노래는 확장되어 나가고, 사진은 멈춘다. 노래는 시간의 행복한 감정이며, 사진은 시간의 비극이다.  1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