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쉼을 가져요 - 임선영 여행 에세이
임선영 지음 / 북노마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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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을 가진다는 의미는 많은 의미들을 함축한다. 질주하듯이 달려야 하는 한국 사회의 학생들과 직장인들에게는 한계점이라는 곳에 다다를 때가 있다. 그때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과 휴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의식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인들에게는 휴가마저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나라들은 긴 휴가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한국의 직장인에게는 긴 휴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쉽게 가져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긴 휴가를 떠나며 주위의 걱정들을 이해하면서 고마워하기까지 한다.

나는 여전히 내면의 파도를 잠재우려고 떠난다. 13쪽

​목적지는 파란 도시 헬싱키와 온도차가 느껴지는 탈린이다. 13쪽

여행 에세이는 오랜만이다. 좋아했던 작가의 여행 에세이는 서점에 보이면 또 꺼내어 보게 된다. 사진 이미지가 너무 좋아서 자주 꺼내어보는 책들이 있다. 이 책도 여행 사진들이 상당히 많이 실려있는 책이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사진들은 나무들로 가득한 공원의 사진들이다. 그리고 서점의 풍경이다. 또 하나는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 손님들의 모습들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도 편안해 보여서 좋았던 사진들이다. 개성이 느껴지는 매장의 물건들과 옷들과 커튼들과 소품들도 깊은 잔상으로 남겨져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푸르른 초록빛의 나무들과 짙은 초록빛이 가득한 공원들이 매우 인상적인 여행 사진들이다.

그리고 문장들이 개성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읽게 되는 문장들도 다수 있었던 책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일을 그만두고 여행한다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먼 곳으로 떠날 만큼 휴가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익숙한 곳을 두고 오래 떠날 만큼 지쳐버린 거야. 11쪽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독특해 보인다.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아무리 외쳐도 기업의 입장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그런 나라이다 보니 결국 쓰러지고 넘어지는 것은 노동자뿐인 나라가 한국이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가 떠난 여행은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자신을 만나고자 먼 여행길을 선택하였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주위에는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힘겨움을 호소하는 것도 많이 듣기도 하였다. 복지가 좋고, 휴가는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 근무시간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근로계약을 하도록 이야기하는 편이다. '한국이니까 괜찮아.'라는 무례한 사고방식이 결국 사회 이슈가 된 외국기업도 떠오르기까지 한다. 긴 여행을 떠난 저자의 글들은 짙은 초록빛으로 다가왔던 글들이라고 떠올려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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