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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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된 저자는 전남 나주의 나환자 정착촌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이 책에 담아낸다. 책 제목처럼 증인이며 증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책 한 권이다. 날짜별로 기록된 회고록. 그가 한국에서 경험한 글들은 그의 시선에서 그 당시 모습들을 전해준다. 풍경들과 가옥들, 나환자의 생활환경과 가족들과의 관계들과 경제생활들이 기억들과 함께 펼쳐진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려면 사람들의 시선들에 그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어려움들이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는 일부러 나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악수'를 하였다고 전한다.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행동으로 말없이 환자들에게도 보여주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작은방, 일주일에 한번 가는 목욕탕, 자전거, 혼자 걷는 산행을 좋아했음을 알게 된다. 쌀밥과 김치, 김 등이 생소해서 체중이 감량되어 아주머니가 걱정하는 모습도 회고한다. 양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환자 정착촌의 모습들도 차분히 떠올리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대학생들의 데모하는 모습과 버스터미널에서 목격하는 군인들의 젊은 학생들을 구타하는 모습은 그에게 충격을 남긴다. 계속되는 질문들과 버스 안 승객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과 표정들까지도 그는 또렷하게 기억하며 회고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그가 직접 경험하고 본 것들을 기록한다. 그의 증언들은 역사이며 기록이 된다.

글과 함께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는 회고록이다. 이방인들의 시선에 한국은 어떠한 상황이었을까?

저자가 계속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들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평화봉사단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어떠한 언행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게 된다. 그의 눈앞에서 펼쳐진 총격의 흔적을 남긴 버스들과 혈흔들, 그리고 사라진 승객들의 행방은 그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독일 기자들의 통역 역할을 수행하면서 광주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언론이 거짓된 정보를 보도하고 있음까지도 그는 직접 경험하게 된다. 도청에서 목격한 할머니와 어린이의 시신은 그에게 더욱 충격을 남긴다. 젊은 청년들만이 희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헬기로 총격을 가하여 피살된 할머니와 어린이의 사체였기 때문이다.

5,18 관련 책들을 이미 여러 권들을 읽었는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어린이가 총격에 피살된 것이었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어린이 시신에 대해서 기록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차별하게 국민을 사살한 그들은 누구이며, 발포 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인가는 역사에 반드시 드러나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왜 광주시민들이 정부에 의해서 철저하게 버려져야 했었는지는 이 책은 분명하게 명시해 준다. 김대중, 전라남도, 대학생들, 김대중 체포, 계엄령, 전두환 ....

며칠 전에 광주에서 전두환 재판이 있었고 그가 보였던 과거의 언행과 재판하는 날의 그가 보여준 언행들은 국민들의 관심을 충분히 주목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날의 광주시민들이 느꼈을 분노와 충격, 가족들의 죽음, 군인들이 보였던 과격한 충격들은 그 당시 목숨처럼 지키고 진실을 전하고자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까지도 함께 기억하게 된다. 진실을 왜곡하고 변질시켜서 기나긴 시간 광주 사람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만들었던 사람들도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책은 불꽃이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던 책이 바로 광주 5.18책이었다. 이해되지 않고 믿을 수 없었던 한국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 당시 받았던 충격은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연장선이 되었기에 책은 말없이 진실을 전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은 무서운 힘을 간직한 것이다. 읽는 자만이 볼 수 있는 것이며 보이는 것의 힘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게 되기에...

오늘도 읽는다. 그동안 읽었던 5.18 책들의 기록들과 중첩되어가는 기억들은 또 한 번 선명하게 진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된 이유도 분명히 전한다.

지금 우리에겐 목소리가 없어.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게. 할머니는 두려움이 없는 눈으로 나를 뚫어질 듯 보았다... 나는 여기에 '목격하기 위해' 있었다. 그 할머니가 내게 분명한 임무를 준 것이다.

나는 할머니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40년이 지난 이제야, 그 책임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책 중에서 -

역사의 사실 앞에 시간은 흘러왔다.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보았지만 시간의 흐름 앞에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5.18 광주시민들이 보여줬던 모습들도 쉽게 잊히지 않았던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정부는 광주시민들을 버렸지만 광주시민들은 학생들의 외침과 정부가 보이는 모습에 분노했고 총격으로 거리가 지저분해지면 자발적으로 시민들은 거리를 청소했다고 저자는 기억한다. 늘 깨끗한 광주 거리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도 놀라워하는 광주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습과 군인들을 사살하지 않고자 무기를 반납하는 모습과 시민들을 설득하는 지도자들의 모습까지도 책은 전한다. 광주시민들이 원하였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책은 목소리를 전한다.

민. 주. 주. 의

광주의 택시 기사들과 버스기사들이 군인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고자 희생한 내용도 이 책은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왜 군인들로부터 시민을 지켜내야 하였는지 아이러니할 뿐이다. 광주에 왔던 군인들은 누구이며, 광주의 시민들을 희생시킨 발포명령권자는 누구인지 우리는 묻게 된다. 그 당시 미국이 보여줬던 모습까지도 저자는 모두 회고해 주고 있다.

역사는 잊히지 않아야 한다. 그 누군가가 잊고 살면 그 역사는 또 반복될 수 있기에....

민주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면서 이룩한 것임을 또 한 번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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