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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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언급되었던 『자기만의 방』 책을 읽었던 5월이다. 처음에는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느새 문장의 흐름을 감지하면서부터는 무난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여성으로써 시대적인 상황과 계급적인 정황들을 유추해보면서 읽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관습이 가지고 있는 두터운 장벽에 그녀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의 요점은 분명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이 재산권을 가진다는 것, 여성이 선거권을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된다. 뒤집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이 책의 내용에서도 충분히 열거되고 있는 시간이 된다.

저녁 식사를 잘 하지 않으면, 잘 생각할 수도, 잘 사랑할 수도, 잘 잘 수도 없습니다. 31쪽

우리의 어머니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기 문제를 아주 중대하게 잘못 처리해 온 것은 분명합니다. 38쪽

가난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부는 어떻게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39쪽

한쪽 성의 안전과 번영과 또 다른 성의 가난과 불안정함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39쪽

하지만 이 모든 걸 끝내려면 필히, 가장 오래 살고 무수히 많은 눈을 가졌다는 평편을 듣는 코끼리떼나 거미떼가 되어야겠다는 절망적인 생각... 강철 발톱들과 청동 부리도 반드시 필요... 43쪽

지루하고 기나긴 싸움이 될 거라는 예감들을 미루어 짐작해보게 한다. 하나의 성만이 가지고 누렸던 선택들을 함께, 공동으로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았던 행보였다는 것도 짐작해보게 한다. 여성의 선거권도 쉽게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함께 떠올려보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미투 운동으로 여성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움츠렸던 목소리들이 세상 속으로 하나둘씩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놀라워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고 견디어내야 할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 번 조명해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기도 하다.

성의 분리가 아닌 진정한 공통의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임을 이 책을 통해서도 정리해보게 된다.

저는 개개인으로서 우리의 짧고 분리된 삶이 아닌, 진정한 공통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179쪽

페미니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시절 책을 통해서였다. 페미니즘은 나의 결혼의 시작부터 많은 움직임이 되었고 관습을 답습하지 않고 함께라는 의미에서 출발하는 시발점이 되어주었고 지금까지도 평등한 결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성 혐오, 남성 혐오로 잘못 인지되면서 페미니즘이 부유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진정한 공통의 삶을 향하기를 더 기도해보게 되는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던 책이다.

여성의 글쓰기가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서도 문학이 되었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학이라는 교육을 여성이 받고, 자기 재산을 가지는 여성이 된다는 것과 투표권이 생긴 여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 다시금 떠올려보게 해주는 시간이 된 책이다. 익숙하고 늘 여성들에게 있었던 권리였다고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면서 이루어낸 결과였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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