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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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신간소설이다.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책표지와 사이즈까지도.

활자로 채워진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림도 담겨있어서 한결 좋았던 소설책 한 권이었다.

아크릴화가 여러 점 실려있어서 소설의 감정들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소설이다.

작가의 신앙적인 배경들이 작품 속에서 소재가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면 안 되는 두 사람이 있다. 하지만 감정은 이성으로 통제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좋아한다는 표현도 못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종이 되도록 기도하였던 한 소녀부터가 떠오른다.

광주 항쟁, 갑작스럽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강제로 옷을 입혀서 끌려간 아버지, 고문, 고문 후유증과 소녀의 아버지의 죽음은 가난이라는 암울한 현실이 된다. 이어지는 이사와 전화번호조차 없었던 상황들을 소설 속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첫째 아이는 독일로 유학을 보내는 결정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기에 유학 생활도 고단하였음을 소설에서도 우리는 짐작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 민주화 항쟁으로 희생된 지식인의 죽음이었다. 남겨진 가족들의 녹록지 않은 삶들로 날카롭지 않게 그 시대를 지목하기도 한다. 밀착되지 않았지만 그 시대와 사건들은 남겨진 가족들에 의해서 기억되고 있음을 작품 속에서도 만나게 된다.

4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고 만남까지도 약속되었다. 소녀였던 그녀는 이제는 손녀를 곧 만나게 될 나이가 되었음을 알려준다. 묻고 싶었던 질문들도 있다. 그 만남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만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좋았던 것인지 선택이라는 기로에 서게 된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선물은 때로는 서툴고 낯설고 어색한 감정일 때가 있다. 첫사랑이라는 추억이 그렇다. 읽는 내내 나의 첫사랑을 여러 번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감사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이루어진 첫사랑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이 되어 저마다 자신들의 첫사랑들을 떠올려보면서 많은 가정들과 선택들을 쉼 없이 떠올려보게 될 소설이 아닐까 싶다.

계획하고 궁리하고 애쓰지만 결국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게 삶과 비슷하구나,라고. 196쪽

죽음 앞에서 우리는 새삼 생각하고는 한다. 죽음이란 무엇일까가 아니라 산다는 게 무엇일까, 하고. 167쪽

완벽한 신뢰. 완벽한 믿음에 대해서도 소설은 말한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신뢰와 믿음을 첫사랑에게서 떠올릴 수 있는가. 그것이 신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마지막 퍼즐이 된다. 기억이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나의 첫사랑도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완벽한 신뢰와 완벽한 믿음이었는지 떠올려보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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