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살아야겠다고 중얼거렸다 -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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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도 휴식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의 허기

예민하고 소중한 나를 위해 읊조리는 회심의 한마디

세월은 속절없이 흐를 것이고

세상은 갈수록 낯설어질 것이다

(책표지글 중에서)

책을 휘리릭 넘겨보면서 느꼈다. 낯설지 않다. 역시나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에 저절로 상기되는 책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평온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그림의 여백과 글의 여백들이 충분히 넘쳐서 책장을 바쁘게 넘길 수가 없었던 책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음미하는 그림과 글은 서서히 그렇게 물들여주는 책이었다. 적어도 충분히 적셔주는 책이었다.

어른이 많지만 우리가 찾고 있는, 만나 뵙고 싶은 어른은 찾기가 힘든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래서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하며 흔들림 없이 바라보며 걸어갈 길을 비추고자 책을 다시금 펼쳐보기도 하게 된다. 이 글에서도 그러한 묵직한 자신과의 약속과 다짐들이 안개처럼 내려갈려있는 것을 여러 번 마주하기도 한다. 지식과 지성, 지혜에 대한 저자의 혜안까지도 독자와 호흡해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여러 번 읊조리게 하는 글들을 무수히 만나게 하는 시간들이 된다.

현재 내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척도들, 깊이와 면적과 수량 등은 얼마든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밖에 늘어나는 것이 없는 인생이란 얼마나 허망한 인생인가. 181쪽

지식과 지성과 지혜는 같은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들이다.

그러나 숙성 정도에 따라 상당한 수준 차이를 나타내 보인다. 139쪽

이 책은 활자들로 가득하지는 않다. 오히려 여백이 더 많이 느꼈던 글들이었다. 그 여백을 책을 마주한 독자가 서서히 채워가야만 하는 글들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무수히 많이 쉬어가면서 글들을 떠올리면서 나의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주어진 우리들의 인생을 어떻게 이웃들과 어우러져서 살아야 하는지도 비추어주는 글들을 만나게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새것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새해다. 238쪽

인생과 예술과 사랑을 얘기하자.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일으켜 세우자.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편들어 주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치료해 주고 슬픈 사람이 있으면 위로해 주자. 서로 따뜻한 이웃이 되자. 206쪽

행복이라는 것을 많이 배웠고 알아가면서 현재에 충분히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한 오늘의 희생이 아니라 지금 오늘을 행복하게 스스로 가꾸며 살아가게 해준 것도 책이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행복했고 이웃을 위한, 때로는 나를 위한 노력들로 채워가는 하루가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기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도 독자들과 호흡하는 글귀들을 자주 만나보게 해준다.

욕심만 조금 줄인다면, 우리 주변에는 아주 적은 돈만 들여도 행복해질 수 있는 여건들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며칠간 식사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 창문을 상쾌한 기분으로 열어젖힌다. 111쪽

매일 마법 같은 주문들을 건다. 평온한 하루 보내자는 주문은 하루가 평온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지면 시련도 슬픔도 아픔도 이겨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엄청난 놀라운 에너를 발산하기까지 한다. 사랑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는데 이 책에서도 사랑에 대한 글들도 자주 등장한다. 많은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한마음으로 말하는 것이 사랑이다. 미움, 질투, 시기, 음모, 차별, 혐오 등의 단어들이 가지는 공통분모가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채소, 꽃, 생물들 그림들이 실려있다. 우리가 몸과 영혼을 위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읽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글과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전한다. 병든 글은 읽는 이를 병들게 만든다. 진실의 신선도가 생명, 무엇이든 부패해서는 안 된다. 182쪽 신문을 두 종류로 동시에 매일 읽고 있다. 성향이 다른 언론의 기사들을 읽고 있노라면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에 많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전달하는 기사인지, 거짓 뉴스인지 독자가 선별해야 할 만큼 언론의 위상은 위태로워진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신선한 음식을 먹고 있는지, 영혼을 살릴 수 있는 글을 읽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분별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 책의 그림과 글들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다시금 정리해보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라는 책표지의 글처럼 우리의 버티는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돌아보게 해 준 책이다.

눈여겨보면 어린이를 위한 나라도 없고, 젊은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가난뱅이를 위한 나라도 없으며, 학벌이 낮은 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빽이 신통치 않은 사람을 위한 나라도 없으며, 외로운 이들을 위한 나라도 없다.

세상은 거의 전쟁터에 가깝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모두들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집만 나서면 모두를 적으로 간주한다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다.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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