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반양장, 일반판)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를 TV 화면을 통해서 처음으로 봤다. 글쓰는 허지웅입니다. 소신 있게 말하는 자신만의 분위기가 분명하였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글은 처음으로 만나보게 된다. 글들은 연도와 기록한 시점들이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학창시절, 20대의 시간들과 사진들이 함께 책을 이루고 있다.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글의 시점이 지금과는 간극이 있기도 했고, 시대가 그만큼 또 변화했다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그의 가족 이야기 특히 어머니에 대한 글은 묵직하게 전해지는 글들을 몇 번씩 만나게 된다. 어머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느낌과 아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느낌들이 비슷한 기류로 흐르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자식은 왜 엄마에게 그만큼 다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건지 글을 통해서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아쉬워하고 뒤돌아 후회도 하지만 본심은 그대로 투영이 되고 만다. 엄마를 향하는 그 마음들이 모두 그대로 녹아흐르는 글들을 마주하게 한다.

너무 솔직한 글이라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처음 화면에서 봤던 분위기가 글에서도 일맥상통하듯이 흐르는 기류가 있었다. 그만의 특색을 가진 글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치열한 삶을 조금이나마 듣게 된다. 알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들을 조금이나마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주부이다 보니 그만의 청소법에 관한 내용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따라갈 수 없는 청소의 비법은 책에서만 풀어놓고 있다는 사실. 독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된다.

책을 통해서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았다. 그리고 가려진 진실들이 어떻게 흐릿해지는지도 글을 통해서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뜨겁게 충만할 때보다 냉소적일 때 했던 말과 글이 더 오랜 시간 유효하다....선의와 당위, 정의와 상식, 시민의 힘이라는 단어에 매료된 멘탈이 현실을 얼마나 뜨겁고 멍청하게 기만하는지 잘 보여준다. 101쪽

아주머니의 한을 이루고 있는 검붉은 낱알들, 그 표정을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어떤 가치판단도 부질없다는 느낌이다. 97쪽

어쩌면 나는 그 하루를 발견하기 위해 한 해를 꼬박준비하고 기다리는지 모른다. 73쪽

여경이 나타났다.곧 연행에 들어가리란 예고다.주변 cctv가 모조리 꺼져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폭력경찰 물러가라" ... 124쪽

광주는 사진 한두 장의 느슨한 인상으로, 낡은 구호로, 공동화한 기억으로 타자가 되고 말았다. 120쪽

키베라의 아이들은 선물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단지 손을 잡아주길 바랐을 뿐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필요했다. 희망이 필요한 떄다. 103쪽

처량해서 처연하다. 126쪽

아무 일도 없는 동네 골목길이 너무 평온하고 서운해, 나는 조금 울었다. <2008년 5월 25일 새벽 청계광장 >1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