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걷는사람 시인선 13
김은지 지음 / 걷는사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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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책 표지를 보면서 책을 고르게 된다. 특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은 한 번 더 눈길이 머무르게 된다. 손길이 가고 책을 펼치게 한다. 그리고 몇 페이지를 읽으며 선정작이 그려내는 그 세계 속으로 잠시 떠나보게 한다.

책표지 디자인에도 많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첫눈에 이끌리는 책이란, 책표지를 보고 책 제목을 읽으면서 손길이 갈지 말지 선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책표지도 느낌이 좋아서 시집에 대한 시들을 읽게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시각적인 부분도 무시하기 어렵다. 시집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니다 보니 읽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에 감사하게 된다. 시집 한 권을 천천히 걸으면서 아끼는 향수를 뿌리듯이 읽었던 것 같다.

아침 방송에 나왔던 전문가의

다른 사람의 말을 존중하라는 명령문

그야말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말로 들렸다 (108쪽. 게스트 하우스 중에서)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밑줄 친 표시들이 제법 많았던 시집이다. 어떤 시는 어려웠는데 뜻밖에 뒤편에 '해설'코너가 있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라면서 시인들과 시어가 가진 여러 함축적인 의미들까지도 들어볼 수 있었던 시집이 된다. 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많았기에 손길이 가지 않았던 책 중의 하나였다. 학창시절에 시를 배우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압박감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도 깊게 깔려있는 시를 대하는 자세를 이 시집을 통해서 한결 말캉말캉하게 매만져준 고마운 시간들로 떠올리게 한다. 치유와 같은 시간들이 되어서 시집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어떤 공무원이

바위섬에 내려

폐납을 제거한다.

(중략)

낚시에 사용하고 남은 폐납으로

물고기들의 납중독이 심각하기 때문에 (68쪽. 흰발농게들이 손을 흔드는 중에서)

낚시를 잘 모른다.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른다. 시 덕분에 '폐납'이 무엇인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무원이 폐납을 수거하는 작업을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폐납은 누가 버린 쓰레기인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폐납으로 인해 물고기들이 '납중독'에 걸린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었으니 그 누군가의 선택과 행동은 결국 우리들에게 부매랑이 되어 우리들의 식탁까지도 공격당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생선을 좋아하는데 생선도 예전만큼 사지 않게 된다. 육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행 중 길을 잘못 들어서 농로로 차를 몰았던 적이 있었는데 가축들을 키우는 곳이었다. 그곳을 지나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가면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현저하게 육류와 생선을 적게 섭취하게 된다. 생선은 바다가 오염되었기에 섭취를 많이 줄였다는 것이 이유이다.

예보되지 않은 호우와 폭설마다

지도에 책방이 나타납니다. (47쪽. 일곱 개의 일요일 중에서)

맑은 공기를 물어오렴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시간을 물어오렴 (42쪽. 북규슈 중에서)

시 덕분에 불편한 마음도 다시 회오리치기도 한다. 시 덕분에 책방이 지도에서 많아진다는 소식에 미소를 머금게 해주기도 한다. 서점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유연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소식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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