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한 번이라는 기회.

"내게 이름 하나만 주시오. 감쪽같이 사라지게 해주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조건이 주어졌다. 조건은 세 가지.

사흘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단 한 번의 제안이다.

낯선 남자, 강하고도 위험해 보이는 남자의 제안이다.

충분히 예감하듯이 그 제안은 위험한 악마와의 거래임에는 분명했다.

표지의 사진을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의 도입과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책표지의 그림과 상징성은 뚜렷해졌고 제목이 가지는 29초의 의미도 강열하였던 소설이었다.

생계를 홀로 감당하여야 하는 여성들도 있다. 두 자녀를 사랑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마저도 매우 좋아하는 여성으로서 진취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의식도 분명하지만 사회라는 장벽은 때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벽을 형성하면서 제자리에 머물게 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현장에서 떠나야만 하는 상황까지도 내몰리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이다. 여성 참정권이 아주 오랜 옛날에 생겨났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과 시점도 쉽지 않았음을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그 과정에 여성들이 각오하고 감당하여야 하는 역경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직장에서 경험하는 여러 과정들도 전쟁과도 같은 험난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헤치고 나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시간이 된다.

가정에서도 여성이 감당할 부당함도 많은 편이지만 직장에서 경험하고 넘어서야 하는 난관까지도 이 소설은 사실적으로 대변해주는 시간이 된다. 성희롱과 성추행, 승진하는 기회들이 사라지는 순간들의 부당함을 소설에서도 만나보게 된다. 그 자리까지 노력한 시간들과 청춘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많은 갈등을 하는 직장인들의 고뇌와 나쁜 제안들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직장여성인들의 여러 가지 사례들도 작가는 작품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이 선택하고자 갈등하는 순간들, 선택하고 난 후의 여러 가지 사건들은 그야말로 마지막까지도 반전을 간직하며 비밀이 진정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말하는 글이기도 했다. 정당한 것과 옳은 것 사이의 긴장. 선택지가 하나씩 사라지고, 법과 규칙이, 우리를 보호해야 할 그것들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그 경계는 어떻게 흐려질까요? (478쪽)

성추문을 예시로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어느 시대이든지, 어느 나라이든지 여성이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 무엇인지도 알려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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