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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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단숨에 읽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남는 여운이 깊게 흐르는 책이다. 20년 전의 자신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어떠한 말을 건네줄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20년 전의 나는 지금보다도 열정적이었다는 것에 고맙기까지 하다. 쉽지 않을 거라는 길도 머뭇거림 없이 도전하며 이루었던 20년 전의 나. 이 소설에서도 20대의 주인공과 20년 후의 40대인 주인공, 그리고 또다시 20년 후인 60대인 주인공 친구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그 나름대로 의미들이 많은 나 자신이 되어 미숙하고 폭이 좁은 사고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경험하고 여물어가는 시간은 그 나름대로 성숙한 자신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응원하게 된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도 아니며 모두에게 성숙이라는 열매가 주어지는 것도 아님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보게 된다. 그 열쇠도 소설을 읽는 독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된다.

소설이지만 여러 가지 영감을 받은 작가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더 흥미롭게 정리가 되는 소설이 된다. 이 작품의 기반이 되는 여러 소재들은 작가의 경험과 어우러져서 잠이라는 소설로 탄생하게 되었음을 짐작해보게 한다. 우리들도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성취도 하지만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서기도 하는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후회가 아닌, 미련이 아닌 그 경험으로 배우고 습득한 또 다른 가르침으로 길이 열리고 있는 순간인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소설이 된다. 여행도 같은 맥락이 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사고가 열리고 확장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의미 없이 경험한 것들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이 어머니의 사고를 후회하는 순간, 20년 후의 자신이 건네는 대화가 다시금 떠올려지는 순간이 된다.

변화하고 질주하는 것이 성공인 듯 광고나 언론에서는 끝없이 제시하는 사회에 살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아내가 말하는 '항구성이 쇠락을 의미하진 않아요. 있으면 행복해지는 곳,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있는 곳,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있는 곳을 찾았다는 뜻이요.이런데 굳이 변화를 꾀할 이유가 있을까요?...세노이족과 살면서 하는 철학적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129쪽)' 진정한 철학을 하면서 읽어간 책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인 것과 언론들이 가진 맹점까지도 소설은 냉철하게 지적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에 읽은 경제도서에서도 저자가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시청자, 신문 구독자가 되어서 분별하는 힘이 필요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음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보게 된다. 돈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축에 의해서 진실은 때로는 덮어진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2번의 사건들을 통해서 경험해보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 돌고래들, 클라인의 병, 자각몽 등을 통해서 작가가 매만지는 잠이라는 작품은 충분히 충족되는 작품이 된다. 이 작가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청난 독자들의 인파와 긴 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항구성이 쇠락을 의미하진 않아요. 있으면 행복해지는 곳,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 있는 곳,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 있는 곳을 찾았다는 뜻이요.이런데 굳이 변화를 꾀할 이유가 있을까요?...세노이족과 살면서 하는 철학적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129쪽)‘

우리는 진보를 바라지 않아요...

우리를 둘러싼 것과 조화롭게 살길 바라죠....

당신은 진화하지 않고 늘 같은 상태로 머무르는 세상에 행복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나요?

없어요. 그가 냉큼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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