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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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쩐지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무작정 읽진 않았다. 이걸 영화로 옮긴 걸 먼저 본 다음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그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영화를 먼저 선택했다. 어쩐지 그렇게 하는 게 더 읽기 편하고 쉬울 것 같았다. 읽어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주 어렵거나 난해한 내용은 아니다. 그냥 나랑 맞지 않는다는 말은 하게 될 것 같고.

 

 

3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군사학교를 막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가 타타르인의 사막이라 불리는 넓은 평원을 마주한 북부 국경지대의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되어, 평생에 걸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가상의 적군을 기다리며 펼치는 이야기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군대의 일상과 드넓게 펼쳐진 황량한 사막, 그 경계지대에서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오직 지평선 너머에서 여기로 언젠가 진군해올 적뿐이다. 이 불확실한 기다림과 반복되는 군대생활 사이에서 천천히 늙고 병들어가는 드로고는, 마침내 적이 왔을 때 새 병사들로부터 요새에서 쫓겨나, 어느 무명의 여관에서 인생 최후의 적 죽음을 맞는다.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에 관한 기막힌 알레고리가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난 명작.”

 

 

특별히 재미나거나 유쾌한 혹은 읽는 흥미를 돋우는 순간은 없었다. 무료한 바스티아니 요새의 일상과 같다고 해야 할까? 읽으면서도 그 무미건조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있다. 짧아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디노 부차티는 한국에서도 그간 이어령, 김현, 서영은 등 문인들의 독서 노트에서도 줄곧 언급되어왔다. 이 소설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위험이 언제 닥칠지 모른 채 미래의 영광을 상상하며 희망의 대기실과도 같은 요새에서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은 오늘날 기후, 환경, 경제, 보건, 정치 등 각종 위기에 맞닥뜨린 채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직은 40대고 그나마 젊다고 말할 수 있을 나이라서 심드렁하게 읽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나이를 먹는다면, 세상을 더 겪는다면 달리 읽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얼핏 들었다. 아니, 좀 더 예리하고 섬세해지면 마음에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서일까? 나중에 다시 읽어도 이게 마음에 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식의 소설을 읽을 때 흥미 있게 읽은 경험은 없어서인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영화가 주었던 수준 정도로 소설을 즐기게 된 것 같다.

 

영화도 나쁘진 않았다.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지.

 

어쩐지 이런 생각은 해본다. 이 소설의 주인공 조반니 드로고처럼 나란 사람의 삶도 비슷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재미도 흥미로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게 슬프거나 비극은 아니겠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나랑 다를 것 없어서 무덤덤하게 읽혀진 건 아닐까?

 

 

이 작품 발표 당시, 이탈리아는 1차대전이 끝나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에서 이 파국의 체제에 저항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안팎으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였다. 이런 대기 속에서 나온 이 소설은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와 끝없는 무의 세계에 관한 알레고리를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었다. 누가 적이고 그 적이 실로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른 채 끌려가는 부조리한 세계에 볼모처럼 잡힌 불안한 인간의 운명은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미혹과 실수와 고뇌로 얼룩진 한 편의 우화 같은 악몽으로 화한다.”

 

 

 

#타타르인의사막 #디노부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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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1
후루다테 하루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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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들어본 적 없어서 (누가 추천한 적도 없고) 무척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다채로운 등장인물, 멋진 대사, 멋진 장면, 흥미진진한 이야기 진행 등 명작이 갖춰야 할 것들이 전부 들어가 있었다. 너무 뒷북인가? 무척 재미나게 즐겼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고.

 

 

주간 소년 점프에서 201235일부터 2020720일까지 약 8년 반 동안 연재되었다. 역대 소년 점프 스포츠 만화 중 누계 부수 3위에 랭크된 초히트작이다.”

 

 

한때 배구에 (약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금방 시들었는데, 이걸 보게 되니 다시금 배구를 찾고 싶어진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의도는 아주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배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니 알든 모르든 누구나 좋아할 내용이다.

 

 

기존의 배구 만화들이 에이스 스파이커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경향이 강했던 반면, 하이큐!!는 세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꽤 긴 연재였지만 따져보면 전국대회는 후반부에서만 (4경기가) 진행될 뿐이고, 그것도 시합 중 교체와 8강 탈락으로 아쉬움 가득했으며, 그 이후는 급작스러운 몇 년 후 전개라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마무리하고 있어서 팬들은 (개인적으로도) 불만스러운 진행으로 끝내고 있어서 꼭 이래야 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더 다룰 게 있었고, 그래서 어쩐지 아쉽기만 하고. 근데, 더 이어갈 수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 재미(와 흥미)를 계속해서 지켜낼 수 있었을지는 아리송하다. 과연 해낼 수 있었을까? 그래도 이런 식의 급전개는 무척 아쉽다. 주인공과 주변인의 성장하는 모습을 혹은 그들이 배구를 더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주인공 팀에 편중되는 점이 없고 오히려 상대팀의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조명하는데, 이런 점도 본작이 상당히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다. 1회전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약체팀들에도 포커스를 맞췄다. 이들을 단순히 주인공 학교의 1승 제물로 등장시키지 않고, 그들 역시 배구와 함께 고교 시절을 보내는 청춘임을 묘사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대부분의 팬들이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꼽을 때 꼭 언급되는 40'승자와 패자'(애니메이션의 경우 16). 인터하이 1차전이 끝난 후 1회전에서 탈락한 23개 팀 모두를 한 컷씩 다 그려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우리들도 했어, 배구를"이라는 대사는,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또한 일반적인 소년 만화 스포츠물과는 다르게 선수뿐만이 아닌 여성 매니저나 주변 인물, OB나 코치, 여성 배구팀 같은 주변 사람들도 저마다의 드라마를 가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깊게 풀어나가는 경우도 많으며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주역이 되는 경우도 많아 호평받는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고른 관심을 주고 있어서 더 많은 걸 다뤘으면 싶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좀 쉬다가 그런 것들을 다시 풀어냈으면 좋겠지만 그러진 않겠지? 실컷 재미나게 즐겼다.

 

 

 

참고 : 제목의 뜻은 배구(排球)의 일본어 독음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자인 排球라고 쓰지 않고 가타카나로 표기한다는 것이 특징이라 그냥 배구라고 하면 촌스러운 이름이 될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맛깔나는 제목이 되었다.”

 

 

 

 

#하이큐!! #ハイキュー!! #Haik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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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다섯 밤의 기록, 개정판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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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책()은 많이 있었다. 그런 책들을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읽어봤지만 그렇게 끌리는 건 없었다.

 

제목이 무척 인상적이라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쥐게 되었고,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 펼치게 됐다. 하지만 읽은 다음에는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정말로 만날 수 있었음에 기쁨을 느꼈다. 깊은 위안을 얻었고.

 

여러 좋은 평가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서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에 큰 위로를 혹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읽는 것에, 쓰는 것에 슬슬 재미를 잃어가고 있을 때, 나란 사람의 한계나 부족함에 좌절하고 있을 때, 이 책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어줬다.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부제 책과 혁명에 관한 다섯 밤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책과 혁명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쓴 인문 에세이다. 읽기 쉬운 서간 형식으로, 동서양의 문화부터 역사, 철학 분석과 그만의 새로운 해석까지 상당히 깊고 다양한 내용과 분야를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다. 읽고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이다. 문학의 종말과 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시대이지만, 이러한 논란은 수백 년 전에도 있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목숨을 걸고 책을 읽기도 했다. 그 시대, 종교개혁을 비롯해 시대를 바꾼 혁명은 앞서 이야기했듯 책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미래의 희망 역시 책을 읽고 쓰는 데있다. 지식과 깨달음이야말로 인간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혁명으로서의 책 읽기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이 시대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세상을 변화시켜달라고 두 손을 모아 신에게 기도하는 것보다, 그 손으로 책을 들어 읽고 또 읽고, 고쳐 읽고 다시 고쳐 쓰는 행위 자체가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책을 읽는 행위가 위대한 이유는 그 자체가 혁명이고 또한 혁명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아직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읽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책을 읽으려는 걸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버렸으니 그걸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말없이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읽자. 뭐든. 어떤 것이든.

 

 

#잘라라기도하는그손을 #책과혁명에관한다섯밤의기록 #사사키아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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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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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blog.naver.com/ghost0221/223392024374

참고 : https://blog.naver.com/ghost0221/223697423447

 

 

 

사람마다 각자 선호하거나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사랑이든 전쟁이든 역사든 범죄든 뭐든. 그것이 고급지든 저급하든 노골적이고 음탕하고 때로는 역겹거나 음란하거나 유치하든 말든 어떤 식으로든 그걸 읽는 사람이 마음에 든다면 그걸로 그만이다.

 

하라 료라는 작가가 있다. 아니, 있었다. 지금은 생존하지 않는 사람이다. 재즈피아니스트였다가 작가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얼마 전 사망을 했기에 이제 더는 글을 쓸 수 없는 작가다. , 고인이다.

 

그가 남긴 몇 개의 장편 소설이 있다. 그리고 약간의 단편이 있고. 통상 사와자키 시리즈라고 불리는 범죄 소설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과 소설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항상 따라다니고 그걸 특별히 부정할 생각도 없을 것이다. 아류라고 말하더라도 가볍게 웃어넘기지 않았을까? 말없이 담배에 손이 갈 것 같고.

 

몇 년 전 대충 2년에서 3년 전 정도에 그의 소설을 알게 되었고, 접하게 되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지만 뭔가 짜릿함을 느꼈고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급격한 흐름도 없고 격렬한 뭔가도 없겠지만 흥미진진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에 냉담함이 감도는 묘한 매력이 있는 사와자키라는 이름의 탐정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바로 내가 찾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그는 고인이 되어 새로운 글과 소설을 접할 순 없게 되었고 읽었던 걸 다시 반복하면서 더 깊이 음미하는 방법 말고는 없게 되었다. 혹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글이 출판되길 기다리거나.

 

개정판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의 개정판은 번역에 문제가 많아서 개정이 꼭 필요했다지만 이번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했음에도 개정이 되었다. 앞선 그리고 이어진 소설들과 디자인이나 여러모로 시리즈로 맞춰놓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일종의 추모의 의미도 있진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

 

 

“2013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하라 료의 안녕 긴 잠이여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사이 작가의 부고가 전해졌고, 더는 그의 새로운 문장을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하라 료의 시선과 탐정 사와자키의 이야기는 지금도 또렷하게 살아 있다.

하라 료 전 작품을 국내에 독점 소개해온 비채는 이번 전면 개정판을 위해 번역을 다시 다듬고, 시리즈와 결을 맞춘 새로운 재킷 디자인으로 책을 단장했다. 떠난 거장을 기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사와자키와 함께 도쿄 도심의 뒷골목을 걷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반가운 초대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깊은 애도를 보내는 번역가 권일영의 옮긴이의 말(2025)’,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남등 여러 글에서 하라 료에 대한 애정을 밝혀온 소설가 박솔뫼의 진심 어린 추천사를 함께 수록했다.

도쿄 도심의 그늘, 신주쿠에 위치한 허름한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 안녕 긴 잠이여는 일 년이 넘게 도쿄를 떠나 있던 사와자키가 오랜만에 사무소로 복귀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구석구석 해묵은 먼지나 쌓여 있을 줄 알았던 그의 예상과 달리, 낯선 노숙자 한 사람이 사와자키의 귀환을 반긴다. 의뢰인의 대리인일 뿐이라는 노숙자의 자기소개가 이어졌지만 사와자키의 매의 눈은 그 또한 굴곡진 사연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데……. 이 도시의 어느 구석치고 범행 현장이 아닌 곳이 있을까? 지나가는 행인치고 범인이 아닌 사람이 있을까? 범죄 엔트로피가 끝없이 상승하는 비정한 도시에서 고독한 중년 탐정 사와자키의 신화가 펼쳐진다.”

 

 

알고 있는 이야기고 이미 2번 정도 읽었음에도 여전히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끌어지는 진행에 실종, 승부조작, 동성애 등등 이걸 이런 식으로 엮어내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되기도, 저걸 저런 식으로 묶어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고 이런 식으로 개정판으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그의 사망이 여전히 안타깝다. 이 시리즈가 더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글을 다시 읽고 또 읽는 방법 말고는 다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안녕긴잠이여 #하라료 #さら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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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병과 인류 - 정신병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카이 히사오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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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이다. 한때는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요즘에는 드문 방식으로 접하게 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에 관해서도 이 책에 관해서도 어떤 정보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이 읽게 됐다. 그래서일까? 뭘 말하려고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흥미롭게 읽는 순간도 있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그리고 꽤 흥미로운 글재주가 부족한 이해와 지식임에도 읽어보려는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일본 정신의학계의 일인자로 자리했으며 탁월한 문장가로 존경받는 노학자 나카이 히사오의 대표작이다. 정신병 중에서도 분열강박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소유 개념도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비강박적시대의 인류가 강박적인 농경·목축 인류에 떠밀려 어떻게 정신병적 소수자로 치달았는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박은 왜 오늘날의 인류사를 이룩하는 데 미덕이 돼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변천해온 역사에는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따랐는지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간다.

독일과 일본에서 유독 집착기질(멜랑콜리형)이 우울병의 전조(前兆)인 이유는 무엇이며 집착기질에 대한 독일과 일본의 평가는 왜 다른가, 라는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한편으로는 우울병이 없던 시기의 인류에 관한 고찰로 나아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의학의 배경사를 개괄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되는 사람이라면(이게 뭔 소린지? 라는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걸 먼저 읽어보고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앞쪽 '분열병과 인류''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과 같은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대충 2/3 혹은 1/2 을 차지하고 있는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에 좀 더 관심이 갔다.

 

 

독일과 일본에서 유독 집착기질(멜랑콜리형)이 우울병의 전조(前兆)인 이유는 무엇이며 집착기질에 대한 독일과 일본의 평가는 왜 다른가, 라는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한편으로는 우울병이 없던 시기의 인류에 관한 고찰로 나아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의학의 배경사를 개괄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분열병과 인류는 농경/목축민에게 밀린 수렵/채집민의 특성이 병으로 발전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분열병과 인류, 강박증의 전 단계이면서 일본 사회의 동력으로 작용해온 집착기질의 연원을 살피는 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정신의학사의 배경과 맥락을 한눈에 파악하는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의 총 세 장으로 구성된, 정신의학 전반에 관한 책으로 거듭났다. 분열병과 인류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유용했던 특성들이 시대가 바뀌어 정신병질로 재인식되는 양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며, 중세를 휩쓴 마녀사냥의 배경과 근대 정신병원의 태동 등 흥미로운 역사 소재들을 정신의학사의 맥락에서 진지하게 구성해간다.”

 

 

앞선 내용이 어떤 (문화적 혹은 지역적) 특수성과 시대와 세상의 변화에 따른 (정신적) 질병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라면 뒷부분 내용은 정신의학이 어떤 식으로 주술이나 다른 무엇으로부터 분리되고 떨어져서 의학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서구권 연구자가 아닌 일본인이 서구 정신의학에 대한 (일종의) 간추린 역사를 정리해냈다는 점에서 무척 이색적이면서도 그 지식에 혹은 노력과 열정에 감탄하게 되었다.

 

 

분열병과 인류는 정신병 중에서도 분열강박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소유 개념도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비강박적시대의 인류가 강박적인 농경/목축 인류에 떠밀려 어떻게 정신병적 소수자로 치달았는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박은 왜 오늘날의 인류사를 이룩하는 데 미덕이 돼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변천해온 역사에는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따랐는지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간다.”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문학 지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지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말 그대로 전문서적 혹은 전공서적이라 일반인들이 쉽게 읽긴 힘들겠지만 (또는 나란 사람의 수준이 낮아서 어려웠지만) 꽤 재미난 논의가 많아 어렵다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마음에 겁먹고 읽기를 미루기는 아쉬울 것 같다.

 

 

저자는 분열병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한다. 다만 분열병과 더 가까운 사람, 덜 가까운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 저자는 분열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이른바 분열병 친화자를 통해 분열병의 사회적 기원을 살핀다. 이를 위해 주목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수렵/채집민으로 살아가는 부시맨이다.

인류가 아직 수렵/채집민이던 무렵에는 소유도 권력관계도, 체계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강박도 없었다. 다만 시시각각 닥쳐오는 환경의 변화와 위험 속에서 순발력과 협력이 요구되었다.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 수렵/채집민은 작은 낌새도 예민하게 포착해 즉각 대처하는 능력, 미분회로적 인지 능력을 갖추었는데, 이것은 자연의 피지배자로서 정주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미덕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그렇듯 수렵/채집민은 정주형인 데다 다수자인 농경/목축민에게 점차 밀려났다. “몸싸움에선 합리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고혈압이 안온한 오늘날엔 질병이 된 것처럼, 수렵/채집민의 예리한 지각은 농경/목축민들에겐 과대한 망상으로, 분열로, 잘못된 것으로 인식되어갔다. 분열병은 이렇게 태동했다. 저자에 따르면 분열병은 문명 충돌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정신병은 일면 만들어지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문명사회에도 분열병 친화자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유의 예리함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알맞게 대처한다. 이성 관계에서 상대방과 유연히 교감하는 것을 일례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 덕분에 분열병 친화자는 소수이면서도 여전히 도태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수렵?채집민과 분열병과 관한 이야기는 제2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에서 자연스레 농경?목축민과 강박증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문화, 질서를 추구하는 문화, 계량하고 계측하는 문화에는 강박증의 씨앗이 들어 있다. 저자는 집착기질을 강박증의 전조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분열병 친화성과 대립 쌍을 이루는 것으로서 다수자의 기질이고, 질서와 배제의 논리 위에 유지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집착기질이 유독 발전의 동력이 되어온 사회, 강박사회 일본을 주목한다.“

 

 

분열병과 인류의 백미는 이 책 분량의 3분의 2를 할애하고 있는 제3서구 정신의학 배경사라 할 수 있다.

분열증과 강박증은 근대 이래의 개념이지만 정상과 비정상, 정신장애에 대한 탐구는 고대부터 계속됐다. 그런데도 그리스?로마 / 이슬람 / 서구의 정신장애 치료 문화는 각각 독자적인 길을 걸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는 이들 3자를 정신의학사라는 하나의 역사로 통합하는 시도다. 저자는 종으로는 역사상의 시간을 따라, 횡으로는 유럽과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 대륙을 넘나들며 정신의학 발전사를 치밀하게 엮어간다.“

 

 

위에 얘기했듯 옮긴이의 말이 내용을 아주 잘 정리해주고 있어서 뭔가 더 말할 건 없을 것 같다. 일본의 문화적,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을 잘 받아들이면서 (혹은 비슷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적 특수성을 따져본 연구는 없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분열병과인류 #정신병은어떻게만들어졌나 #나카이히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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