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열병과 인류 - 정신병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나카이 히사오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평점 :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이다. 한때는 이런 경우가 자주 있었지만 요즘에는 드문 방식으로 접하게 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에 관해서도 이 책에 관해서도 어떤 정보도 미리 알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이 읽게 됐다. 그래서일까? 뭘 말하려고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흥미롭게 읽는 순간도 있었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그리고 꽤 흥미로운 글재주가 부족한 이해와 지식임에도 읽어보려는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일본 정신의학계의 일인자로 자리했으며 탁월한 문장가로 존경받는 노학자 나카이 히사오의 대표작이다. 정신병 중에서도 ‘분열’과 ‘강박’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소유 개념도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비강박적’ 시대의 인류가 강박적인 농경·목축 인류에 떠밀려 어떻게 정신병적 소수자로 치달았는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박은 왜 오늘날의 인류사를 이룩하는 데 미덕이 돼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변천해온 역사에는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따랐는지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간다.
독일과 일본에서 유독 집착기질(멜랑콜리형)이 우울병의 전조(前兆)인 이유는 무엇이며 집착기질에 대한 독일과 일본의 평가는 왜 다른가, 라는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한편으로는 우울병이 없던 시기의 인류에 관한 고찰로 나아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의학의 배경사를 개괄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되는 사람이라면(이게 뭔 소린지? 라는 답답함을 느낀다면) 그걸 먼저 읽어보고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앞쪽 '분열병과 인류'와 '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과 같은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대충 2/3 혹은 1/2 을 차지하고 있는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에 좀 더 관심이 갔다.
“『독일과 일본에서 유독 집착기질(멜랑콜리형)이 우울병의 전조(前兆)인 이유는 무엇이며 집착기질에 대한 독일과 일본의 평가는 왜 다른가, 라는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러던 것이 한편으로는 우울병이 없던 시기의 인류에 관한 고찰로 나아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의학의 배경사를 개괄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분열병과 인류』는 농경/목축민에게 밀린 수렵/채집민의 특성이 병으로 발전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분열병과 인류」, 강박증의 전 단계이면서 일본 사회의 동력으로 작용해온 ‘집착기질’의 연원을 살피는 「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정신의학사의 배경과 맥락을 한눈에 파악하는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의 총 세 장으로 구성된, 정신의학 전반에 관한 책으로 거듭났다. 『분열병과 인류』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데 유용했던 특성들이 시대가 바뀌어 정신병질로 재인식되는 양상을 치밀하게 관찰하며, 중세를 휩쓴 마녀사냥의 배경과 근대 정신병원의 태동 등 흥미로운 역사 소재들을 정신의학사의 맥락에서 진지하게 구성해간다.”
앞선 내용이 어떤 (문화적 혹은 지역적) 특수성과 시대와 세상의 변화에 따른 (정신적) 질병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라면 뒷부분 내용은 정신의학이 어떤 식으로 주술이나 다른 무엇으로부터 분리되고 떨어져서 의학으로 자리를 잡았는지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서구권 연구자가 아닌 일본인이 서구 정신의학에 대한 (일종의) 간추린 역사를 정리해냈다는 점에서 무척 이색적이면서도 그 지식에 혹은 노력과 열정에 감탄하게 되었다.
“『분열병과 인류』는 정신병 중에서도 ‘분열’과 ‘강박’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소유 개념도 없이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비강박적’ 시대의 인류가 강박적인 농경/목축 인류에 떠밀려 어떻게 정신병적 소수자로 치달았는지,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강박은 왜 오늘날의 인류사를 이룩하는 데 미덕이 돼왔는지, 그리고 이렇게 변천해온 역사에는 어떤 이점과 부작용이 따랐는지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화인류학적 견지에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간다.”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문학 지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지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말 그대로 전문서적 혹은 전공서적이라 일반인들이 쉽게 읽긴 힘들겠지만 (또는 나란 사람의 수준이 낮아서 어려웠지만) 꽤 재미난 논의가 많아 어렵다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마음에 겁먹고 읽기를 미루기는 아쉬울 것 같다.
“『저자는 분열병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한다. 다만 분열병과 더 가까운 사람, 덜 가까운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 저자는 분열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이른바 ‘분열병 친화자’를 통해 분열병의 사회적 기원을 살핀다. 이를 위해 주목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수렵/채집민으로 살아가는 부시맨이다.
인류가 아직 수렵/채집민이던 무렵에는 소유도 권력관계도, 체계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강박도 없었다. 다만 시시각각 닥쳐오는 환경의 변화와 위험 속에서 순발력과 협력이 요구되었다.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 수렵/채집민은 작은 낌새도 예민하게 포착해 즉각 대처하는 능력, 즉 ‘미분회로적 인지 능력’을 갖추었는데, 이것은 자연의 피지배자로서 정주하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미덕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그렇듯 수렵/채집민은 정주형인 데다 다수자인 농경/목축민에게 점차 밀려났다. “몸싸움에선 합리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고혈압”이 안온한 오늘날엔 질병이 된 것처럼, 수렵/채집민의 예리한 지각은 농경/목축민들에겐 과대한 망상으로, 분열로, 잘못된 것으로 인식되어갔다. 분열병은 이렇게 태동했다. 저자에 따르면 분열병은 문명 충돌의 부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정신병은 일면 만들어지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문명사회에도 ‘분열병 친화자’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유의 예리함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알맞게 대처한다. 이성 관계에서 상대방과 유연히 교감하는 것을 일례로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특성 덕분에 ‘분열병 친화자’는 소수이면서도 여전히 도태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수렵?채집민과 분열병과 관한 이야기는 제2장 「집착기질의 역사적 배경」에서 자연스레 농경?목축민과 강박증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문화, 질서를 추구하는 문화, 계량하고 계측하는 문화에는 강박증의 씨앗이 들어 있다. 저자는 ‘집착기질’을 강박증의 전조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분열병 친화성’과 대립 쌍을 이루는 것으로서 다수자의 기질이고, 질서와 배제의 논리 위에 유지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집착기질’이 유독 발전의 동력이 되어온 사회, 강박사회 일본을 주목한다.“
”『분열병과 인류』의 백미는 이 책 분량의 3분의 2를 할애하고 있는 제3장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라 할 수 있다.
분열증과 강박증은 근대 이래의 개념이지만 정상과 비정상, 정신장애에 대한 탐구는 고대부터 계속됐다. 그런데도 ‘그리스?로마 / 이슬람 / 서구’의 정신장애 치료 문화는 각각 독자적인 길을 걸은 것으로 인식돼왔다. 「서구 정신의학 배경사」는 이들 3자를 ‘정신의학사’라는 하나의 역사로 통합하는 시도다. 저자는 종으로는 역사상의 시간을 따라, 횡으로는 유럽과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 대륙을 넘나들며 정신의학 발전사를 치밀하게 엮어간다.“
위에 얘기했듯 옮긴이의 말이 내용을 아주 잘 정리해주고 있어서 뭔가 더 말할 건 없을 것 같다. 일본의 문화적, 지역적 특수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을 잘 받아들이면서 (혹은 비슷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적 특수성을 따져본 연구는 없을까? 그게 궁금해진다.
#분열병과인류 #정신병은어떻게만들어졌나 #나카이히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