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이며 발칙한 게다가 즐거운 사전
장현정 지음, 홍석진 그림 / 경향미디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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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ANN 이라는 밴드가 있었다는 기억은 얼핏 나게 된다.

밴드의 음악을 접했는지 못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밴드의 이름만큼은 분명 기억이 난다고 말할 수 있다.

 

아쉽게도... 밴드가 들려준 음악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음악을 세상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한때는 밴드 생활을 하고,

문화와 관련된 기자 생활도 했던...

게다가 세상을 어떻게든 곱지 않게 바라보게 되는 사회학을 공부하기도 한...

 

저자의 삶의 궤적 때문인지 노골적이며 발칙한, 게다가 즐거운 사전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제목부터 시작해서 모든 점들이 어떤 내용을 담아내고 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게 싫다는 뜻은 아니다.

 

사전이기 보다는 일종의 온갖 생각들을 잘 구겨내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 노골적...’은 세상이 요구하는 삶에서 조금은 벗어난 삶을 선택한 이가 들려주는 자기 자신만의 선택들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다.

 

일상과 자신의 생활을 토대로 꺼내드는 저자의 생각들은 이미 익히 접했을지도 모르는 그런 생각들이고 선택들이기는 하지만 그걸 고고한 척하면서 외치지도 않고, 울분에 휩싸여 토해내지도 않기 때문에 조용하면서도 단호함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선택을 혹은 생각과 결론을 내리게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짧은 글 속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설득력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회학과 출신다운 분석과 시각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도시에 대한 우울한 눈빛도 함께 더해져서 조금은 독특한 감수성도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게 배워서 깨달은 생각이기 보다는 스스로 겪어내고 다치고 상처받으며 얻게 된 생각이라는 느낌이 크고, 그래서인지 좀 더 그 생각들을 함께 나눠보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 생각들과 결론을 내리기까지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들을 거듭했을 것이고, 그런 고민들을 전부 다 얘기해주진 않아 알게 모르게 느껴지고 있지만 그런 고민의 괴로움들을 아픔으로 가득하게 말하기 보다는 웃음기를 머금고 들려주고 있어서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꽤 괜찮은 사회평론가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이런 글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 더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좀 더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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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수렵채집생활 - ZERO에서 시작하는
사카구치 교헤 지음, 서승철 옮김 / 쿠폰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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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만 봐서는 어쩐지 흥미를 끌게 되기는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지금껏 우리가 노숙자-노숙인들로 말하던 이들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무척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과 일본의 노숙자-노숙인들의 생활 태도와 삶의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그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관점은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우리들로서는 그저 노숙자-노숙인들에 불과하겠지만) 이들이 어떤 독립적인 생활과 도시-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삶에서 벗어난 삶을 꾸려나가는지를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최소를 추구함으로써 최대를 얻게 되는... 그런 삶이라는 평가인데, 어떤 것에도 의지함 없이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독자적인 삶에 대한 사례처럼 말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조금은 반박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당장 서울역으로 향해서 수시로 접하게 되는 노숙자-노숙인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이 그렇게 되어버린 사연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그것이 정녕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려고 하는 삶이라고는 말하기가 궁색해지기 때문에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모든 노숙자-노숙인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지, 조금은 다름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단지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에 대해서만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라는 공간을 익숙한 듯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공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자는 논의도 함께 있어서 여러모로 흥미로운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우선 우리가 자주... 까지는 아닐지라도 우연찮게라도 만나게 되는 노숙자-노숙인들이 어떻게 어떤 생산도 경제적 능력-돈도 없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를 유쾌한 분위기에서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가 버린 물건들

누군가가 전해주는 도움들

그리고 스스로 이것저것 찾아내는-수렵채집을 통해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만들어내며 삶을 꾸며나가는 모습들을 알려준다.

 

일종의 현대적인 원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반대로 도시-자본주의가 토해내는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그리고 의미 없이 만들어내고 사용하며 쏟아버리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노숙자-노숙인이 일종의 현대적인 원시인이라는 관점에서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의 논의는 이끌어지고 있지만 다시 생각한다면 그들은 사회가 토해내고 버려내는 것들을 통해서 삶을 꾸며나간다는 점에서 생산은 없고 오직 소비만 있는 존재로서 다뤄질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반대로 긍정적인 모습이 아닌 도시-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가장 최악의 존재들로서 다뤄질 여지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저자의 관점을 통해서 바라본다면 그렇게 본다는 것은 무척 악의적인 이해이고 해석일 가능성이 높지만.

 

오직 스스로의 삶을 챙기는 것으로 만족해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는 ‘...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은 그들의 삶을 통해서 더 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삶에 일종의 반성을 찾게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그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기는 하지만 그들의 삶 또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기에 어떤 태도로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저자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삶을 창조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태도일 것 같다.

 

마지막에서서 다시금 논의되는 도시-자본주의 건축이 갖고 있는 빽빽함과 불친절함,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고방식에 대한 유연한 입장은 귀를 기울여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도시의 답답함과 갑갑함 속에서 어떻게 빈틈을 찾아내고 전복을 추구할 수 있을지를 무척 생소한 방식으로 접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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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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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51546121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56630069

 

 

 

 

내가 읽은 책들 중 가장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한 책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몇 번을 다시금 읽어 보아도 그 아름다움에 항상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온갖 묘사들과 표현들로 가득하고,

그것이 사람이 아닌 풍경과 도시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들인데, 무언가를 바라보며 글을 써낸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생각하며 써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누군가에게 알려주면서도 어쩐지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는 느낌도 들어 여러모로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한 것 같다.

 

몇몇 내용은 여전히 기억에 남지만 다른 몇몇 내용들은 생소한 기분도 들게 되었는데, 건성으로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시간으로 인해서 마모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도시에 대한 감정들

도시에 머물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감정들

결국 도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물음들

 

교훈과 지혜 그리고 현명함을 알려주고 있고,

마르코 폴로와 쿠빌라이 칸의 대화에서는 여러 선문답과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환상적이면서도 불현 듯 날카로움을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반복해서 읽게 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글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어떤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에 한없이 취해 끊임없이 다시금 찾게 되어버리는 작품인 것 같다.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에 남김없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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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박철수 지음 / 마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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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곳에 아파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에 익숙하며 실제로도 아파트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당연한 거주-주거의 방식일 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가 단순히 거주-주거의 한 형태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삶을 살아가고 꾸려나가는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서 우리들이 어떤 행동과 정서 그리고 사고구조를 만들게 되는지를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는 성실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아파트 ...’를 통해서 현재 점점 더 거세게 논의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문제제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존의 비판-문제제기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닌 단순히 아파트만을 문제로 파악한다면 핵심에서 벗어나며 아파트단지에 대해서 파고들어야만 좀 더 명확하게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는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단지)가 차지하는 의미와 역사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들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아파트와 관련된 전형적인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 수록하는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설과 광고 및 기타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아파트를 탐구함과 동시에 하나의 인상과 풍경 또한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자신이 검토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하려고 하는지를 설명한 다음 아파트의 역사부터 살펴보기 시작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아파트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여러 자료들을 비교 검토하면서 설명하고 있고, 단순히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아닌 현재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에 비추어 과거를 살펴보고 있다.

 

해방 이후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는지를, 경제개발과 도시화, 인구증가 및 기타 여러 조건 속에서 아파트가 어떤 효과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고, 그에 따라 아파트가 어떻게 새로운 인식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어떻게 우리들의 삶과 밀접해진 공간이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더불어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에 아파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며 단기간에 효과적인 개발을 위해서 얼마나 적합했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강남에 건설된 아파트가 중산층을 어떻게 체제로 포섭시키게 되었는지를, 그 길들임의 과정과 함께 중산층과 아파트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좀 더 상세하게 파고들면서 아파트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후 아파트가 갖고 있는 폐쇄성에 대해서 그리고 고립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며 앞서 언급했던 아파트가 문제가 아닌 아파트단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해주며 어떤 과정 속에서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었고, 그렇게 되면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종합적인 방식으로 검토, 논의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모델하우스와 광고, 발코니 확장과 관련된 문제점을 통해서 단순한 확장만이 아닌 이면에 담겨진 의미들을 함께 검토하고 있고, 전용면적-표준면적에 관한 조금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다음 아파트와 아파트단지가 어떤 의미와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다시금 곁들이며 어떤 대안과 실천이 가능한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결국 도시와 삶에 좀 더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저자의 주장처럼 누구나 지금 현재 상황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정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지금 현재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 같다.

 

아파트-아파트단지를 갖고 이렇게 여러 논의들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못했는데, 앞으로 도시와 아파트 그리고 공간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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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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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으로 향하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70090577

 

 

아마도 국내에 소개된 로렌스 블록의 작품들 중 가장 많이 알려졌으리라 생각되는 무덤으로 향하다는 지금까지 번역된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가장 대중적인 재미로 가득한 소설로 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작부터 끝까지 속도감 있는 이야기 진행과 재미들로 가득하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매튜 스커더 개인의 내면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거나 매튜 스커더의 시선으로 도시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경향이 강했다면 무덤으로 향하다의 경우는 보다 외향적인 성격의 작품으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독백과 판단은 여전히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음울하거나 짙은 어둠이 느껴지진 않는데, 그것이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계속해서 발표되는 과정으로 인해서 매튜 스커더의 성격이 변화되었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상대적으로 무덤으로 향하다가좀 더 대중적인 재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무척 쾌활한 분위가 감돈다.

때때로 냉소적인 농담들에 웃음을 짓게 만들게 될 정도로...

 

하지만 작품에서 등장하는 사건 자체는 이전까지의 살인사건들에 비해서 좀 더 악질적인 사건으로 꾸며져 있는데, 납치와 성폭행 그리고 토막 살인이라는 꽤나 자극적이면서 1992년에 발표되었기는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조차도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들로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다른 매튜 스커더 시리즈와는 달리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속도감 있는 진행과 재빠른 상황 전개가 인상적인 무덤으로 향하다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납치와 죽음,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심과 함께 복수를 하려고 하는 이의 개인적인 모순(복수를 하려는 본인 또한 마약상이라는 범죄자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아울러 알콜중독과 마약중독으로 대표되는 중독에 관한 복잡한 심경을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중독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경찰도 아니고 정확하게 말해서는 사립탐정도 아닌 위치이기 때문에 매튜 스커더가 어떻게 제한된 조건 속에서 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게 되는지를 알아가는 재미도 관심거리이기는 하지만 이전에는 부분적으로만 등장했던 일레인과의 관계가 좀 더 깊어져서 그들의 애정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있으며, 점점 더 기술 발전이 더해지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재치도 보여주고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단순한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더욱 흥미로운 진행으로 느껴졌다.

 

예전 같았으면 도시에 대한 감수성과 사건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혼란의 흔적들을-내면의 복잡함을 바라보는 것에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었을 것 같은 로렌스 블록이지만 이번 무덤으로 향하다에서 만큼은 그런 집착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역동성에 좀 더 무게를 실고 진행하고 있어서 누구나 만족스러운 책읽기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마지막 살인범 레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것이 실제 살인범들의 심리를 얼마만큼 반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살인을 하는 이유와 심리구조-정신구조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순간이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를 묻는 게 아냐.

왜 그런 짓을 하는지가 궁금한 거야.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 인간이 아니야. 장난감이지. 그게 다야.

당신이 햄버거를 먹으면 소를 먹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니잖아. 당신은 햄버거를 먹고 있는 거지.

거리를 걷고 있을 땐 ... 인간이지.

하지만 일단 트럭에 타면 그걸로 끝이야. 몸뚱이인 거지.

난 기다릴 수 있지만 때가 되면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거야.

사실, 기다리면서 쾌락이 점점 더 고조되지.

 

지금까지 읽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 중 가장 재미에 충실하고 대중소설-범죄소설이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진진함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었다.

 

이전에는 한없는 고민과 갈등으로 가득하던 매튜 스커더가 그 고민들을 조금은 밀어내고 몸은 노쇠했지만 좀 더 가벼운 기분으로 사건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참고 :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챈스처럼 무덤으로 향하다는 티제이와 콩 브라더스가 가장 인상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 있진 않을까? 더 생각하라면 마약중독자이며 알콜중독자인 피터 코리와 마약상인 캐넌 코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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