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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박철수 지음 / 마티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곳에 아파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것에 익숙하며 실제로도 아파트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당연한 거주-주거의 방식일 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가 단순히 거주-주거의 한 형태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안이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삶을 살아가고 꾸려나가는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서 우리들이 어떤 행동과 정서 그리고 사고구조를 만들게 되는지를 ‘아파트 –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는 성실하게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아파트 ...’를 통해서 현재 점점 더 거세게 논의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여러 비판과 문제제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존의 비판-문제제기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닌 단순히 아파트만을 문제로 파악한다면 핵심에서 벗어나며 아파트단지에 대해서 파고들어야만 좀 더 명확하게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는 논의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단지)가 차지하는 의미와 역사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들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아파트와 관련된 전형적인 자료를 검토하고 정리, 수록하는 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소설과 광고 및 기타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아파트를 탐구함과 동시에 하나의 인상과 풍경 또한 그려내려고 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자신이 검토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를 하려고 하는지를 설명한 다음 아파트의 역사부터 살펴보기 시작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아파트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여러 자료들을 비교 검토하면서 설명하고 있고, 단순히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아닌 현재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에 비추어 과거를 살펴보고 있다.
해방 이후 어떤 방식과 목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는지를, 경제개발과 도시화, 인구증가 및 기타 여러 조건 속에서 아파트가 어떤 효과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고, 그에 따라 아파트가 어떻게 새로운 인식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어떻게 우리들의 삶과 밀접해진 공간이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더불어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에 아파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며 단기간에 효과적인 개발을 위해서 얼마나 적합했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강남에 건설된 아파트가 중산층을 어떻게 체제로 포섭시키게 되었는지를, 그 길들임의 과정과 함께 중산층과 아파트 간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좀 더 상세하게 파고들면서 아파트가 갖고 있는 특수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비교 검토하고 있다.
이후 아파트가 갖고 있는 폐쇄성에 대해서 그리고 고립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며 앞서 언급했던 아파트가 문제가 아닌 아파트단지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해주며 어떤 과정 속에서 대규모 단지가 조성되었고, 그렇게 되면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종합적인 방식으로 검토, 논의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모델하우스와 광고, 발코니 확장과 관련된 문제점을 통해서 단순한 확장만이 아닌 이면에 담겨진 의미들을 함께 검토하고 있고, 전용면적-표준면적에 관한 조금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다음 아파트와 아파트단지가 어떤 의미와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다시금 곁들이며 어떤 대안과 실천이 가능한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결국 도시와 삶에 좀 더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저자의 주장처럼 누구나 지금 현재 상황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정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지금 현재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 같다.
아파트-아파트단지를 갖고 이렇게 여러 논의들이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못했는데, 앞으로 도시와 아파트 그리고 공간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