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시대 한길그레이트북스 14
에릭 홉스봄 지음, 김동택 옮김 / 한길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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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965807934

자본의 시대 : http://blog.naver.com/ghost0221/220979712261

 

 

 

 

혁명 100주년

경제가 속도를 바꾸다

제국의 시대

민주주의의 정치

세계의 노동자들

휘날리는 깃발 - 민족들과 민족주의

누가 누구인가? 부르주아의 불확실성

신여성

변화된 예술

손상된 확실성 - 과학

이성과 사회

혁명을 향하여

평화에서 전쟁으로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에 이어 장기 19세기의 끝자락을 다루고 있는 에릭 홉스봄의 제국의 시대는 이중혁명으로 이름 붙여진 산업혁명-자본주의 혁명과 정치혁명-민주주의 혁명의 확산과 확대가 유럽 일부 지역과 국가들만이 아닌 세계적인 파급력-흐름을 보여주는 과정을 다뤘던 혁명의 시대이후 어떤 식으로 계속적인 발전과 변형 그리고 문제점들이 생겨났으며 그 확산과 확대의 끝이 어떤 식으로 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과 파멸로 향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1875년부터 1914년이라는 시기 속에서 어떤 변화와 갈등 그리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났으며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 봤을 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있어서 어떤 중요한 순간-지점들이 있었는지를 포괄적-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혀졌지만 어쩐지 집중하지 못하고 읽어서 여러 부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기분도 든다.

 

인류 역사상 천재지변이 아닌 짧은 기간 동안 인간이 인간에게 엄청난 죽음들을 만들어냈던 첫 번째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며 지금 현재에도 우리 삶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무척이나 많은 얘기들이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에릭 홉스봄은 자신이 살펴보고자 하는 방향과 틀 안에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논의들을 가려내는 것에 꽤 애를 먹었을 것 같다.

 

그동안의 발전과정에서 새로운 도약이 일어나던 시기였고 그 도약 이후 급작스러운 갈등과 분열 그리고 파국과 파멸로 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에릭 홉스봄의 논의도 어떻게 파국과 파멸로 향했는지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비극들(2차 세계대전 및 냉전 등등)을 말하며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 비관적인 입장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희망과 긍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며 자신의 장기 19세기에 대한 논의를 부족함 없이 마무리하고 있다.

 

에릭 홉스봄의 말대로 과거의 토양으로 돌아가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는 뿌리를 추적하고 있으며 역사의 나열이 아니라, 응집된 전체로서의 과거를보여주려고 했고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19세기 말은 지금 현재와 비슷하게 과거와 같은 국가들과 지역들이 그리고 세계가 단절되어 있고 나눠져서 있는 것이 아닌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기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세계시장과 국제사회를 말할 수 있는 최초의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제국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유럽 강대국들이 무차별적인 점령이 이뤄지기도 했기 때문에)은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고, 미국혁명 100주년과 프랑스혁명 100주년이라는 기념의 의미를 통해서도 지난 100년 동안 얼마나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여러 방식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에릭 홉스봄은 이런 계속되는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시대의 세계는 한편으로는 인구적으로는 더 커지고 지리적으로는 더 작아지고 더 지구화된 모습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가 가능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으로 기술 혁신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으며, 도시화와 농업 생산력의 발전,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와 조직화, 중간관리자의 등장,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 민주주의의 증대 등 수많은 변화들 중에서 특히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알려주며 그 시대에 어떤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런 급격한 변화들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 속에서 그 시대가 견뎌낼 수 있는 변화의 흐름이 한계를 넘어서게 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폭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도 설명해주고 있다.

 

더디기만 했던 경제의 속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빠른 속도를 보여주게 되었고 국민경제라는 틀을 넘어서는 경제적 규모가 조금씩 눈여겨 볼 수 있게 되는 시기였으며, 그런 변화 속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좀 더 조직적으로 불만을 말하고 직접적으로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사회(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이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게 되었으며 러시아에서는 그것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레닌을 비롯한) 혁명가들로 인해서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게 되는 사건들도 일어나게 되는 시기였다.

 

노동운동, 사회주의 운동, 여성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여러 움직임, 사회개혁과 사회정의에 대한 요구 등등 각각의 국가들 내적으로는 무척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상황이 있었으며 그 혼란을 어떤 식으로 수습하고 타협하는 방식에 따라서 선거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었는지를 확인하면서 무척 심상치 않은 시대라는 것을 더욱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어쩌면 파국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급격한 발전은 거대한 혼란을 만들어냈고 그 혼란의 끝은 1차 세계대전과 혁명이라는 2가지의 폭발을 만들어내게 된다.

 

거기에다가 민족주의가 서서히 등장하면서 불만과 분노를 좀 더 직접적이면서 무차별적으로 왜곡해서 폭발할 수 있게 만드는 가능성이 높아졌고, 계급적 구분이 기존의 구분과는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 또한 그동안의 방식과 이해로는 제대로 된 이해와 설명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만들었을 시대였다.

 

무척이나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시기였을 것이다.

 

여성들의 중요성과 사회진출은 높아졌지만 그들에 대한 대우나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변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갈등과 부조리와 불합리가 있었는지를, 여성들은 또한 어떤 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예술의 변화에 대해서 과학이 어떤 식으로 흔들려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며 사회적인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동요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준 다음 에릭 홉스봄은 최종적으로 혁명과 전쟁에 어떤 식으로 가까워지게 되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간다.

 

하지만 혁명과 1차 세계대전에 관한 논의는 되도록 짧게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서는 제국의 시대보다는 다른 책을 알아봐야만 할 것 같고, 에릭 홉스봄은 점점 균열이 일어나고 폭발과 파국이 어떤 식이었는지에 대해서만 간략하게만 살펴보고 있다.

 

에릭 홉스봄은 장기 19세기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끝에 있었던 혁명과 1차 세계대전이라는 극단적인 2가지 결말을 통해서 그 이후에 20세기는 어떤 식으로 19세기를 물려받았으며 21세기는 또한 어떤 식으로 넘겨받게 되는지를, 앞으로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좀 더 사회가 발전하고 좋은 세상을 위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희망이 있는 미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결국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다.

 

절망과 좌절이 아닌 낙관과 희망 그리고 긍정을 말하려고 하고 있다.

 

어떤 목적 속에서 역사가 흘러온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들은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이어져 온 이 역사의 흐름에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에 우리들은 과거를 살펴보고 알아가며 보다 나아진 미래를 위해서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에릭 홉스봄은 그것을 절실히 느끼도록 장기 19세기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던 것 같고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감탄하고 감동하며 지금 현재와 과거를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 시대는 극단의 시대로 향하게 된다.

 

 

 

참고 : ‘제국의 시대에서 니체는 무척 야박한 평가를 받고 있고, 케인스는 여러 가지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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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 - 나의 매일은 숨 가쁜 세계일주
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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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구마 겐고의 원래 제목은 건축가, 달리다라고 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제목이 저래? 라는 생각이 당장 들었는데,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 제목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는 원래 제목보다 ...’가 오히려 더 즉각적으로 읽어보고 싶도록 만들 것 같은데, 그건 구마 겐고가 스스로 책에서 언급했듯이 이제 구마 겐고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눈에 들어오는 한국식 제목 또한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다만, 그런 것 보다는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한 쌍으로 묶어내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더 크다.

 

제목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읽는 사람들이라면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에서의 구마 겐고의 의견들을 생각한다면) 구마 겐고 본인은 바뀐 제목에 대해서 그다지 흡족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안도 다다오의 글도 그렇지만 구마 겐고의 글 또한 쉽게 읽히면서도 글쓴이의 생각에 깊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건축적 재능도 대단하지만 글쓰기 재능 또한 남다르다는 점에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내 부족함을 다시금 확인하고 좀 더 노력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만 그러다가도 재능이 넘치고 타고난 사람들은 다르긴 다르다는 어떤 한계를 절감하게 되기도 한다.

 

쓸데없는 열등감이고 좌절감이겠지만.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구마 겐고의 ...’는 어떤 종지부를 찍고 마무리를 하는, 과거를 되짚으며 이런 저런 기억들과 추억들을 늘어놓는 자서전의 성격보다는 현재진행형 속에서 어떤 과정 속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는 느낌이 더 들게 된다. 지금까지 건축가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떤 다짐과 신념과 태도 그리고 자신만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준 다음 앞으로의 각오를 말해주는 내용이라고 (자서전에 비해서는 좀 더 약하다고) 말해보고 싶다.

 

이미 구마 겐고는 약한 건축을 통해서 알게 되기는 했지만 제목이 갖고 있는 색다름이 좀 더 기억나고 책을 읽었을 때에는 아주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는데, ‘...’를 통해서 좀 더 가깝게 알게 되는 기분이 들었고 깊고 치열한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들 속에서 어떤 식으로 지금까지의 건축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마 겐고의 건축을 완성시키려고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구마 겐고의 건축이 모든 건축의 답은 아닐지라도 그 고민과 고민에 대한 대답과도 같은 그의 건축은 구마 겐고의 생각들을 알아가며 확인하기 때문인지 생각 이상으로 감탄하게 되어버린다.

 

되도록 간략하고 알기 쉽도록 설명해주고는 있지만 그 대답을 내놓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은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괴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는 구마 겐고 본인이 시차적응도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얼마나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거장의 여유 있고 느긋한 삶을 생각하던 사람들로서는 저렇게 무슨 수로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쉴 틈 없는 삶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제대로 쉴 수 없고 앞만 보고 살 수밖에 없는 건축가의 삶이라는 것이 어쩌다가 그처럼 되었는지를 궁금증을 갖도록 하고 그 궁금함에 대해서 쉽게 대답을 해주고 있다.

 

무슨 과정 속에서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허겁지겁 바쁘기만 한 일상이 되어버렸으며 지금의 방식이 이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이고 과거의 방식과 지금의 방식 그리고 앞으로의 방식이 갖고 있는 변화 그리고 문제점과 그럼에도 그 문제점 속에서 어떤 식으로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건축을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건축이 있다.

 

책속에서는 클라이언트라고 적혀진 발주자들 중에서 최근 들어 가장 돈주머니를 쉽게 풀고 있는 중국 쪽의 경향-성향(혹은 특징)과 그들과의 작업이 갖고 있는 특이점과 어려우면서도 뿌듯하기도 했던 작업과정을 재미나게 들려주며 건축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온갖 복잡함을 간단하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경험시켜주면서 구마 겐고는 자신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서서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구마 겐고는 발주자들의 (국가별) 여러 특징들과 그들과 작업하는 과정이 갖고 있는 곤혹스러운 부분들, 그리고 문화적 인식적 실천적 차이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에 대한 일정한 비판적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고, 일본이 갖고 있는 어떤 한계()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떤 식으로 일본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구마 겐고의 의견이 전부 다 옳지는 않을지라도) 직접 경험했던 내용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일본의 건축계에 대한 일종의 위기의식이고 경고이기도 한 설명과 꾸짖음 이후 과거의 영광을 이어받으며 진행했고 그 영광을 이어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생각 또한 덧붙여야만 했던 어려움으로 가득했던 2013년에 완공한 제5대 가부키극장 재건축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건축이 갖고 있는 곤란함과 이전의 가부키극장에 관여했던 역대 건축가(선배)들은 어떤 방식으로 완성시켰었으며 그 완성 속에 역사적인 중요성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구마 겐고 본인 또한 역사적 흐름과 시대에 대한 인식 속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이어지도록 하려고 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건축의 과정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지만 구마 겐고는 그것만이 아닌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으로도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성하고 깨닫고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으로서 이해시켜주며 구마 겐고의 건축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깊이를 느끼게 된다.

 

구마 겐고는 근대 건축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내놓고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 또한 내놓고 있는데, 장소의 필요성을 무시한 (혹은 제거하려고 했던) 방식이 어떤 식으로 근대 시대를 그리고 근대 건축을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미국식 방식으로 설명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산업, 석유 중심의 사회 등 지금과 같은 근대 건축 방식이 가능하게 된 대표적인 계기-이유들을 지적하며 역사적 흐름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압력과 인식의 틀이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게 했던 (혹은 그런 다른 생각들이 주변으로 밀려나도록 만든) 상황을 그리고 그런 식의 이해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서서히 무너지면서 어떤 식으로 새로운 접근을 생각해보고 가능하도록 노력해보게 되었는지를 구마 겐고 본인의 건축가로서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좀 더 구마 겐고의 건축이 갖고 있는 특징을 그리고 구마 겐고가 어떤 식으로 기존의 건축과 거리를 갖으려고 했고 대안을 찾으려고 했는지를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안도 다다오 이후의 세대라고 본인 스스로를 말하고 있는 구마 겐고이기 때문인지 안도 다다오를 자주 떠올려보게 되고, 안도 다다오가 바라보았던 세상은 어땠는지, 그리고 그 이후 세대인 구마 겐고는 그 세상과 달리 보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인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변화된 시대에 걸맞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보려고 애썼던 구마 겐고의 고민과 노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장소가 갖고 있는 특징과 개성에서 벗어나 콘크리트와 철 그리고 유리로 대표되는 근대 건축과 분명하게 거리를 갖으려고 한 구마 겐고가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고 여러 건축적 방식이 갖고 있는 한계들을 생각하면서 자신만의 건축을 어떻게 쌓아올렸는지를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거장들의 건축을 받아들이고 한계들을 생각해내며 자신의 건축을 통해서 그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으려고 했는지를 그들과는 다른 접근을 해보려고 했던 이유를 자신의 건축을 통해서 더 잘 이해시키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사람이라는 중심을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설명해주고 있다.

 

근대 건축의 한계와 함께 그 한계가 더욱 절망적인 흐름을 향하게 만들고 있는 관리사회화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통해서 근대 건축 그리고 구마 겐고의 말을 그대로 활용하면 20세기 건축을 넘어서고 다른 접근을 해보자는 제안은 한편으로는 그리 특별하지 않게 들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겪었던 어려움들과 여러 시행착오들 끝에 완성된 건축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가볍게 들리지 않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건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면서 그 고민과 생각 속에서 완성한 건축들이 어떤 이유와 입장 속에서 완성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고 비관과 절망 그리고 수많은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낙관과 긍정을 찾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2011311일에 일어났던, 우리들에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더욱 깊이 기억되는 동일본대지진을 경험한 이후 건축에 대한 더 깊은 물음과 고민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자신만의 나름대로의 대답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하려고 하는지를 설명해주는 내용에서 기존의 건축이 영원불멸을 말했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의 건축은 불멸이 아닌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말해줘야만 한다는 결론은 건축이 아닌 철학에 대해서 글을 읽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했고 알아채지 못했던 건축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결론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같은 약한 건축이라는 구마 겐고만의 건축에 대한 입장과 그 생각을 건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약한 건축에 대한 입장을 꾸준히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어 보인다.

 

건축의 주류에 있으면서도 항상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 빠져나가 반주류에서 머물려고 하는 나는...’의 저자 구마 겐고의 반골기질은 특별히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성격과 기질 속에서 자신의 건축을 어떻게 만들었고 완성시켰는지를 흥미롭게 말해준 ...’는 단순히 건축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넘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더 생각해보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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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x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마크 레빈슨 지음, 김동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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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헌책방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거리던 중에 박스라는 책이 우연하게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어쩐지 제목도 내용도 흥미가 있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구입은 다음으로 미뤘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니 결국 누군가가 이미 가져간 다음이었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이 사라져 아쉬움은 느꼈지만 어차피 읽을 것들은 천지이니 크게 신경 쓰진 않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읽고 내놓은 책들을 고르다가 누군가가 내버린 책들 중 박스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번에는 놓치기 싫어 다른 책들에 앞서 손에 쥐게 되었는데, 읽혀지기는 쉽게 읽혀지면서도 이런 저런 바쁜 일정 때문인지 혹은 바쁘다는 핑계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긴 기간 동안 읽게 되어버렸다.

 

저자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고 있는 바도 없고 어쩌다가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와 그것을 통해서 무역과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는지가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언론 쪽에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인지 불필요하거나 장황한 설명 없이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컨테이너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고 컨테이너가 어떤 식으로 무역과 경제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를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순하고 너무 단순해서 어떤 흥미도 느껴지지 않는 직육면체의 네모난 쇳덩어리인 컨테이너가 등장하기 전과 그 이후가 어떤 식으로 (처음에는 그리고 점점 더 활용도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어떤 사건과 이야기들이 있었으며 별의별 갈등과 좌절 그리고 뜻밖의 상황으로 변화가 더뎌지기도 하고 급격하게 속도를 내기도 하는 등 순식간에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가 아닌 길고 긴 과정 속에서 여러 소란스러움 끝에 어떤 식으로 컨테이너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되고 새로운 방식에서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컨테이너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그리고 무역과 경제에 엄청난 영향과 변화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이야기가 방대해지고 산만해질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컨테이너 그 자체를 중심에 놓으면서 여러 변화들과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봄으로써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내용을 집중력 있고 흐트러짐 없이 묶어내고 있다.

 

쉽게 생각한다면 이전의 물건을 옮기던 방식에 큰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컨테이너의 등장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여러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물건의 이동이 있었던 것을 기계를 통해서 자동화를 통해서 합리화와 효율화를 통해서 단계별로 진행되던 방식을 단번에 진행하고 불필요한 과정을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냈으며 좀 더 거대해지고 그 이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규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되었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끊임없이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고 나눠져 있고 드넓기만 한 세계를 규격화시키고 동일하게 하나로 합쳐지도록 만들고 더욱 가깝도록 압축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때 컨테이너는 어떤 식으로든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다만 박스는 그런 필연성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아닌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그것이 어떤 문제의식과 관심 속에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운송비와 운송시간을 얼마만큼 줄여주게 되었는지를, 고용의 변화와 운송방식(,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등)에는 어떤 변화들을 만들었는지, 세계경제에는 지역경제에는 무슨 식으로 개입되었는지 등등 밋밋하고 심심하게 생긴 네모난 직육면체 쇳덩어리가 세상을 어떻게 크게 변하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재미나고 술술 읽혀지게 된다.

 

기존의 화물운송 방식과 그 방식에서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말콤 맥린은 어떤 식으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게 되었는지,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컨테이너가 만들어낸 새로운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며 수많은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과정 끝에 간신히 컨테이너에 대한 대략적인 모양새가 잡혀지게 되는 앞얘기 뒷얘기를 알아본 다음 항만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컨테이너로의 전환에 어떤 식으로 걸림돌이 되었고 기존의 운송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업계의 느슨함이 어떻게 지지부진한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단순한 쇳덩어리의 등장이 아닌 거대한 변화와 다시는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획기적 전환이라는 것을 좀 더 실감나도록 이해시켜주고 있다.

 

이후 표준화의 과정에서 어떤 마찰과 잡음이 있었고 교묘한 알력다툼과 권력다툼이 일어났는지를, 온갖 문제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내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걸림돌들은 또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표준화 이후 컨테이너가 드디어 제대로 된 등장을 하게 되었지만 아직 시대적 인식의 한계로 여러 조건의 한계로 인해서 부분적으로만 사용되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다가 베트남 전쟁이라는 예상하지 않던 사건이 어떤 식으로 컨테이너가 본격적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돌파구가 되었는지를, 거대해져만 가는 세계경제가 더욱 거대한 규모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넓기만 국가들 세계들 그리고 동떨어지고 거리감을 느꼈던 세상이 컨테이너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급작스럽게 밀접해지며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는지를, 컨테이너가 각각의 지역들을 어떤 식으로 하나로 통합시켰고 그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차지한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본 다음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인해서 기존의 항구들이 어떤 식으로 재편성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다루는 내용까지 알아가면서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되었던 것이 컨테이너의 등장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지금과 같은 세계경제의 재편성을 위해서 컨테이너가 중요한 실마리로 등장한 것인지 어떤 전후관계 속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한 개인의 혹은 몇몇 영웅들의 의지가 큰 변화의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소수의 노력과 능력으로 인한 혁신 이후 오르락내리락 하는 과정 속에서 과연 어떤 이들이 이득을 얻었고 손실을 얻었는지, 누군가가 올라섰으며 어떤 이들이 몰락하고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인간에 의해서 컨테이너는 등장했지만 결국 컨테이너에 우리 모두가 지배당하게 되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계의 경제 질서를 새롭게 바로잡은 컨테이너의 등장은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흐름이 보다 거대해지고 더욱 급격해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세계화가 비로소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게 되었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에도 컨테이너가 지배하게 될 것인가?

 

궁금증은 커지지만 아직 뾰족한 대답이 떠올려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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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의 권리를 중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권리를 정의하는 것은 그 자체가 투쟁의 대상이며, 또 권리를 정의하는 투쟁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병행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우리 대부분은 진실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이 하나 있다. 정확하게 물어야지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접근 수단이 차단당한 상황에서는 공공 공간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항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수다 떠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광장에 모여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시스템은 아직 파탄을 맞이하지도 그 정체가 충분히 폭로되지도 않았지만, 탄압 말고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다. 우리 민중 역시 이 시스템을 누구에 맞게 재구축해야 하는가를 결정한 집단적 권리를 얻으려고 싸우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권의 탐욕과 무책임함에 대해서 그리고 극심한 불균형과 불평등함에 대해서 분노하게 되었다. 한동안 거리와 광장은 분노한 민중들로 가득해졌고 사람들은 온라인과 다양한 방식으로 개개인이 아닌 조직되고 집단적으로 행동을 보여주었다.

 

약간의 소란스러운 방식이기는 했지만 분명하게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약간의 해결의 실마리도 찾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해결도 개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지만 무척 이례적이고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다시금 사람들은 함께하기 시작했고 과연 언제까지 그 순간처럼 폭발력 있게 뭉쳐져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자본의 힘에 짓눌리기만 했던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저항을 했다는 점에서 분명 월가를 점령하라는 선언은 의미 있는 순간-선언일 것이고 반란의 도시의 저자 데이비드 하비는 그걸 좀 더 특별하게 주목했던 것 같다.

 

반란...’은 월가에서의 큰소리로 울려진 분노로 가득한 함성에 대한 데이비드 하비의 응답처럼 읽혀진다. 정확하게는 어떤 의도에서 어떤 의미로 글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하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마르크스주의 학자들 중 데이비드 하비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하고 최근에서야 여러 주요 저작들이 조금씩 번역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데이비드 하비의 저서를 몇 권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란...’의 논의는 무척 신선했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론적인 세세한 논의가 아니라 조금은 읽기가 쉬웠다. ‘파리, 모더니티 /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정도로 쉽게 읽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데이비드 하비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쉽게 읽혀졌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가, 자연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가, 어떤 생활양식을 원하는가, 어떤 미학적 가치관을 품고 있는가 등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도시권에 대해서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반란...’은 도시라는 장소-공간이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아가고 있는 장소-공간이라는 단순한 이해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불만의 폭발 혹은 투쟁-저항의 시작점이자 첨예한 계급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장소-공간이지만 반대로 반자본주의를 위한 장소-공간으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정교하게 다듬으려고 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다.

 

도시

 

저자는 우선 도시에 대해서 그동안과는 조금은 다른 입장과 생각을 주장했던 앙리 르페브르의 논의에 주목하며 도시와 도시권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 지배와 억압의 공간인 도시가 해방 공간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도시와 도시권을 이해해야 할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파리코뮌에 대해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파리코뮌에 대한 여러 생각들과는 다른 방식의 이해가 필요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도시가 반자본주의적 장소-공간이 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어떤 식으로 (필연적으로) 도시화가 이뤄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들게 되었는지를, 도시는 또한 어떤 식으로 새로운 유형의 도시형 인격을 구축하게 되는지를, 도시라는 거대한 장소-공간에서 계급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 사회 안정을 모색했고 그게 가능하도록 통치했는지, 이윤의 증대(잉여가치 생산)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자본은 어떤 전략을 보여주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자본의 전략에 저항하고 대응했던 모습들은 어떤 식으로 (그것이 자연발생적이든 인위적이든) 생겨났는지를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도시화

교외화

공동화

그리고 도시의 위기까지

 

자본주의가 위기로 빠져드는 과정 속에서 도시는 어떤 역할(중요성이 있는지)을 했는지 속도감 있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읽어내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마르크스의 논의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만 읽어내기가 쉽다) 저자의 논의는 분명 흥미로우면서 그동안은 접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도시를 이해해보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동산 개발이 어떤 식으로 도시를 재편하게 만들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극심한 고통과 내쫓김을 당하게 되는지를, 그것이 어떤 식으로 계급적인 성격을 보이게 되는지를 살펴본 다음 도시의 형성과 개발에 있어서 배제와 약탈이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측면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가진 자()의 편의에 맞게 도시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은 계속해서 내몰려지고만 있을 뿐이고 도시가 만들어내는 불균형상태는 점점 더 극심해져만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그로 인해서 (그렇기 때문에) 대항과 저항이 그리고 투쟁과 사회운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잘 이해시키고 있다.

 

도시 개발이 갖고 있는 약탈적이고 탐욕적인 측면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그런 마구잡이 식 약탈이 어떤 식으로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부분에서는 마르크스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하며 기존의 도시 재개발에 대한 논의들 중 저자가 특별히 주목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고 그 논의들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따로 추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약탈에 의한 축적

 

저자는 도시 개발에 대해서 위와 같은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부동산 문제가 덜 주목받고 그 관련성을 은근슬쩍 덮으려고 하고 있지만 언제 또 부동산 문제 시작해서 경제위기로 폭발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부동산 거품의 발생과 붕괴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기는 여전하고 언제 어떤 식으로 부동산 거품이 터질지 혹은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의 사례들로는 현재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어려움은 항상 있어왔지만 분명히 지금 현재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모든 것들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나타나게 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다시금 폭발이 일어날 것을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 이후 도시를 중심으로 불평등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도시는 저항과 투쟁의 중심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저항의 공간으로 나와서 함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을 활용하고 보완하며 도시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통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는데, 그 검토 방식에 있어서 조금은 낯설고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무척 인상적이고 색다른 방식이었다.

 

도시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살펴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 적이 많았기 때문에 특히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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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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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 http://thewarak.com/

 

 

 

 

사람들 마음속은 대체로 지옥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최소한 아수라다

 

아름다움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료를 위한 모임인 와락이라는 곳에 정기 후원을 한지는 몇 년이 된 것 같다. 특별하게 자랑할 정도로의 액수로 후원을 하고 있진 않았다. 그저 그분들이 당하는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한다.

 

이번에 와락에서 정기후원자들에게 간단한 기념품과 책을 선물해줘서 받게 된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제목부터 어떤 의도와 내용일지 쉽게 예상할 수 있고 그 예상해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와락에서 그리고 기타 여러 정신적 치유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고 심리치유를 위한 방법으로 시 를 추천하고 있는데, 시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며 시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심리치유를 위해서 시를 추천한다? 조금은 색다르고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어쩐지 조금은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시는 읽어본 것이 얼마 없기 때문에 특별히 말할 것도 없고 별다른 생각도 해본 적 없어서 저자가 각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골라낸) 시들을 모은 ...’를 읽으면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생각지도 못한 감탄을 하게 되진 않았지만 몇몇 글들과 문장을 곱씹게 되고 반복해서 읽어보게 되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시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좀 더 만족스럽게 읽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시들을 모은 모음집의 성격인 ...’는 간간히 이름이 널리 알려진 혹은 이름을 접해본 시인들의 시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인들은 생소하기만 했다. 시들의 내용들도 일관성 있거나 일정한 성격을 갖고 있기 보다는 다양하기만 해서 이런 저런 형식과 내용의 시들을 읽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해본다.

 

시와 그 시에 대한 저자의 간단한 감상과 생각들이 적혀져 있고, 여러 시들 중 조금은 공통성 있는 시들을 묶음으로 모아두면서 개인적 생각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인상적인 모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에 여러 시들이 갖고 있는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잘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시에 대해서 워낙 모르는 것이 많으니 그저 읽고 그것으로 끝내버리기는 했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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