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x -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
마크 레빈슨 지음, 김동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꽤 오래 전 헌책방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거리던 중에 박스라는 책이 우연하게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어쩐지 제목도 내용도 흥미가 있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구입은 다음으로 미뤘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니 결국 누군가가 이미 가져간 다음이었고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책이 사라져 아쉬움은 느꼈지만 어차피 읽을 것들은 천지이니 크게 신경 쓰진 않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읽고 내놓은 책들을 고르다가 누군가가 내버린 책들 중 박스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이번에는 놓치기 싫어 다른 책들에 앞서 손에 쥐게 되었는데, 읽혀지기는 쉽게 읽혀지면서도 이런 저런 바쁜 일정 때문인지 혹은 바쁘다는 핑계 때문인지 생각보다는 긴 기간 동안 읽게 되어버렸다.

 

저자에 대해서는 특별히 알고 있는 바도 없고 어쩌다가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와 그것을 통해서 무역과 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는지가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언론 쪽에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인지 불필요하거나 장황한 설명 없이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컨테이너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고 컨테이너가 어떤 식으로 무역과 경제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를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순하고 너무 단순해서 어떤 흥미도 느껴지지 않는 직육면체의 네모난 쇳덩어리인 컨테이너가 등장하기 전과 그 이후가 어떤 식으로 (처음에는 그리고 점점 더 활용도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어떤 사건과 이야기들이 있었으며 별의별 갈등과 좌절 그리고 뜻밖의 상황으로 변화가 더뎌지기도 하고 급격하게 속도를 내기도 하는 등 순식간에 일어난 획기적인 변화가 아닌 길고 긴 과정 속에서 여러 소란스러움 끝에 어떤 식으로 컨테이너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되고 새로운 방식에서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컨테이너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그리고 무역과 경제에 엄청난 영향과 변화들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이야기가 방대해지고 산만해질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컨테이너 그 자체를 중심에 놓으면서 여러 변화들과 중요한 순간들을 살펴봄으로써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내용을 집중력 있고 흐트러짐 없이 묶어내고 있다.

 

쉽게 생각한다면 이전의 물건을 옮기던 방식에 큰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컨테이너의 등장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여러 복잡한 과정을 통해서 물건의 이동이 있었던 것을 기계를 통해서 자동화를 통해서 합리화와 효율화를 통해서 단계별로 진행되던 방식을 단번에 진행하고 불필요한 과정을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냈으며 좀 더 거대해지고 그 이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규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되었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자본주의라는 것이 끊임없이 규모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고 나눠져 있고 드넓기만 한 세계를 규격화시키고 동일하게 하나로 합쳐지도록 만들고 더욱 가깝도록 압축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때 컨테이너는 어떤 식으로든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다만 박스는 그런 필연성 속에서 살펴보는 것이 아닌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그것이 어떤 문제의식과 관심 속에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운송비와 운송시간을 얼마만큼 줄여주게 되었는지를, 고용의 변화와 운송방식(, 자동차, 비행기, 기차 등등)에는 어떤 변화들을 만들었는지, 세계경제에는 지역경제에는 무슨 식으로 개입되었는지 등등 밋밋하고 심심하게 생긴 네모난 직육면체 쇳덩어리가 세상을 어떻게 크게 변하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재미나고 술술 읽혀지게 된다.

 

기존의 화물운송 방식과 그 방식에서의 여러 문제점들 때문에 말콤 맥린은 어떤 식으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게 되었는지, 그 해결책으로 등장한 컨테이너가 만들어낸 새로운 어려움들은 어떤 것들이며 수많은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과정 끝에 간신히 컨테이너에 대한 대략적인 모양새가 잡혀지게 되는 앞얘기 뒷얘기를 알아본 다음 항만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가 컨테이너로의 전환에 어떤 식으로 걸림돌이 되었고 기존의 운송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업계의 느슨함이 어떻게 지지부진한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면서 단순한 쇳덩어리의 등장이 아닌 거대한 변화와 다시는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획기적 전환이라는 것을 좀 더 실감나도록 이해시켜주고 있다.

 

이후 표준화의 과정에서 어떤 마찰과 잡음이 있었고 교묘한 알력다툼과 권력다툼이 일어났는지를, 온갖 문제들이 생겨나고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내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걸림돌들은 또 어떤 것이었는지를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표준화 이후 컨테이너가 드디어 제대로 된 등장을 하게 되었지만 아직 시대적 인식의 한계로 여러 조건의 한계로 인해서 부분적으로만 사용되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다가 베트남 전쟁이라는 예상하지 않던 사건이 어떤 식으로 컨테이너가 본격적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돌파구가 되었는지를, 거대해져만 가는 세계경제가 더욱 거대한 규모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넓기만 국가들 세계들 그리고 동떨어지고 거리감을 느꼈던 세상이 컨테이너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급작스럽게 밀접해지며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는지를, 컨테이너가 각각의 지역들을 어떤 식으로 하나로 통합시켰고 그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차지한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본 다음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인해서 기존의 항구들이 어떤 식으로 재편성되고 재구성되는지를 다루는 내용까지 알아가면서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되었던 것이 컨테이너의 등장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지금과 같은 세계경제의 재편성을 위해서 컨테이너가 중요한 실마리로 등장한 것인지 어떤 전후관계 속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다시금 되짚어보게 되기도 한다.

 

한 개인의 혹은 몇몇 영웅들의 의지가 큰 변화의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소수의 노력과 능력으로 인한 혁신 이후 오르락내리락 하는 과정 속에서 과연 어떤 이들이 이득을 얻었고 손실을 얻었는지, 누군가가 올라섰으며 어떤 이들이 몰락하고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인간에 의해서 컨테이너는 등장했지만 결국 컨테이너에 우리 모두가 지배당하게 되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세계의 경제 질서를 새롭게 바로잡은 컨테이너의 등장은 자본주의 경제 질서와 흐름이 보다 거대해지고 더욱 급격해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세계화가 비로소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게 되었다.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에도 컨테이너가 지배하게 될 것인가?

 

궁금증은 커지지만 아직 뾰족한 대답이 떠올려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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