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우리의 자화상
임석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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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건축과 임석재 교수의 책은 그동안 중고서점을 통해서 몇 권 접한 적이 있었고 꽤 흥미롭게 읽었었다. 건축과 관련해서 꽤 많은 책들을 발표했으며 이론적으로 무척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었고 방대한 영역을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저자가 1961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저자가 책을 통해서 발표한 연구들은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이 지나치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건축에 관해서 다양하고 드넓은 영역을 다뤄내고 있고 내용에 있어서도 허술하거나 소홀하게 살펴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한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건축에 관해서는 에세이나 감상평 혹은 일종의 자서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글들을 위주로 접해왔기 때문인지 이런 이론적인 접근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읽혀지기도 하지만 깐깐하게 학문적인 접근을 한다면 건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자의 책들을 좋아하고 되도록 그런 방식으로 건축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기도 한다.

 

실제 현실이나 현장에서의 판단과 조금은 다른 의견일 수 있으나 이런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이해를 통해서 좀 더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고 분석적인 이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건축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접할 수 있고 아울러 건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부족한 사람들도 (되도록)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어 저자가 발표한 책들 중 읽어보지 못한 책을 만나게 될 때면 곧장 구해서 읽게 되었는데, 이번 건축, 우리의 자화상은 신문을 통해서 발표한 글들을 모았기 때문인지 다른 책들에 비해서 무척 술술 읽히는 글이었다.

 

저자의 글들을 자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건축...’에서의 저자의 글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다른 책을 통해서 발표된 저자의 글은 되도록 중립적이고 학술적 학문적 접근이기 때문에 비판을 해도 여러 가지를 따져본 다음 내리는 결론이라 깐깐하게 살펴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면 건축...’은 무척 신랄하고 날카롭게 비판을 해준다는 느낌이었다. 분노가 느껴졌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써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참고 참다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꾸짖고 조금이라도 봐줄 생각 없이 몰아세우고 있다.

 

어쩌면 그만큼 쌓였던 것들이 많았다는 뜻인지도 모르고 또는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한국 사회와 한국 사회의 건축들에 분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들의 자주 접하고 방문하게 되는 건축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저자가 살펴보는 건축들은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전철역, 교회, 관공서, 영화관, 백화점, 모텔, 모델하우스, 아파트와 같은 상징적이고 대표하는 건물이 아닌 쉽게 접근하고 접하고 있는 건물들이며 그것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말해주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지극히 비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한국 사회를 욕심으로 가득하고 탐욕과 대립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틀린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2005년에 발표한 책이라 약간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분석과 의견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단순히 그 건축-공간이 갖고 있는 문제점만이 아니라 건축-공간이 어떤 이유로 그런 식이 되었는지까지 찾아내며 아주 집요하게 살펴보고 있고 건축-공간에 머물고 생활하고 경험하는 우리들은 또한 어떤 식으로 건축-공간을 받아들이며 변하는지를 함께 다루면서 단순히 건축과 공간만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다.

 

잘못된 점들을 막힘없이 말하고 있으며 뒷부분에 가서는 지금처럼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한다면 좋아질 수 있을지 괴롭고 허탈한 심정으로 약간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저자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고 저자의 진단과 대안에 관한 제안이 모두 다 옳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찾아낸 문제점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을 하나씩 검토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쉽게 눈에 들어오고 쉽게 접하게 되는 건축-공간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혀지고 있는 건축...’은 그동안 읽어왔던 저자의 글쓰기와 많이 다른 모양새라 낯선 기분도 들지만 이런 식으로 저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쏟아내는 분노를 접해보니 저자에게서 조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는 기분도 들었다.

 

아주 작심하고 말하고 있으며 어중간하게 말하기 보다는 확실하게 잘못들을 지적하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희망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좌절하고 분노하면서도 희망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 울분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절박한 모색은 저자의 다른 글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번 건축...’은 한국 사회와 건축-공간에 대해서 무척 색다른 입장과 이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참고 : 여러 글들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내용은 대치동에서 신림동에 대한 글이었고 그 글과 함께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돈과 땅을 통한 지배에 대한 생각은 좀 더 길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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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옮김 / 동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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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그문트 바우만은 2010년 전후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많이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접할 기회가 없었다. 뭐라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생각으로만 머물 뿐이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탈리아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서 어렵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펼쳤지만 생각처럼 쉽게 읽혀지진 않았다.

 

좀처럼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읽기도 했지만 이탈리아 신문 독자들은 이런 글들도 막힘없이 읽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꽤 어렵게 읽혀졌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문제의식은 많이 알려져 있듯이 이전의 근대는 견고하고 단단했다면 지금의 근대는 유동하는 근대라고 진단하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고 그런 입장에서 44개의 글-편지로 이탈리아 신문 독자들에게 최근 주목되었던 현상 혹은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현재 우리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식의 문제들을 짊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는 고독...’은 온라인 세상이 점점 넓어지기만 하고 있고, SNS를 통한 소통이 자연스러워진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나타난 개인적 사회적 문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려고 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그런 것들을 다루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지도 않고 무척 적절하고 의미 있는 논의라고 생각은 하지만 고민을 풀어내고 있는 글은 생각처럼 쉽게 읽혀지진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읽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 이해력이 부족한가? 라는 좌절감만 들게 되었는데, 지그문트 바우만의 주된 문제의식이 유동하는 근대이고 그 입장 속에서 세상의 여러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 저자의 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전히 내 읽기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좀 더 저자의 글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커졌다.

 

근심과 고민의 깊이는 알 수 있었지만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는 내용을 쉽게 따라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고민 끝에 내리는 결론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아리송하게만 느껴져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더 잘 읽어보고 싶고

더 잘 이해해보고 싶다.

 

내 부족함만 더 잘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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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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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생각 없이 읽게 됐지만 생각보다 재미나게 읽었던 ‘13층 나무 집의 후속편인 ‘26층 나무 집‘13...’과 마찬가지로 매일 매일 즐거운 일상을 보내던 앤디와 테리에게 갑작스럽게 큰 위기와 모험을 겪게 된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13...’처럼 마감시한에 쫓겨서 급작스럽게 책을 써야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은 동일하지만 ‘26...’은 곧장 그들에게 어떤 위기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우선은 앤디와 테리가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고 어쩌다가 13층 나무 집에서 둘이서 생활하게 되었는지를, 딱히 궁금하진 않았던 하지만 듣다보니 무척 흥미롭게 들려지는 그들의 과거를 알려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앤디의 과거 그리고 테리의 과거를 살펴본 다음 그들의 이웃집 친구인 소녀 질의 과거까지 설명해준 이후 어떤 식으로 그들이 만나게 되었는지, 그들이 13층 나무 집에서 지내게 될 때까지 함께 겪었던 모험들은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알려주고 그들이 함께하게 되도록 만들었던 그리고 ‘26...’에서 가장 큰 위협의 대상인 나무머리 선장과의 대결로 ‘26...’의 나머지 이야기는 채워져 있다.

 

아이들이 본다면 좀 더 재미나고 흥미진진하겠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지는 못하기 때문인지 이야기의 진행이 뭔가 어수선하다는 생각도 들고 옛 동화들을 조금은 기괴한 방식으로 되풀이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시리즈만의 황당한 설정들이 더 늘어나기도 했고 그런 부분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즐겁게 만들지는 알 수 없지만 추측만 해본다면 아마도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읽었다면 지금처럼 투덜거리면서 읽기 보다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이야기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도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정신없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아이였다면 그런 것 또한 즐거움이고 재미로 느낄지도 모른다.

 

‘26...’에서도 긴박한 상황들이 펼쳐지지만 그 위기들이 공포로 느껴지진 않고 있는데,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아이들이 죽으리라 생각하진 않아 (최악은 겪어도 끝을 겪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서) 어떤 식으로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앤디, 테리, 질이 겪는 위기가 그저 모험으로서만 생각되는 것 같다.

 

만약 이걸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공포도 이런 공포가 따로 없다는 말을 당장 했을 것 같다. 잔혹한 공포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았을 구성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상황을 진행시킨다는 점인데, 각 단계별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놓이지만 그 상황에 놓인 이후에서 일어나는 진행은 반대로 예상가능하고 전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양새로 꾸며져 있어서 유별나기는 하지만 아주 이상할 정도는 아니라는 독특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충분히 예상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있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고 특이하면서도 아주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가능한 것 아닐까?

 

이어지는 ‘39층 나무 집또한 그리 크게 달라진 구성을 보여주리라 생각하진 않게 된다.

 

 

 

 

 

참고 : 목이 떨어지거나 잘려나가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내용도 있어서 다소 잔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걸 읽는 아이들도 마냥 천사도 아니고 이런 내용에 충격을 받을 것 같지는 않게 느껴진다. 이런 내용들에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거부감을 느낄까? 그게 아니면 즐겁게 박수를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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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김태완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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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인재를 절박하게 원했다

관건은 그냥 인재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제를 함께 헤쳐나갈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물음을 던지고

거기에 목숨을 걸고 진솔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구한 것이다

 

 

 

 

 

책문 -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시험

 

 

 

 

 

 

 

 

역사에 관심이 크지만 머릿속은 사대주의로 가득해서인지 한국의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는 다른 세계를 좀 더 알아보려는 생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과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으면서도 나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지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에 너무 무관심하기만 한 것 같다.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약간이나마 알고 있지만 해방 이전부터는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요즘에는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나마 때때로 조선 시대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올 때면 꺼내들어 읽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체적인 역사의 큰 흐름이나 큰 틀 속에서 읽어내기 보다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특정한 주제나 소재를 갖고 풀어내는 경우의 책들이 대부분이라 500여년이라는 거대한 시대를 알기에는 너무 부족하기만 했던 책읽기였다.

 

조선 이전은 아예 들어다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고 조선에 대해서도 관심이 들게 된지도 최근이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책들을 읽어는 봤지만 아직 뚜렷한 뭔가가 잡히는 것 없이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책들을 읽기만 하던 중 중고서점에서 눈에 들어와 읽게 된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 /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은 그동안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책으로 생각될 것 같다.

 

그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는 내용은 없지만 조선 시대 중 깊은 근심과 고민이 필요하던 시절 위정자라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대답들을 내놓았는지 알아보며 참된 지도자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올바른 대답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를 살펴보며 우리는 지금 시대에 어떤 질문을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대답을 찾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조선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에 대한 흔적들을 남겼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흔히 붕당이라고 말해지는 조선 시대의 정치적 갈등에 관한 잘못된 점들만을 왜곡된 방식으로 자주 접했기 때문인지 그 시대 고위직에 있었던 이들이 시대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려 했는지 알아보려고 하진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어서 욕심과 무능으로만 가득한 사람들만이 아닌 말과 뜻은 좋으나 그걸 제대로 행하는 것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던 사람들로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책문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말해서 뛰어난 인재들을 임용(선발)하기 위해서 왕이 국가 정책과 기타 여러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한 생각을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말하는 것인데, 저자(와 편집자)는 조선 시대의 수많은 책문들 중에서 몇몇 구분과 주제를 중심으로 그중 특별히 읽혀질 글들을 선별해서 풀어서 써내고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읽다가 점점 읽어가면서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는데, 왕들은 지금 시대의 고민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민을 신하들에게 묻고 있다는 점이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은 무엇인가?(세종)

어떻게 인재를 구할 것인가?(세종)

처음부터 끝까지 잘하는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중종)

오늘과 같은 시대에 옛날의 이상 정치를 이루려면 무엇에 힘써야 하는가?(중종)

술의 폐해를 논하라(중종)

외교관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가?(중종)

나라를 망치지 않으려면, 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명종)

교육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명종)

육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명종)

정벌이냐 화친이냐?(광해군)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위기를 구제하려면?(광해군)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광해군)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광해군)

 

조금은 추상적인 질문들도 있지만 대부분 무척 구체적이면서 당장 시급한 사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고, 그 물음에 대답 또한 듣기 좋은 부분들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픈 곳을 후벼 파듯 직언을 하여 무엇이 당장 필요하고 어떤 부분들을 고쳐내야 할지를 과감하게 말하기도 해서 그 당시의 위정자들이 단순히 왕과 신하로서의 관계만이 아닌 조금은 달리 생각해야 할 부분들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인 대답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질문과 대답 속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것 없는 고민들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해야만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는 내외부적인 상황-문제들은 조선 시대나 지금 21세기의 대한민국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의 역사라는 것이 항상 비슷한 고민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관한 역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질문에 대한 신하들의 대답은 뛰어난 문장가들의 글들이라서 그런지 막힘없이 읽혀지게 되고 그 뛰어난 글재주와 자신의 생각을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조심스럽게 전하면서 물음에 대한 대답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주며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묻음과 대답을 확인한 다음 저자는 그 당시의 시대가 어떤 시대였기에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려주면서 좀 더 상황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더욱 그들의 고민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깊숙하게 그 시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조선에 대한 앎도 과거에 대한 이해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책문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읽기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워낙 잘 구성되어 있고 지금 시대를 비춰보며 읽어낼 수 있을 내용이 많았다.

 

시대를 넘어서는 질문들과 대답들로 가득하고 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인상적이었고 흥미롭게 읽혀지게 된다.

 

오랜만에 무척 특별하게 기억할만한 책을 만났던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고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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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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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읽을게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읽어 볼만할 것 같아 읽게 된 ‘13층 나무 집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생각보다는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림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할만한 그림체가 아니어서 뭐라 말하지 못하겠지만 어수선한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면서 두 소년이 어떤 식으로 별의별 모험을 겪게 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13층으로 된 나무 집이라는 공간에는 아이들이라면 상상력을 자극하고 신기하게 생각할만한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하고 그 나무 위의 키즈카페와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때로는 울화통이 터질만한 일들이기도 하지만 두 소년들에게는 한편으로는 짜증을 만들어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진귀한 모험이기도 하다.

 

여러 모험들을 겪지만 논리적이고 어떤 흐름 속에서 겪는 것이 아닌 그냥 마구잡이로 다양한 모험들을 겪기 때문에 조금은 혼란스러운 느낌도 들지만 아이들이 읽을 때에는 놀이공원에서 여러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처럼 여러 재미들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앤디와 테리라는 주인공 두 소년 모두 장난기로 가득하다는 점에서는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당장 생각나고 마치 그들의 현대적인 모습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앤디와 즉흥적이고 재미에 몰두하면 다른 것에 쉽게 관심을 잃어버리는 테리의 모습은 아이들이 무언가에 집중할 때 혹은 관심을 보일 때 보여주는 모습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그래서인지 결국 사고뭉치 친구들이 저지르는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한숨을 내쉬게 만들고 어쩌려고 저러나? 싶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다 제자리를 찾고 만족스러운 끝맺음을 해주고 있다.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것도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다소 자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내용도 있는데, 아마도 이런 책들을 읽어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럴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이 시대가 이미 지나칠 정도로 과격해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아이들의 책에도 일정하게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고.

 

상상력을 키우고 어떤 것이든 낙관적으로 즐기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인지라 아이든 어른이든 간단하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미 다음 편인 ‘26층 나무 집도 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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