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우리의 자화상
임석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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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건축과 임석재 교수의 책은 그동안 중고서점을 통해서 몇 권 접한 적이 있었고 꽤 흥미롭게 읽었었다. 건축과 관련해서 꽤 많은 책들을 발표했으며 이론적으로 무척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었고 방대한 영역을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저자가 1961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저자가 책을 통해서 발표한 연구들은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이 지나치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건축에 관해서 다양하고 드넓은 영역을 다뤄내고 있고 내용에 있어서도 허술하거나 소홀하게 살펴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특별한 존재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건축에 관해서는 에세이나 감상평 혹은 일종의 자서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글들을 위주로 접해왔기 때문인지 이런 이론적인 접근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읽혀지기도 하지만 깐깐하게 학문적인 접근을 한다면 건축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저자의 책들을 좋아하고 되도록 그런 방식으로 건축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기도 한다.

 

실제 현실이나 현장에서의 판단과 조금은 다른 의견일 수 있으나 이런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이해를 통해서 좀 더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고 분석적인 이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건축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접할 수 있고 아울러 건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부족한 사람들도 (되도록) 쉽게 읽어낼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어 저자가 발표한 책들 중 읽어보지 못한 책을 만나게 될 때면 곧장 구해서 읽게 되었는데, 이번 건축, 우리의 자화상은 신문을 통해서 발표한 글들을 모았기 때문인지 다른 책들에 비해서 무척 술술 읽히는 글이었다.

 

저자의 글들을 자주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건축...’에서의 저자의 글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다른 책을 통해서 발표된 저자의 글은 되도록 중립적이고 학술적 학문적 접근이기 때문에 비판을 해도 여러 가지를 따져본 다음 내리는 결론이라 깐깐하게 살펴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면 건축...’은 무척 신랄하고 날카롭게 비판을 해준다는 느낌이었다. 분노가 느껴졌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써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참고 참다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꾸짖고 조금이라도 봐줄 생각 없이 몰아세우고 있다.

 

어쩌면 그만큼 쌓였던 것들이 많았다는 뜻인지도 모르고 또는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한국 사회와 한국 사회의 건축들에 분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들의 자주 접하고 방문하게 되는 건축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저자가 살펴보는 건축들은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전철역, 교회, 관공서, 영화관, 백화점, 모텔, 모델하우스, 아파트와 같은 상징적이고 대표하는 건물이 아닌 쉽게 접근하고 접하고 있는 건물들이며 그것들을 통해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말해주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지극히 비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한국 사회를 욕심으로 가득하고 탐욕과 대립으로 가득 차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틀린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2005년에 발표한 책이라 약간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분석과 의견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단순히 그 건축-공간이 갖고 있는 문제점만이 아니라 건축-공간이 어떤 이유로 그런 식이 되었는지까지 찾아내며 아주 집요하게 살펴보고 있고 건축-공간에 머물고 생활하고 경험하는 우리들은 또한 어떤 식으로 건축-공간을 받아들이며 변하는지를 함께 다루면서 단순히 건축과 공간만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다.

 

잘못된 점들을 막힘없이 말하고 있으며 뒷부분에 가서는 지금처럼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한다면 좋아질 수 있을지 괴롭고 허탈한 심정으로 약간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저자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고 저자의 진단과 대안에 관한 제안이 모두 다 옳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자가 찾아낸 문제점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을 하나씩 검토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쉽게 눈에 들어오고 쉽게 접하게 되는 건축-공간을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혀지고 있는 건축...’은 그동안 읽어왔던 저자의 글쓰기와 많이 다른 모양새라 낯선 기분도 들지만 이런 식으로 저자의 가슴 깊은 곳에서 쏟아내는 분노를 접해보니 저자에게서 조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되는 기분도 들었다.

 

아주 작심하고 말하고 있으며 어중간하게 말하기 보다는 확실하게 잘못들을 지적하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희망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좌절하고 분노하면서도 희망 자체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 울분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절박한 모색은 저자의 다른 글들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번 건축...’은 한국 사회와 건축-공간에 대해서 무척 색다른 입장과 이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참고 : 여러 글들 중 특히나 기억에 남는 내용은 대치동에서 신림동에 대한 글이었고 그 글과 함께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돈과 땅을 통한 지배에 대한 생각은 좀 더 길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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