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권의 몰락 - 혼돈의 세계와 미국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한기욱, 정범진 옮김 / 창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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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비판적이고 온전한 정신으로 분석하는 지적 과제, 우리가 오늘날 우선권을 부여해야 할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도덕적 과제, 그리고 ... 현재의 혼돈스러운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 ... 우리가 즉각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방도를 결정하는 정치적 과제이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근대세계체제 시리즈를 통해서(최근 4권까지 발표되었다) 세계체제론이라는 입장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분석한 그는 단순히 과거를 살펴보고 정교하게 분석해내는 학자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그 이론적 틀을 지금 현재에도 적용해서 적극적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기도 한 실천가이기도 하다.

 

미국 패권의 몰락은 그런 실천가의 입장에서 쓴 글들을 모은 책이고 구체적으로는 9.11 테러 이후의 상황 속에서 미국에 관해 그리고 다른 여러 관심들과 반체제운동, 앞으로의 가능성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2001.09.11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빌딩 테러부터 2003.03.20 이라크 전쟁까지

 

월러스틴은 충격적이었던 9.11 테러로 인해서 그리고 그 이후 순식간에 연이어 일어난 상황들로 인해서 모든 것이 그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헤게모니 hegemony 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으며 자본주의 체제 또한 그 내적 모순으로 인해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이 정확한 상황 분석이라는 입장에서 지금 현재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경제력에 있어서도

정치력에 있어서도

이미 예전의 강함을 잃고 저물어져가고 있었으며 그나마 군사력으로 세계를 움켜쥐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것도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그의 입장에 한편으로는 납득하면서도 트럼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너무 앞선 생각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들게 된다.

 

다만 그가 계속해서 강조하듯 앞으로의 변화와 가능성을 위해서는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그 이후 때때로 가능했던 정치권력 획득을 통한 개혁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며 그 방식은 보다 민주적이고 다양한 의견이 함께 아우러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공감하게 된다. 다만 그 느슨한 연대가 흐리멍덩하고 갈팡질팡한 선택이 안 되도록 어떤 대안이 필요한 것인지는 막연하게만 느껴진다.

 

월러스틴이 자주 반복해서 말하는 이행의 시대에서 과연 우리들의 지적 과제, 도덕적 과제,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지를 더 잘 살펴봐야만 할 것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잘 알아봐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생각되진 않기에 모호한 가능성이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어정쩡한 긍정을 해보게 된다.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숙제지만 그걸 풀어내야만 보다 낙관적인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월러스틴의 말에는 그다운 분석과 결론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송두리째 흔들면서 새로운 입장과 새로운 시선을 통해서 이해해보도록 해주는 월러스틴의 분석이 조금은 낯설고 당황스럽지만 그가 학자로서 그동안 꾸준히 연구했던 세계체제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분석이고 세계체제론이라는 틀을 현실에 비춰본다면 어떤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직접 시도하고 있어서 세계체제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약간의 도움이 될 것 같다.

 

여러 관심을 한 책에 묶어놓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산만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9.11 테러 이후의 상황 속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적당한 주제들로 꾸며져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될 것 같다.

 

다른 월러스틴의 책도 구할 수 있게 된다면 잘 읽어봐야겠다. 그게 아니면 읽은 다음 집 어딘가에 나뒹굴고 있을 월러스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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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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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전면개정판 전 초판을 이미 읽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었다.

 

다시 읽고 싶진 않았다. 이 책이 싫어서도 아니고 잘못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닌 다시 읽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읽는 동안 괴로웠고 그 괴로움을 되풀이하고 싶진 않았다.

 

전면개정판 간행의 말에도 자세히 설명되었듯이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광주에 관해서 그리고 5.18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진실 왜곡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식으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점점 거짓이 진실처럼 부풀려지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넘어서 큰일이라는 걱정이 생길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져갔다.

 

아마도 광주 5.18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들은 그 심각함을 더 절실하게 느꼈으리라. 하지만 그 위기감은 다행히(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불행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전면개정판을 만들도록 한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리라 본다.

 

초판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정보들을 잘 정리되지가 못한 상황이고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한계가 분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그 참상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던 부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취약한 상황과 조건에서 그래도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쉽다고 생각될 부분 있었을 것이고 부족하다는 마음 컸을 것이다.

 

이번 전면개정판은 바로잡아야 할 것들은 바로잡도록 하고 좀 더 그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판의 의미를 넘어 아예 새로 써냈다는 느낌까지 갖게 해주고 있다. 내용에 있어서도 초판에 비해 2배 가깝게 늘어나 그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급작스러운 박정희 정권의 몰락과 그 이후의 혼란 그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세력의 쿠데타까지의 정세 변화를 시간 순서로 간단하게 설명을 해줘 좀 더 그때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더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으며, 항쟁기간을 일별로 나눠놓아 설명해주고 그 이후의 과제들까지 다루면서 항쟁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다.

 

항쟁에 관해 아주 자세하게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잘 알 수 있게 해주지만 책을 읽다보면 괴로움이 커서인지 집중해서 읽게 되기보다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들게 한다.

 

읽는 것이 불편해지고 그때의 울분을 책을 통해서 조금을 느끼게 해준다.

 

광주가 그리고 5.18이 한국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있어왔던 한국 사회의 수많은 변화들은 광주와 5.18을 빼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기념으로서 역사로서 다뤄지는 광주 5.18이 아닌 아직도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기에 이 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혀져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읽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책읽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고 그때를 생각해보기를 바라게 된다.

 

따뜻함을 지나 무더워지는 5월에 이 책을 읽고 싶었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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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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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일반적으로 키케로라고 불리고 언급되는 그는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고 로마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는 빼어난 글쓰기로 알려져 있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들 키케로의 글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영향 받았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고 글을 쓰기 위한 기초적인 배움을 얻고자 할 때 가장 쉽게 찾게 되고 먼저 찾게 되는 이로 키케로가 자주 꼽히니 얼마나 탁월한 문장가인지는 따로 설명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키케로는 그 문장력만을 본다면 흠 없고 빼어남 가득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로마를 제국에 걸맞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했던 카이사르와 대척점에 있었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입장들이 있어 그를 평가할 때는 여러 가지로 애매모호하게 다뤄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글과 그의 삶과 정치를 조금은 분리시켜서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거나 본받을 모습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니 그런 점 또한 어쩌면 더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뛰어남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는 특히나 더 그 탁월함을 많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러 번 미루다가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 읽게 됐다.

 

노년..’우정...’은 제목 그대로 노년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키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글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적 검토와 결론을 찾는 글쓰기 방식이 아닌 그리스 고전 방식, 다시 말해서 권위가 있는 누군가를 내세워 그의 말과 혹은 대화를 통해서(그게 실제로 했던 말인지 그렇지 않은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문답식 글로 완성되어졌다.

 

노년...’우정...’ 모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를 통해서 약간의 분위기를 잡는 상황을 만든 다음 주제에 대한 상세한 대화와 설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노년...’의 경우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여러 입장들을 살펴본 다음 그것에 대한 반박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노년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나쁘게만 생각할 수 있을 노년의 삶을 조금은 달리 보도록 해주고 있다.

 

이어지는 우정...’의 경우는 우정이 부정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은 없기에 노년...’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주제가 우정이니 키케로는 과연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을 두고 우정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우정을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다루려고 한다.

 

노년...’도 그렇지만 우정...’ 또한 어쩌면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거나 무척 보수적인 입장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 같다. 파격적이거나 생각지도 못한 논의를 꺼내들기 보다는 지극히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고 있고 이것저것 복잡한 경우를 풀어보기 보다는 그냥 읽다보면 그럴듯하고 납득되는 방식의 논의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물론, 그걸 세련된 문장으로 다듬어내고 있어 좀 더 설득력과 글의 품격이 더해지게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본다면 그 논의의 범위는 무척 비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시대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나누는 논의 자체가 이미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더 확신하기 위해서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보다는 어떤 방향과 영역 속에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 결론이 충분히 이해되고 옹호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 키케로의 글에서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게 하는지 그 방식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는 것 같다.

 

반박 자체가 어렵고 그 주제에 들어갔을 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의 생각을 무척 논리적으로 단단하게 해두고 있다. 뛰어난 변호사로 알려지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 그가 글을 썼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반대로 키케로의 논리에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것들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질 것 같다.

 

 

 

 

참고 : 우정을 말할 때 항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남녀사이에도 우정이 가능한가? 와 같은 어떤 식으로 다뤄내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은 부분을 키케로는 절대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우수함은 바로 그런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적당하게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무척 우아하게 다뤄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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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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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종석은 어떤 경우는 소설가로 다른 경우는 언론인으로 그리고 때때로 언어학자로 그때그때마다 불리는 경우가 달라질 때가 있는데, ‘어루만지다의 경우는 그간 읽어봤던 다른 저서들과 달리 언어학자로서의 고종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말이 어디서 유래해서 어떤 식으로 변형들이 있었었는지를 솜씨 좋게 탐구하고 있고 다뤄보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이 책이 과거에 발표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속편 격이라고 말하지만 읽어보면 그건 느슨한 의미에서의 속편일 뿐 꼭 앞선 책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넓은 의미에서 사랑에 관해 뭔가 떠올려 볼 수 있는 말들에 관한 책인 어루...’는 글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도 관심이 가지만 되도록 고유어 혹은 순우리말을 중심으로 다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색을 찾게 되는 것 같다.

 

1) 입술

2) 감추다

3) 메아리

4) 미끈하다

5) 혀놀림

6) 가냘프다

7) 발가락

8) 손톱

9) 잇바디

10) 꽃값

11) 모름지기

12) 바람벽

13) 그네

14) 무지개

15) 미리내

16) 누이

17) 엇갈리다

18) 궂기다

19) 어둑새벽

20) 켤레

21) 간지럼

22) 밴대질

23) 눈물

24) 딸내미

25) 속삭임

26) 스스럼

27)

28) 한숨

29) 보름

30) 그믐

31) 거품

32)

33) 그대

34) 구슬

35) 어루만지다

36) 서랍

37) 버금

38) 비탈

39) 엿보다

40) 주름

 

40가지의 말을 통해서 사랑을 혹은 사랑에 관한 생각과 기억을 그게 아니면 말 그 자체를 다뤄보고 있는 어루...’는 사랑에 관해서 이런 식으로 글을 풀어낼 수도 있다는 놀라움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저것 따져보고 나눠보다가 그 말 자체를 가지고 노는 경우도 있어 저자의 말을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몇몇 글은 사적인 자리에서서도 가족이나 친척끼리는 나누기 흉한글도 더러 있어 읽는 재미 크지만 누군가에게 읽기를 권하기는 어쩐지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주제가 사랑이고 그것과 관련한 말들을 다루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저자의 글들 중에서 유난히 탐스럽고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글 자체를 읽는 재미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글재주만 뽐내고 있지 내용은 맹탕이라는 뜻도 아니니 저자의 글을 좋아한다면 혹은 사랑에 관한 여러 순우리말을 즐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글을 읽게 될 때면 내 글솜씨든 말솜씨든 근본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고쳐야할 것들도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씩이라도 나아져야 하지만 그게 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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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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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첫 만남

오사카()-나는 조센진입니다

나라-먼 고향을 향한 그리움

교토-오사케, 플리즈!

말라가-새벽 어스름의 지중해

세비야-이방인 예술가들의 상상력

알헤시라스-유럽의 끝, 아프리카의 시작

탕헤르-문명의 교차로

그라나다-알람브라궁전의 추억

아랑후에스-조락(凋落)의 정원

리스본-테주강()의 파두

코르도바-르네상스의 자궁

자그레브-이상한 전시(戰時)

베오그라드-내 마음속의 하양

부다페스트-다뉴브강의 잔물결

-제국의 심장, 두 유럽의 경계

프라하-서쪽의 동유럽

라이프치히-작센의 고전향(古典鄕)

드레스덴-독일의 가장 깊은 곳

베를린-단편적 기억들

간주곡(間奏曲)-엔도님과 엑소님

로마-영원한 도시

밀라노-허영의 전시장

토리노-리소르지멘토의 진앙(震央)

파리()-루브르 거리 33번지, ‘유럽의 기자들

파리()-허기진 산책자의 세월

파리()-뤼테토필의 푸념

콩피에뉴-사로잡힌 성녀(聖女)

퐁텐블로-숲속의 빈터

디에프-영국 생각, 캐나다 생각

스트라스부르-유럽궁()의 미로

안트베르펜-키파와 다이아몬드

브뤼헤-플랑드르의 스키야키

브뤼셀-언어의 전장(戰場)

헤이그-밤의 북해(北海), 돌아오지 않는 밀사

로테르담-피임약과 비만소녀

암스테르담-렘브란트와 데카르트

제네바-레망호의 몽환

워싱턴-북서(北西: NW)와 그 나머지

보스턴-미국 문화사의 수원지(水源池)

세인트루이스-서부의 관문(關門)

잭슨-흑인민권운동의 성소(聖所)

댈러스-로즈데일의 루미나리에

앨버커키-리오그란데, 또는 박제된 원주민

샌프란시스코-꽃의 아이들은 어디에?

 

 

 

 

지금은 절필을 선언한 작가 고종석의 글들에 항상 관심이 있어 읽어보지 못한 책을 만나게 될 때면 곧장 손에 쥐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재주가 항상 부럽기만 하다. (절필을 했다지만 이전에 발표된 글들을 다시 정리해서 발표하고 있으니)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최고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가장 으뜸으로 꼽게 된다.

 

도시의 기억은 저자가 머물렀던 혹은 둘러봤던 도시들에 대한 저자의 기억과 그 도시에 관한 여러 정보들로 꾸며져 있다. 그 도시에 관한 저자 특유의 꼼꼼하게 다듬어낸 여러 정보들과 몰랐던 이야기들 그리고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방식이 아닌 경우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기억으로 그 도시를 떠올리고 있다.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 짧은 글 이후 저자가 경험했던 도시들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가 다녀간 도시들은 크게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기자 시절에 들렸던 일본이고 두 번째는 친구들과 여행 차원에서 향했던 이베리아 반도 쪽 세 번째는 유럽의 기자들 프로그램으로 파리에서 머물렀을 당시 다녀본 유럽의 주요 도시들과 마지막으로 미국 국무부의 국제방문자프로그램에 초청되어 둘러본 미국의 도시들로 가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의 대부분은 유럽을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고 있고 저자 스스로도 유럽에 좀 더 애정이 가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에 향했던 시기가 각기 달라 그걸 기억해내기 위해서 얼마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인지에 따라 기억나는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고 생각해내며 들게 되는 감정 또한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직접 묻고 답을 들을 수 없으니 그저 추측해볼 뿐이다.

 

다만, 글을 통해서는 그때 당시의 상황이나 특별히 기억하게 되는 일화들 그리고 그 도시 자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로 내용을 채우고 있고 그러면서 곳곳에 개인적인 감수성을 심어놓아 저자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목처럼 도시에 대한 저자의 기억들로 이뤄져 있고 빽빽하게 써낸 글이 아닌 기억을 뒤적거리고 그 떠올림 속에서 잠시 감상에 젖는 글이라 느슨하기도 하고 나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세이/수필이 다 그렇듯 편하게 읽혀지고 들러본 적 없고 아마도 앞으로도 딱히 들릴 것 같지 않은 도시들에 대한 내용이라 조금은 독특한 방식의 관광안내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저자 특유의 어원적으로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내용이나 때때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남겨두고 있어 읽는 재미를 잃지 않고 있다.

 

도시에 대해서 참 별의별 정보(거나 잡다한 지식들)를 알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다가도 이런 식으로도 살펴볼 수 있네? 라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항상 부러워하게 되는 글재주를 뽐내지 않으면서 잘 써낸 것 같다.

 

잘 읽었다.

 

 

 

 

 

 

 

 

 

 

참고 : 저자에 관해 말할 때 반복해서 말하지만 SNS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최근 발언들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통한 글과 너무 다를 때가 있어 과연 같은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게 정상적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쓰는 말도 그랬다면 너무 어렵게(또는 고루하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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