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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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일반적으로 키케로라고 불리고 언급되는 그는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고 로마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는 빼어난 글쓰기로 알려져 있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들 키케로의 글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영향 받았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고 글을 쓰기 위한 기초적인 배움을 얻고자 할 때 가장 쉽게 찾게 되고 먼저 찾게 되는 이로 키케로가 자주 꼽히니 얼마나 탁월한 문장가인지는 따로 설명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키케로는 그 문장력만을 본다면 흠 없고 빼어남 가득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로마를 제국에 걸맞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했던 카이사르와 대척점에 있었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입장들이 있어 그를 평가할 때는 여러 가지로 애매모호하게 다뤄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글과 그의 삶과 정치를 조금은 분리시켜서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거나 본받을 모습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니 그런 점 또한 어쩌면 더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뛰어남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는 특히나 더 그 탁월함을 많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러 번 미루다가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 읽게 됐다.

 

노년..’우정...’은 제목 그대로 노년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키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글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적 검토와 결론을 찾는 글쓰기 방식이 아닌 그리스 고전 방식, 다시 말해서 권위가 있는 누군가를 내세워 그의 말과 혹은 대화를 통해서(그게 실제로 했던 말인지 그렇지 않은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문답식 글로 완성되어졌다.

 

노년...’우정...’ 모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를 통해서 약간의 분위기를 잡는 상황을 만든 다음 주제에 대한 상세한 대화와 설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노년...’의 경우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여러 입장들을 살펴본 다음 그것에 대한 반박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노년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나쁘게만 생각할 수 있을 노년의 삶을 조금은 달리 보도록 해주고 있다.

 

이어지는 우정...’의 경우는 우정이 부정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은 없기에 노년...’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주제가 우정이니 키케로는 과연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을 두고 우정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우정을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다루려고 한다.

 

노년...’도 그렇지만 우정...’ 또한 어쩌면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거나 무척 보수적인 입장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 같다. 파격적이거나 생각지도 못한 논의를 꺼내들기 보다는 지극히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고 있고 이것저것 복잡한 경우를 풀어보기 보다는 그냥 읽다보면 그럴듯하고 납득되는 방식의 논의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물론, 그걸 세련된 문장으로 다듬어내고 있어 좀 더 설득력과 글의 품격이 더해지게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본다면 그 논의의 범위는 무척 비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시대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나누는 논의 자체가 이미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더 확신하기 위해서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보다는 어떤 방향과 영역 속에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 결론이 충분히 이해되고 옹호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 키케로의 글에서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게 하는지 그 방식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는 것 같다.

 

반박 자체가 어렵고 그 주제에 들어갔을 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의 생각을 무척 논리적으로 단단하게 해두고 있다. 뛰어난 변호사로 알려지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 그가 글을 썼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반대로 키케로의 논리에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것들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질 것 같다.

 

 

 

 

참고 : 우정을 말할 때 항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남녀사이에도 우정이 가능한가? 와 같은 어떤 식으로 다뤄내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은 부분을 키케로는 절대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우수함은 바로 그런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적당하게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무척 우아하게 다뤄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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