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 고종석은 어떤 경우는 소설가로 다른 경우는 언론인으로 그리고 때때로 언어학자로 그때그때마다 불리는 경우가 달라질 때가 있는데, ‘어루만지다의 경우는 그간 읽어봤던 다른 저서들과 달리 언어학자로서의 고종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말이 어디서 유래해서 어떤 식으로 변형들이 있었었는지를 솜씨 좋게 탐구하고 있고 다뤄보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이 책이 과거에 발표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속편 격이라고 말하지만 읽어보면 그건 느슨한 의미에서의 속편일 뿐 꼭 앞선 책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넓은 의미에서 사랑에 관해 뭔가 떠올려 볼 수 있는 말들에 관한 책인 어루...’는 글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도 관심이 가지만 되도록 고유어 혹은 순우리말을 중심으로 다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색을 찾게 되는 것 같다.

 

1) 입술

2) 감추다

3) 메아리

4) 미끈하다

5) 혀놀림

6) 가냘프다

7) 발가락

8) 손톱

9) 잇바디

10) 꽃값

11) 모름지기

12) 바람벽

13) 그네

14) 무지개

15) 미리내

16) 누이

17) 엇갈리다

18) 궂기다

19) 어둑새벽

20) 켤레

21) 간지럼

22) 밴대질

23) 눈물

24) 딸내미

25) 속삭임

26) 스스럼

27)

28) 한숨

29) 보름

30) 그믐

31) 거품

32)

33) 그대

34) 구슬

35) 어루만지다

36) 서랍

37) 버금

38) 비탈

39) 엿보다

40) 주름

 

40가지의 말을 통해서 사랑을 혹은 사랑에 관한 생각과 기억을 그게 아니면 말 그 자체를 다뤄보고 있는 어루...’는 사랑에 관해서 이런 식으로 글을 풀어낼 수도 있다는 놀라움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저것 따져보고 나눠보다가 그 말 자체를 가지고 노는 경우도 있어 저자의 말을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몇몇 글은 사적인 자리에서서도 가족이나 친척끼리는 나누기 흉한글도 더러 있어 읽는 재미 크지만 누군가에게 읽기를 권하기는 어쩐지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주제가 사랑이고 그것과 관련한 말들을 다루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저자의 글들 중에서 유난히 탐스럽고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글 자체를 읽는 재미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글재주만 뽐내고 있지 내용은 맹탕이라는 뜻도 아니니 저자의 글을 좋아한다면 혹은 사랑에 관한 여러 순우리말을 즐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글을 읽게 될 때면 내 글솜씨든 말솜씨든 근본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고쳐야할 것들도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씩이라도 나아져야 하지만 그게 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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