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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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이전에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지만 알쓸신잡이라는 방송 덕분에 대중들도 이름을 듣거나 얼굴을 보면 알 만한 사람이 됐다. 건축에 대한 이해가 깊고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논의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고 좀 더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을 뿐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실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기대에 못 미쳤다.

 

저자의 글이 갖고 있는 장점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과 익숙하고 자주 접하던 건축과 공간을 조금은 달리 보도록 혹은 다른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고 자신의 생각을 애매하게 내놓기 보다는 명쾌하고 선명하게 내놓아 그 의견과 제안을 읽는 이들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해준다는 것에 있다.

 

도시는...’는 읽었다면 어디서...’는 그 논의를 이어가고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서울을 그리고 한국의 도시가 좀 더 살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제안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건축과 공간에 대한 설명만이 아닌 그동안 저자가 지켜봤고 생각해왔던 여러 가지를 더해놓고 있고 이런 저런 흥미로운 의견들 많아 읽는 재미 컸지만 큰 줄기에서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 짧거나 토막난 생각들로 묶여져 있어 좀 더 내용을 다듬어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도시에 채워진 여러 건축에 대해서 도시에 있는 수많은 공간에 대해서 저자의 여러 생각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흥미를 느끼며 그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답답하고 개성 없는 도시가 아닌 우리를 화목하게하는 도시가 될 수 있게 하려는 고민에 공감하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을 이리저리 따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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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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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Diaspora 흩어진(이산 / 분산)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의 뜻은 위와 같지만 저자는 위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디아스포라를 대문자의 말로 사전 상의 의미에 지나지 않다며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쓰고자 한다.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소문자 보통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주장에 적당하게 수긍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더 명확하게 근대의 노예무역, 식민지배, 지역 분쟁 및 세계 전쟁, 시장경제 등 외적인 이유에 의해,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흩어짐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좀 어렵게 설명하기는 했지만 쉽게 말해서는 외부자, 주변인, 이방인, 소수자 등의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저자의 다짐처럼 느껴진다.

 

어쩐지 눈길을 끌게 되는 제목이라 손이 갔고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아) 읽게 된 디아스포라 기행은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고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여행기로서도 여러 예술과 문화에 대한 비평으로서도 그리고 저자 자신의 복잡한 내면의 고백으로서도 읽혀졌고 그것들이 순서 없이 섞여져 있지만 생각보다 잘 이어져 있어서 흥미로운 글쓰기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선 자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는 재일조선인이지만 민족, 국가, 언어, 문화, 터전 등 그 자신을 설명하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알려줘야만 하는 처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의 시선으로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고백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마음 아파지기도 했다. 저자의 상황을 알게 되니 내 신세는 괜히 약한 소리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리 복잡한 구석 없다고 말하게 된다. 곤혹스러운 기분으로 저자의 음울한 생각을 따르며 이 세상을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디아스포라의 서글픈 삶을 알려주는 내용에 귀 기울일 뿐이다.

 

저자가 향한 곳은 유럽과 광주고 그곳에서 겪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여러 상념과 예술과 문화 비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가도 섬세함과 비관 속에서 어떤 단호한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세상에 좌절하고 환멸하면서도 등 돌리기보다는 세상과 싸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너무 예민하고 염세와 절망에 빠진 시선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디아스포라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은 너무 간편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저자가 그리고 저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모욕적인 경험)와 저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접하니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월간지에 연재한 에세이(산문)이기 때문에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 보다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두루 살펴보고 있는 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진 않았다. 다만, 저자의 일관된 입장과 시각에 사람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내놓는 저자의 글 솜씨가 좋았고 그 글에서 다뤄지는 여러 내용에서 관심 가는 것 많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반길 것 같진 않지만 조용히 이런 걸 싫지 않아 할 누군가에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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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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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06.17 2018.08.08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겠으나 저자는 학자에서() 머물다 혹은 학문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좀 더 영역을 넓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말하면서(온라인, 지면 등)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거나 되도록 점잖게 뒤로 물러나는 것이 흔한 모습이라면 (그게 원로라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혹은 과거와는 다르게 뭔가 생각이 (완곡하게 말한다면) 이상해져버린 모습에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실성한 사람처럼 보여)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날카로워지고 단호해져가는 저자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늙어가며 저렇게 더 생각이 영글어질 수 있을까? 그렇진 못할 것 같다. 더 고집불통에 좀스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 속물이 될 것이고 적당한 게 좋다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니 저자의 생각에 계속해서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저자를 너무 뒤늦게 알게 되어 안타깝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조금 더 일찍 알았어도 뭐가 더 달라질 것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기분 지울 수 없다.

 

밤이 선생이다이후 중간에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있었지만 그건 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손이 가기가 머뭇거려졌다면 사소한 부탁밤이...’를 잇는 내용이라 할 수 있고 2013년부터 201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 좀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건들이 있고 그래서인지 더 복잡한 기분 속에서 글을 읽게 된다.

 

우선 책 제목부터 말한다면 어쩌다 저런 제목을 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간곡한 부탁이라고 했다면 제목부터 너무 무겁게 느껴질 것 같고 어쩌면 저자의 부탁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을 수 있고 조금만 더 생각하고 좀 더 실천에 옮긴다면 달라질 것 바뀔 것 많아질 수 있으니 사소한 부탁이라는 제목이 제일 적당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글은 여전히 점잖고 매사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고 항상 정중하다. 정리하고 다듬은 자신의 생각을 빼어난 글 솜씨로 써내고 있고 그 생각에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읽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에 훌륭한 글이고 문장이라 말할 수 있다.

 

근심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점점 글에 어떤 단호함을 양보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준엄함이란 이런 것일까? 뛰어난 문장 가득하고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글 잔뜩이다. 글과 문장만이 아니라 그 생각에도 다다를 수 있어야 하겠지만 쉽진 않을 것이니 조금씩이라도 그래졌으면 좋겠다.

 

책의 2/3는 이 시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글이라면 나머지 1/3(아마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발표된 글인 것 같다. 대부분은 시와 소설 혹은 영화에 대한 저자의 정교한 분석이라 (혹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소개글이라) 읽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앞의 내용들과 아주 다른 글쓰기가 아니라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주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여러 경험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글을 따르게 하다 하려고 했던 얘기를 불쑥 내밀고 있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난데없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여러 가지로 경탄하는 사람이라 다양한 방식으로 저자의 글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갑작스럽고 느닷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자의 별세이기 때문에 책을 읽던 중 내용을 생각해서나 저자를 떠올려서나 무거운 기분이기만 했다. 좀 더 가르침을 주었으면...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슬픔만 남았지만 단지 슬픔 속에만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다루었던 것들을 그리고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해 지나치고 있었던 것들을 놓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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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있다 4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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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부터 3권까지는 순서대로 빨리 읽다가 계속 읽다보니 조금은 지루한 느낌 들어 다른 책들을 읽으며 4권을 미루던 중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손에 잡게 됐다.

 

지루한 느낌이 들어 미뤘다는 말은 고쳐야 할 것 같다. 그보다는 읽어도 뭔가 나아지는 것 없고 더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라 피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4권도 앞선 1 ~ 3권과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곧잘 틀리거나 헷갈려지는 우리말을 설명해주고 있고 띄어쓰기와 바른 말, 아직은 표준어로 지정되지 않지만 자주 쓰이는 말, 불필요한 붙임 말 등 그냥 쓰고는 있었지만 따져보면 복잡함에 어리둥절해지는 우리말의 올바른 쓰임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4권이 1 ~ 3권에 비해 내용에는 큰 차이 없지만 덧붙여 설명되는 부분이 적잖게 있었던 앞선 책들에 비해 그 단어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주고 끝맺어 좀 더 간결해졌다는 기분 들고 그래서 오히려 좋게 느껴졌다.

 

모르는 것 가득하고 해당하는 내용만 읽어도 아리송해졌는데 거기에 더해서 뭔가 추가해 설명해주니 더 헷갈려지는 경우가 있어서 차라리 그 부분만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어가 있다 시리즈는 4권으로 끝맺었지만 우리말을 좀 더 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4권으로 끝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꽤 있으니 앞으로도 기회 될 때마다 읽어가며 더 우리말을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직은 알게 된 것 적지만 노력하다보면 뭔가 깨닫게 되는 게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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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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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이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었거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나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던 중 꽤 후한 평가를 한 내용이 눈에 들어와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고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책을 잡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만 잔뜩 하면서 읽게 됐다. 괜히 읽었다... 라는 생각만 하면서 끝까지 읽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써진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소설도 아니고 산문이나 철학도 아닌, 사랑과 삶, 언어와 존재 그리고 별의별 것들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고 있지만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고 이해되기가 어렵기만 했다.

 

물론 좀 더 책을 잘 읽는() 사람이라면, 이해력이 높고 명석한 사람이라면 다른 평가를 할 수 있고 더 높은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이해력도 읽기 능력도 적당하거나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인지 난해함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뭔가 깊숙이 찔러내는 것 같은 한마디 말과 문장 때문에 눈부시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끝까지 읽어내니 기억나는 것 얼마 없고 어렵게만 느껴져 좋아할 사람들만 무척 애정을 갖게 될 책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할 때도 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헷갈려질 때가 대부분이라 복잡한 미로에서 정신없이 길을 잃고 돌아다니다 다시 출발점으로 온 기분이 들게 되는 책이었다.

 

사랑과 존재에 대한 글쓴이의 여러 생각에 때때로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랑은 맞지 않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결론. 프랑스 작가답다는 글이었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주 좋아할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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