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개정증보판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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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객원 논설위원인 고종석이 20063월 부터 20072월까지 연재한 말들의 풍경에 실린 글들을 모아놓은 연재글 모음집이면서 뒷부분에는 텍스트나 저자에 대한 비평을 제2말들의 산책에 모았다. 3말들의 모험은 저자가 2009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고종석의 언어학 카페-말들의 모험>에서 가져온 글로 꾸며져 있어 제목 그대로 한국어의 풍경을 담아내려 하고 있다. 저자의 글을 좋아해 저자가 발표한 책이 눈에 보일 때면 곧장 구하고 있는데, 이 책 또한 우연히 만나게 됐다.

 

저자의 글쓰기 성향-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부터 어떤 식의 내용일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끝자락에 있는 말들의 모험부분이 이론적인 경향이 강해 조금은 의외지만 그것 말고는 저자의 다른 글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저자의 글을 좋아하고 따르고 싶지만 그럴 능력이 되지 않아 그저 찾아 읽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절필해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지금까지 발표된 글들을 구할 수 있을 때마다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참고 : 저자의 글이 갖는 특징이 뭔지 혹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무언가에 대해서 되도록 거리 두기를 하면서 말하려고 하는 점이 좋아 찾는다 말할 것 같다. 그리고 어쩐지 무심함과 차분함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 같은 점도 좋다. 마지막으로 허전함을 애써 내비치지 않으려는 씁쓸함을 느껴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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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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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학술서적 냄새 풀풀 풍기는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발표한 여러 책들을 통해서 이미 접해왔던 내용이 반복되고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읽었다. 이곳저곳에 수록되었던 논문을 추려서 묶은 이 책은 한국 문화사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18세기를 그리고 그 당시의 조선 지식인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식, 자아, 글쓰기, 감각, 취미 등이 새롭게 구성된 18세기를 학문적으로 문화사적으로 정리하려고 했고 이전과는 분명 다른 상황인 그 시절 적극적으로 새로움을 받아들이고(혹은 물리치려 했고) 뿜어내려(혹은 막아내려)고 했던 조선 (주류/비주류) 지식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내면을 들여다봄과 동시에 그 시대상을 바라보려 한다.

 

저자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했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긴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논문으로 발표된 글이라 상대적으로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하지만 18세기에 관해 다양한 부분을 살펴보고 있어 앞서 읽었던 책들의 내용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섣부른 결론을 내린다면 결국 뭔가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분출할(뒤바뀔) 것 같았던 18세기 조선은 아쉽게도 변화를 찾던 이들이 철저히 좌절하게 되었고 그 쓰디쓴 결말이 이후 조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 혼란의 시기를 지금 시대와 겹쳐보기도 하고.

 

항상 흥미를 갖게 하는 18세기 조선을 여러 방식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저자가 발표한 책 중 가장 학술적인 모양새이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읽기를 원하는 사람은 다른 책을 먼저 읽은 다음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는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봤던 사람이라면 반복되는 논의가 꽤 있어 읽기 전 전체 내용을 살펴본 다음 읽기를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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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일각 신장판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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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B%A9%94%EC%A2%85%EC%9D%BC%EA%B0%81

 

 

 

““재수생 고다이 유사쿠가 사는 하숙집 일각관에 젊은 미망인 관리인 오토나시 쿄코가 새로 부임하면서 시작되는데, 둘 다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도 고다이는 우유부단하고, 쿄코는 새침떼기라 서로 진척이 안 된다는 이야기.”

 

 

 

 

 

란마 1/2’이나 이누야사혹은 시끌별 녀석들(우르세이 야츠라)’ 등으로 널리 알려진 타카하시 루미코의 첫 (프로 등단) 작품인 메종일각은 총 15권으로 완결됐고 국내에서는 도레미 하우스로 정식 발행되었었다. 정식이지만 여러 문제점(번역과 그림 번짐 및 기타 등등) 때문에 메종일각으로 재발행(2019)이 된 우여곡절이 있는 만화-코믹스다.

 

팬들에게 타카하시 루미코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고 일본 만화계 러브 코미디 장르의 전설적인 작품이자 조상이라는 말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둘의 사랑이 맺어지는 마지막 진행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의 말에 허풍도 적당해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충분히 그랬겠네...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미안하다. 그땐 몰랐다.

 

러브 코미디 장르는 기껏해야 오렌지 로드정도만 봤을 뿐이라(이걸 보기 전에는 그게 최고라 생각했다. 이젠 메종일각이 당연히 으뜸이다) 뭐라 말할 자격 없지만 이보다 잘 짜인 구성에 단순히 밀고 당기기가 아닌 서로의 상황이 계속해서 진전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훌륭한 완성도였다.

 

등장인물들의 만화적으로 과장된 기행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일상 묘사로 현실감을 잃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모두 평범한 중하류층 서민이고, 초능력이나 기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도 없으며 주인공의 구애 대상이 되는 여주인공조차 완벽한 여성이 아닌 연상의 미망인이라는 점도 그 당시나 지금으로서나 특이한 구석 많아 계속해서 흥미를 끌게 만든다.

 

고다이와 쿄코의 미묘한 로맨스 속에서 벌어지는 엇갈림과 오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줄다리기식 밀고 당기기가 스토리의 뼈대우유부단하고 별 볼 일 없는 남자가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에게 반하고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얻어낸다는 흔한 설정을,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정표현, 개성 있는 조연들,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요리한 걸작. 조연일지라도 버려지는 캐릭터가 없고 모든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살아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단순한 러브 코미디가 아닌 행복해질 자격도 없다는 생각에 웃음을 잃어버린여성이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고 무관심한 예의상 호의 입장상의 불편함 점점 신경 쓰이다가 어느새 푹 빠졌으나 재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으로 바뀌는 쿄코의 심정이나, 그냥 저 여자 이쁘다 하는 철없는 연심 점점 진중하게 사랑하기 시작 사랑의 결실에 필요한 가장의 책임감과 능력에 대한 좌절 노력 극복의 과정을 하나씩 밟으면서 새로운 삶을 향하고 있고 그동안의 우유부단함을 떨치는 모습을 보이며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과정이 (작위적이라고 말할지라도) 너무 인상적이라 이보다 더 완결성 있는 러브 코미디는 없다는 단언이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런 점과 함께 조금은 색다른 점을 꼽으라면 이 만화-코믹스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처지는 무척 곤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인해 좌절하기 보다는 낙관적인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말해야 할 것 같다. 남 주인공 고다이는 재수생과 취업준비생인 처지고 그와 이웃인 사람들은 특별한 직업 없(어 보이)거나 술집에서 일하는 상태고 남편이 실직인(혹은 본인은 알콜 중독자거나) 상황이다. 고다이의 아르바이트 생활 또한 보육원이거나 캬바레(로 돌려서 말하지만 좀 더 쎈)를 전전한다. 하지만 반대로 고다이의 경쟁자거나 혹은 그가 속한 세계(하숙집에서 생활하지 않는)에서 벗어난 이들은 대부분 풍족한 혹은 평범한 삶인 이들로 대비되고 있어 어쩌다 이런 대비를 만든 것인지 궁금함을 느끼게 된다. 무의식 속에서 일본의 1980년대 경제성장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주목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런 식으로 본다면 메종일각을 좀 더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볼 여지도 있을 것 같다.

 

15권이 지루하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마지막 1415권에서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그 앞선 온갖 사연들이 모두 이걸 위해서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에 참 잘 만들었다고 말하게 된다. 너무 뒤늦었지만 결국 봤다.

 

 

 

 

참고 : ‘오렌지 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와 메종일각의 오토나시 쿄코는 누구나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으나... 당연히 현실에서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꿈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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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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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 사이코는 다른 히치콕에 관한 책들과는 달리 히치콕 영화에 대해서 두루 살펴보는 것이 아닌 그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는(물론 평가에 따라 졸작으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영화 사이코가 어떤 과정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한 영화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세세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잘 살펴보고 있어 히치콕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영화라는 것이 어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매력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시 큰 인기와 명성을 누리던 히치콕조차도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사이코를 만들어낸 것을 생각한다면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별의별 사연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책은 히치콕에 대한 존경과 사이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고 그때 사이코를 만드는 것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마치 히치콕 곁에서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기분까지 들게 해준다.

 

사이코가 히치콕의 영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공개 이후 어떤 평가와 그 당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났는지까지 사이코에 관한 A 부터 Z 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하나를 더한다면 영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별의별 고난을 겪게 되는지도 잘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두터웠던 패트릭 맥길리건의 히치콕도 훌륭했고 당연히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또한 감탄했지만 이것 또한 히치콕에 관한 무척 진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히치콕 영화뿐 아니라 영화 제작의 숨겨진 세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며 사이코에 출연했던 앤서니 퍼킨스의 찬사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히치콕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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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탄생 - 100년 전 학교의 풍경으로 본 근대의 일상
이승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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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어떤 내용으로 채워졌는지 예상할 수 있었고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이 책은 100년 전(조선 말) 어떤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과정을 어떤 식으로 겪었는지를 두루 훑어보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학교를 두고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조선이 몰락하고 앞으로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서 어떤 혼란-변화가 있었고 그걸 받아들이려 하거나 물리치려는 상황 속에서 근대가 어떻게 (강제로 혹은 적극적으로) 이식되었는지 살펴본다.

 

재미 있게 읽혀지기 보다는 씁쓸하거나 서글픈 기분으로 읽혀지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라 그럭 저럭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었다.

 

당시의 각종 신문과 잡지, 문서들을 통해서 근대의 모습, 학교의 탄생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일 것이고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과 반대로 그걸 즐기는 모습들을 지금 본다면 우스꽝스러울 뿐이지만 무얼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갈팡질팡했던 그 당시의 당혹과 절망을 떠올리면 뭐든 괴롭기만 했을 것 같다. 물론, 한없이 즐겁기만 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모든 것이 재편성되는 혼돈의 시대를 알기 쉽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고 일반인의 삶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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