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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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27616

 

 

 

 

어쩌다 저런 제목으로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왜 저렇게 했는지 대충 납득가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제목만 어떻게 했다면 더 관심이 가는 책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되는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조선을 바라보고 있다. 풍속사 혹은 민중사라 할 수 있는 위로부터의 조선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조선을 살펴보고 있는 무척 인상적인 시도를 해내고 있다.

 

지배 중심의 역사에 의해 잊혀져 온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되살려내고 있다. 지은이는 <조선왕조실록><백범일지>는 물론, 개인 문집까지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여 소위 말하는 '뒷골목 비주류 인생'들의 삶에 주목한다. 탕자, 왈자, 도박꾼, 술집부터 뒷골목의 의사와 도둑, 기생 등 그 범위도 다양하다.”

 

좀 더 그 당시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지난 500여년 간 우리네 삶의 모습이 지금과 별다르지 않음을, 당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찾아낼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는지, 그게 아니면 전체적인 논의를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다루기가 어려웠는지 조각들로 이뤄진 내용으로 되어 있어 이걸 좀 더 큰 틀에서 살펴본다면 어떤 결과물이 되었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또한 겸손하게 대수롭지 않은 시도처럼 말하지만 어딘지 애석해하는 느낌도 들어 앞으로도 이런 식의 관점을 더 파고든다면 좋을 것 같다.

 

기존의 조선에 관한 연구와는 약간은 다른,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논의가 많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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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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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식을 통해서 알게 된 저자지만 책을 통해서 접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지난 10여 년 진료실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이론적, 의료적 입장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정신적인 괴로움-고통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아주 새롭다 할 순 없어도 글을 통해서 어떤 진심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갑작스레 벌어진 고통을 앞에 두고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 사회적 아픔이 고여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곳에서 그는 환자와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직접 만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의학적 관점이 필요했고, 전과 다른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저자는 적정심리학이라 이름을 붙인 적정기술에서 따온 표현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꽤 요긴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더 쉽게 말해서는 공감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고.

 

사랑받고 인정받길 원하는 마음은 사람의 본능이기에,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더라도 자기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감과 집중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방전되고 아플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모든 사람에게는 진정으로 공감받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로 설명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에게 무조건 긍정하는 것, 금세 감정이 동화되도록 타고나는 것,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을 깨며, 정확하게 도움 되는 공감이 향해야 할 6가지 과녁을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공감의 과정에서 대상의 마음에 앞서 자신의 상처를 만나면 자기 보호가 우선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을 용감하게 넘어설 때, 나와 너가 모두 공감받는 홀가분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생각처럼, 의욕처럼 공감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걸 해낼 수 있도록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본인의 경험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걸 읽는다고 그동안 없던 공감 능력이 무럭무럭 생겨나진 않겠지만 최소한 그럴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태도와 생각의 변화라도 그게 어딘가?

 

숨 막히도록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혹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먹게 해준다. 아마도 저자는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쓰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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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적 보편주의 - 권력의 레토릭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김재오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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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두꺼운 책 보다는 얇은 책을 찾게 되고 (순저히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이유로) 그래서인지 많은 시간 책장에 ()버려두었던 이 책을 꺼내 읽게 됐다. “대중강연을 단행본 형식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읽기 어렵지 않았고(그렇다고 쉽다는 뜻은 아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때로는 이런 식으로 강연록을 읽은 다음 주저를 읽는 게 도움 될 때가 있다. 월러스틴처럼 폭넓은 논의를 한 사람의 경우는 특히 더.

 

우리가 전지구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가치라고 믿는 것들이 실제로 전지구적인가에 대해 묻는다.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쉽고 편하다.

보편적이라고 인식되는 가치나 윤리 역시 역사화해 사고하여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 진정한 보편주의를 견인할 것을 주문한다. 국제사회의 약소국에 대한 개입 정당화,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경계, 이행의 시대를 통과하는 지식인의 역할 등 21세기 지구화시대의 화두에 대한 진지하고 통쾌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여러 방식으로 논의해왔던 것들을 강연의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보편성의 허위와 위선 그리고 권력, 지배이데올로기, 세계체제, 지식인이라는 존재 등등 어디선가 저자가 언급했고 다뤘었던 내용을 축약해서 설명해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핵심적인 점만 강조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초 제국주의시대에도 제국 팽창의 명분이 문명의 빛을 세상에 비춘다는 계몽주의의 확산이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성’ ‘자유’ ‘인권등의 보편주의 담론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특수한 정치성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담론이 적어도 16세기 이후로 근대세계체제의 역사 내내 강자들의 기본적인 레토릭을 구성해왔으며, 결국에는 편파적이고 왜곡될 수밖에 없는 유럽적 보편주의’(european universalism)일 뿐임을 강조한다.

자연법에 기초하고 기독교의 세례를 받아 문명화된 서구가 타자에 대해 우월하다는 인식에 입각한 유럽적 보편주의는 결국 현실세계에서 타자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착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보편주의의 정치성을 낱낱이 밝혀내면서 그가 보편적 보편주의’(universal universalism)라 일컫는 진정한 보편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옳다고 믿어온 정당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지, 그리고 진정으로 집단적이고 따라서 진정으로 전지구적인 보편주의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더불어 월러스틴은 유럽적 보편주의와 보편적 보편주의의 싸움을 현세계의 핵심적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가 향후 세계체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임을 역설한다.”

 

아마 저자 본인도 자신이 내놓는 대안에 대해서 조금은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순 있어도 제안과 해법에는 막연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시하는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그런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지 뚜렷한 방법이 떠올리지 않을 뿐이지.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지배층이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평등한 체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강자의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넘어서 인간성의 새로운 윤리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보편주의를 둘러싼 앞으로 다가올 20년에서 50년 사이의 싸움은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사이의 결정적인 헤게모니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식인은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며 동시에 분명한 윤리적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방향을 타진하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물론 지식인이 이런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강자들로부터의 압력을 견디는 일이며 초조하게 변화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답답하게만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월러스틴은 이행은 언제나 어려운 과정이며 적확한 분석만이 미래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적 보편주의의 시기를 지나 보편적 보편주의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며 역사적 분석의 깃발을 놓지 말자는 그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더 시대의 요청으로서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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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의 조건 민음사 철학 에세이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유정완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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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던 때, 포스트모던은 어떤 것에 대해 얘기하더라도 관련되던 따끈따끈한 주제였다. 그걸 어떻게 생각하든 누구의 입장을 공부하든 상관없이 무슨 논의를 하더라도 포스트모던과 항상 연결되었다. 이제는 시들해진 것 같고 리오타르나 보드리야르와 같은 사람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을 정도가 된 것 같지만... 그때는 그랬다.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던 중 포스트모던의 조건이 눈에 들어왔고 항상 이 책을 끼고 다니던 후배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생각나 읽어보게 됐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 세계관, 가치, 사회 이론의 핵심적 관심 사항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문헌 중 하나이다. ‘사회의 컴퓨터화로 인한 서양 지식의 지위에 관한 이 보고서는 거대 서사로 점철된, 그러나 이제는 변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한반도 지성사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첨단 유행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느껴졌던 포스트모던이고 그 포스트모던에 관한 일종의 선언처럼 혹은 정의처럼 다뤄지는 책() 중 대표작으로 꼽히지만 이 책이 발표된 시기가 1979년이라는 것을 떠올리면서 읽는다면 조금은 달리 읽혀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핵심적 관심 사항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서 냉정함과 들뜬 기분이 오가며 상황을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식으로 읽혀져서인지 일종의 시대적 현안이나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앞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예상과 예언을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너무 제멋대로 읽은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이고 과거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 점들을 찾아볼 수 있을지를 예리하게 따져보려는 의도에서 쓴 글이라는 생각으로 읽어본다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총체성에 대한 부정이나 거대 서사에 대한 회의라는 거창한 기조에서 읽어봐도 괜찮겠지만 “‘사회의 컴퓨터화로 인한 서양 지식의 지위에 관한변화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를 심도 있게 파고들려고 하는 시도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흥미를 느끼며 읽혀지는 부분도 꽤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 읽었다면 더 진지하게 그리고 답답한 기분으로 읽어봤겠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읽으니 꽤 흥미로운 논의가 많이 있었네... 라는 생각만 들게 된다. 이해가 잘 안 되거나 모르는 내용은 쉽게 건너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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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
오수향 지음 / 페이퍼버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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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인간)관계론에 관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는 제목부터 무척 눈길을 모으게 된다. 그리고 제목이 거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고.

 

“‘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누군가에게 다가서는 법을, 거리를 갖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일종의 조언이고 충고를 해주고 있고. 달리 말한다면 타인을 존중하는 법과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는 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규칙만 지켜진다면 수많은 불필요한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생활방식과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반대로 나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존중하는 것, 이것이 관계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쉽게 선을 넘는다. 명절마다 빠지지 않는 잔소리들, 시도 때도 없이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직장 동료, 본인 이야기하느라 바빠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친구들. 가족, 직장, 친구로 둘러싸인 인간관계 속에서 어디를 가도 나를 침범하고 상처 입히는 말들이 흘러넘친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도, 마음 한구석에 자그맣게 자리 잡은 생채기는 도통 나을 생각이 없다.

밤마다 문득 그때 그 말이 떠올라 상처가 덧나고,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딱지 앉은 상처에 핏방울이 맺힌다. 도대체 말로 다친 마음은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마음에 상처 입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을 방법이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에 담겨 있다.”

 

읽다보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만한 얘기지만 생각해보면 그걸 알고 있음에도 잘 되지 않는 게 사람()이니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까워 선을 넘지도 않는 사람이 되는 법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며 다양한 사례 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내용이나 색다른 부분을 찾긴 어렵겠지만 술술 읽혀지는 내용 속에서 사람을 대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과 고쳐나가야 할 점들을 알게 되고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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