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꿈 정신분석 - 정신분석학총서 1
레온 래트먼 / 민음사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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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신분석이(특히 라깡을 중심으로) 큰 유행처럼 번지다가 지금은 좀 잠잠하게 되었지만 지속적으로 정신분석에 관한 서적들이 출판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분석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시선을 많이 갖고 있고 정신분석을 이론적으로만 받아들이거나 문화 혹은 사회를 분석하는 틀로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내 자신도 위의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이런 상황에서 임상 / 분석 사례 위주의 책인 레온 앨트먼의 ‘성 ․ 꿈 ․ 정신분석’ 이론 위주의 출판에서 이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그 내용물은 그 정도로 충실하지는 않지만.

 

간만에 정신분석에 관해서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해서 되도록 이론적이지 않은 책을 고르다가 선택한 책. 쉽게 읽으려고 했지만... 그다지 쉽지는 않은 책이다.

 

‘성 ․ 꿈 ․ 정신분석’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혹은 보다 깊이 있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저자와 역자가 모두 말하듯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정도는 읽어두었거나 꿈을 통해서 정신분석을 하는 과정과 그 이유를 이해하고 있어야 저자가 분석하는 의미가 정신분석으로서의 해석으로 다가오지 그렇지 않고 읽어나간다면 꿈 해몽과 별다를 바 없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조금은 성적인 이유로 몰아가는 이상한 책으로 비춰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약 점성술처럼 꿈 해몽으로서 정신분석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꼭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양한 임상 사례들 중에서 ‘꿈’을 중심으로 분석을 풀어내는 ‘성 ․ 꿈 ․ 정신분석’은 그동안 정신분석에서도 홀대를 받았던 ‘꿈’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오면서 기존의 프로이트의 분석에 비해 보다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분석 과정의 전후관계를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즉 프로이트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지 않고 환자들의 ‘꿈’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두서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꿈의 의미를 저자의 분석에 의존해서 이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성 ․ 꿈 ․ 정신분석’의 매력은 그동안 자주 다뤄지지 않고 있었던 ‘꿈’을 전면에 끌어올리고 다양한 분석을 보여주며 꿈과 무의식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드와 자아 그리고 초자아의 일종의 합의에 의한 결과물로서 다뤄지는 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지와 그 변수들 속에서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정신분석이라는 것이 단순히 이론적으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그러한 환자들을 겪으며 이론과 분석기법이 발전한 것이라는 것을 확연하게 말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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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 - 의적의 역사
에릭 홉스봄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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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봄의 ‘밴디트 - 의적의 역사’는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어떻게 다뤄질지 논쟁적인 부분이 많은) ‘산적’과 ‘의적’(물론 둘의 구분은 모호하다)에 대해서 역사적 사회적 의미에서 풀어낸 작품이다.

 

그의 중요 저작(혁명 / 자본 / 제국 / 극단의 시대)에 비해서는 대작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편하게 읽어낼 수 있겠지만 홉스봄 본인으로서는 많은 애착이 있는 저작인지 새롭게 많은 내용이 추가되고 비판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서 해명과 보완을 하기도 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당시 사회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서 풀어내는 ‘산적 / 의적’에 대해서 홉스봄은 자본주의로 변화되는 시대적 맥락과 함께 그들의 의미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단순한 범법자들로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결과물로서 다뤄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들이었지만 그들을 통해서 일반인들이 느끼고 있었던 열망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풀어내며 지금 대중들이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며 해소하는 심정과 그들을 바라보던 당시의 사람들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다른 방식으로도 풀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분석들을 제시하기 때문에 단순히 ‘산적 / 의적’에 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것을 통해서 이 심연과 이면에 있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의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기도 하고,

반론을 제시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역시 홉스봄! 이라며 감탄하게 만든다.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정의 없이 살아갈 수 있겠지만, 희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문장이 유독 기억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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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엠
앙리 뮈르제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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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오페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명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무식한게 자랑이 아니고,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도 자랑이 아니기 때문에 오페라와 연극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가 라보엠을 읽는 다는 것은 썩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오페라 라보엠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는 힘들 것 같다.

오페라 라보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은 읽어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것을 떠나서도 소설 라보엠은 꽤 흥미로운 작품이다.

최근에 자유분방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도 자주 쓰이는 ‘보헤미안’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갖고 있었는지 가장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원제가 ‘보헤미안의 생활정경’인 이유는 심심해서 그렇게 지은 것이 아니다).

 

지금은 멋스럽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처럼 다가오는 보헤미안들이 원래를 얼마나 (보는 이에 따라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고 별것도 아닌 것들이 젠체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책에서 보여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네명의 주요 캐릭터를 통해서 보헤미안의 삶과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로 꾸민 이 작품은 단편들로 이어졌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으며 (그다지 비극적인 느낌은 들지 않지만) 로돌프와 미미와의 슬픈 사랑도 작품의 말미를 장식하며 시종일관 유쾌하며 서글픔이 감도는 그들의 삶에 보다 다채로운 색채를 가미하게 만든다.

 

최근에 와서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는 보헤미안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오페라 라보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으며 사랑과 삶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자유분방한 삶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그런 작품으로 다가오지만.

그래도 간간히 삶과 사랑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은 잊을 수 없게 만든다.

 

참고 : 그럼에도 한국에서 자기가 보헤미안이라고 생각하면서 까불거리는 것들을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기분은 여전하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인간들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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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3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정보라 옮김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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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정도만 읽어봤기 때문에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 지식이 없이 읽게 되어서 제대로 작품을 파악하지는 못한 것 같다.

게다가 책을 읽기 전에 예상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책에 적혀있는 ‘러시아의 조지 오웰’이라는 말은 최대한 무시하고 작품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은 의욕을 잃고 읽게 되었다.


광고 문구는 그저 광고 문구이기 때문에 조지 오웰이라던지 디스토피아와 같은 단어에 눈길이 끌려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스탈린 시대의 소련 사회가 어떠했는지,

점점 더 폐쇄적이고 경직되어가는 사회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플라토노프의 책은 소중한 선물이자 자료가 될 것 같다.


사실주의... 라고 말하기에는 덜 건조하고 작품 전체에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갖게 만들고 있기에 역자 해설에서 번역을 하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내용이 이해가 가게 되었고 번역자의 힘겨운 노력은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탈린 시대의 소련 사회에 대해서 특별히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당시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이며 중요 배경이기도 한 (작업현장을 말하는) 구덩이가 어떻게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이상을 말해주고 있고, 작품이 진행되면서 그 이상이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를 느낄 수 있으며 마지막에 자신들의 이상을 그곳 깊은 곳에 묻으며 그들의 이상과 좌절 그리고 실제 소련 사회의 이상과 좌절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플라토노프는 사회와 자신의 작품을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있으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작품을 읽는 도중 그 긴장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문학이 사회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게 될 때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우울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읽은 나로서는 당황스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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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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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사티리콘’과 페트로니우스에 대해서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단순히 책 표지가 마음에 들고 어쩐지 갖고 싶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구입하게 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소설이나 풍자와 해악의 원형으로 불리는 책이라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순히 겉보기에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기는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꽤 쓸만한 책을 구입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책을 출판할 때 미적인 감각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일까?

 

작품은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구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른다. 소실된 부분이 많은데, 오래된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작품이 갖고 있는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 그리고 성적인 내용 덕분에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엔콜피우스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경험하며 그들의 모습을 가식 없이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 페트로니우스는 모든 이들을 조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불쾌함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의 글의 뛰어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조롱하고,

성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성에 대한 개방성이 지금보다 더 크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품 주인공이 우선 양성애자이기도 하고(초반 부분에는 동성애 동료도 있었다), 그가 성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은 지금보아도 꽤 흥미롭다고 말하게 만든다.

현대 작가들 중에서도 몇이나 양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을까?

 

그는 조롱을 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얼굴로 삶에 대해서 바라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증오하던 이의 죽음을 경험하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말을 건네기도 하면서 그의 작품은 웃고 떠들기만 하는 작품이 아닌 삶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주고 있다.

 

조롱과 풍자

냉소와 비판

그러면서도 삶에 대해서 별 수 있냐는 듯한 씁쓸한 시각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시선이다.

 

역사로서의 로마가 아닌 삶으로서의 로마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선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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