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
브루스 핑크 지음, 맹정현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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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핑크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게 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저작을 꼽으라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을 선택하게 될 것 같고, 이 선택이 앞으로도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영미권에서 발표한 라캉과 관련된 연구물들 가장 탁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은 발표와 함께 그리고 발표된 이후로 라캉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치면 안 될 내용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번역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말 무렵 읽기는 했었지만 당시에는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리고 라캉에 대해서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부족하기만 했기-거의 없었기 때문에 읽으며 흥미로웠음에도 이해되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정신분석-임상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보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라캉의 복잡하기만 한 논의를 최대한 명료하게 정리를 해주어 정신분석-임상과 라캉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의 최근작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과 내용에서 일정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라깡 정신분석 테크닉’은 말 그대로 분석자가 분석주체-피분석자와의 분석 과정에서 어떠한 점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관심-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 과정 중에서 생겨나는 어려움-걸림돌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와 벽에 부딪쳤을 때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지를 분석자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면, ‘라캉과 정신의학 - 라캉 이론과 임상 분석’에서는 분석 과정과 함께 그 분석 과정을 통해서 도출되는 피분석자-분석주체의 증상-진단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각각의 증상을 판단해야 하고 그 증상의 구조-구성과 차이가 어떠한지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명료하게 다루고 있다.

 

라캉주의자인 저자는 신경증, 정신병, 도착증으로 증상을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그 증상들의 특징과 함께 어떻게 구성되고 구조화 되어 있는지를 대표적인 특징들을 통해서 다루고 있으며, 그렇게 각각의 증상을 다루면서 쉽게 익숙하게 되지 않는 라캉의 여러 용어들(누빔점, 상상계, 상징계, 실재, 주이상스 등)을 곁들여 설명하며 다루고 있고, 각각의 증상들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좀 더 이해하기가 쉽도록 내용을 구성-진행시키고 있다.

 

400페이지가 조금 안 되는 분량에 라캉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 사례와 연결시켜 좀 더 라캉의 논의를 이론적으로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실제 정신분석-임상과정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라캉을 이해-접근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신분석-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읽어야 할 책 중 하나일 것 같고, 누구나 내용의 탁월함을 인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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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면혼나 2012-05-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잘쓰시는거같아요 글쓰는법좀알려주세요ㅠㅠ

배군 2012-05-16 21:54   좋아요 0 | URL
딱히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꾸준히 메모하고 글로 정리해보고... 그런 방법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좋은 답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자유주의의 역사
노명식 지음 / 책과함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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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역사(과거 ’자유주의의 원리와 역사‘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었다. 이번은 재출판된 것이다)’의 저자인 노명식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을 통해서 알게 된 역사학자이고, 뒤늦게 알게 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원로 / 1세대’ 서양사학자로서 큰 명성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은 명성은 최근에야 알게 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이 워낙 만족스러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우연히 그의 다른 저서를 발견해서 구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자유주의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 보다는 그저 ’프랑스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1789 - 1871‘처럼 좋은 내용의 책일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저자인 노명식은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의 논의들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더함으로써 단순히 복잡한 논의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입장과 시각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입장과 관점-시각이라는 것이 편향되거나 한쪽으로 기울기 보다는 ‘균형 잡힌-모범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누구나가 관심을 갖고 그의 글들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유주의의 역사’에서도 그의 관심과 글쓰기의 특징을 잘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역사-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해서 기형적으로 이해되고 해석되는 자유주의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는 ‘자유주의의 역사’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가 어떤 이해와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 추구함이 어떻게 역사적 흐름 속에서 그리고 차이로 인해서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서 저자는 우선 어째서 자유주의를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이유 중 한국의 경우 (앞서 말한) 역사-상황적 특수성 때문에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도 인식도 극히 허약하고, 앞으로의 사회 발전을 위해서 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유주의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당위성을 논의한 다음 저자는 자유주의에 대한 자신이 내린 정의와 함께 그 철학적 기반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가치로서 ‘개인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략적으로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학자들의 입장들의 변화와 차이들은 검토하면서 자유주의와 관련된 가치를 논의하며 자유주의가 어떠한 입장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그리고 어떤 기본적인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이후의 내용은 자유주의가 어떻게 출현하고 발전하였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에 따른 해석과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입장에 따라 당시에 맞물려서 대두된 경제적 변화와 종교 개혁과 연관되어 자유주의에 대한 관심과 옹호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확장되었다고 진단한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어떻게 자유주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검토하고 있고, 정치적-개인적인 의미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쉽게 논의하고 있지만, 초기 자유주의가 갖고 있던 경제-재산에 대한 모호-모순된 시각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검토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기 자유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네덜란드-영국의 자유주의에 대한 검토가 있은 후, 자유주의가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8세기 프랑스의 자유주의에 대해서 논의하며 좀 더 풍부한 시각을 제공하게 되는 과정과 함께 미국의 독립혁명-프랑스 혁명으로 인해서 자유주의가 새로운 시대의 (주류)관점으로 대체-교체되었다고 결론 내린다.

자유주의의 ‘승리’ 이후 자유주의를 두 개의 흐름(보수적 / 진보적)으로 분리하여 그 변화를 정리하고 있고,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입장에 대한 간단한 검토 후 최근까지의 자유주의의 거대한 흐름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흐름들(도크빌, 존 스튜어트 밀, 케인스, 1차 및 2차 세계대전, 매카시즘, 전체주의, 냉전, 존 롤스,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을 두루 살피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자유주의의 여러 관점과 입장들을 간단하게나마 검토하며 저자가 생각하는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와 어떤 자유주의로서의 가치와 입장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유주의라는 것이 쉽게 생각하면 꽤나 아무렇지 않게 논의가 가능한 것 같이 생각되지만 생각만큼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과 흐름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고 정리하고 있는, 거기에 자신만의 입장까지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었다.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이해되지만,

분명 쉽게만 채울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도 누구나 어렵게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좋은 내용과 좋은 시각으로 내용을 채우고 있다.

지나치게 모범적인 시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너무 야박한 평가일 것 같다.

한국처럼 자유주의를 말로만 떠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주의의 역사’를 통해서 제대로-최소한 자유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고서 자유주의를 말해야 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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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죽었다 한마당 글집 3
에버레트 라이머 지음, 김석원 옮김 / 한마당 / 198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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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제목이기만 하고 내용물은 부실하게만 느껴지는 제목을 달고 있는 에버레트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는 그런 오해를 갖고 읽지만 않는다면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학교-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짧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저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 이다.

 

이미 절판이 된지가 오래 되어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학교-교육제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될 때 가장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기초적인 이해를 갖을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 같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기본적으로 그리고 제목처럼 현재의 학교-교육제도에 대해서 극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현재의 제도는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게 만들지 않고 있고 계급구조를 공고화 시키며 재생산 하게 만들고 있고, 사회적 ‘거세-길들임’만 이뤄지고 있는 공간-제도일 뿐이라는 결론내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관계와 지배-예속/종속 관계를 재생산-고정화-공고화 시키고 있을 뿐이며, 학교-교육기관 및 제도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인간은 어떠한 잠재성-가능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닌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사람이 되도록 즉, 하나의 규격화된 상품처럼 생산되도록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과 결론은 아마도 에버레트 라이머만이 내린-내릴 수 있는 분석-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에버레트 라이머의 분석-결론이 갖고 있는 특성은 단순히 단호한 분석과 결과만이 아닌 분석-결론에 대한 대안-제안의 제시가 갖고 있는 전복적-혁명적 성격에 있을 것 같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앞에서의 결론을 통해서 학교-교육제도 및 기관을 해체하고 개선이 되도록 주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결론을 마무리 짓고 있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전개하고 있고, 체제 전복-혁명을 통해 다시금 교육이 교육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무리를 짓고 있다.

 

에버레트 라이머는 우선 책을 출판한 1970년대 당시 교육-학교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거부하는 움직임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그 논의의 핵심은 결국 학교-교육제도가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현재의 구조-관계를 재생산-반복하게 만들고만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거부반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분석과 함께 현대 사회의 학교-교육 기관과 제도는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논의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어떠한 체계로 되어 있는지 설명하며 과거-고대 학교-교육제도와 기관이 어떤 과정 속에서 과거에 생겨나고 지속되어 지금의 학교-교육제도와 기관이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결국, 현대 사회의 학교-교육제도 및 기관은 인간을 위한 제도 및 기관이 아닌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제도 및 기관이 되어버렸으며, 거기에 종속되어버려 모든 관계와 구조가 재생산 되고 있을 뿐이며, 특권층은 자신들의 특권을 더욱 더 공고화 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진단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도가 다시금 민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교육-학교제도 및 기관이 공익적 성향을 더해야 할 것이고, 거대하게만 되어버린 교육-학교 조직-인력-재정이 그 취지에 맞게 재조직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해서 사회비판-체제비판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기 때문에 읽는 이에 따라서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진행으로 느껴질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생각해 본다면 결국 교육이라는 것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집약시키고 있고, 그것을 전달-길들임의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극히 정확한 분석과 결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결론과 대안-제안으로 내용이 구분되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담기에는 조금은 적은 분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단호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고, 모호하지 않고 정확-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해가 쉽도록 하고 있다.

 

아마도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학교는 죽었다’ 정도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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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의 주체 - 언어와 향유 사이에서
브루스 핑크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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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의 주체’는 브루스 핑크가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영어권 라캉 연구자들 중 가장 탁월한 시각을 가진 라캉 연구자로서의 자리를 잡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며, 그의 저서 대부분이 라캉-정신분석 및 임상과 관련된 내용들인데 그런 임상과 관련되지 않은 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저서로도 많이 알려졌다.

 

출판이 된지가 좀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어권에서 출판된 라캉과 관련된 연구서들 중 가장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번역되기를 꽤 기다렸고 번역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장 구입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어렵게 읽게 될 것을 알았다면 그렇게 기다릴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번역자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내용인 것처럼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루스 핑크의 저작들 중 가장 난해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런 난해함 또는 산만함은 어쩔 수 없게 느껴지게 되는 느낌일 것 같기도 한데, 그 이유는 브루스 핑크 본인이 언급했듯이 하나의 책으로 출판할 생각으로 집필한 것이 아니라 여러 방식을 통해서 발표한 글들을 라캉의 논의-이론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주체라는 주제에 맞춰서 내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캉의 주체’는 제목 그대로 라캉의 정신분석 논의를 통해서 주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주체’라는 한정된 주제를 놓고서도 라캉의 논의는 매우 복잡하고 자신의 생각을 일관성 있게 이끌기 보다는 산발적으로 혹은 다각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브루스 핑크는 최대한 간략-요약을 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라캉이 생각하는 주체는 ‘분열된 주체’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정의일 것이고, 브루스 핑크 또한 분열된 주체로서 주체를 이해하고 있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라캉이 다양한 방식(에크리 및 수많은 세미나)으로 논의했던 주체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정리가 가능한 방식으로 논의들을 정리해내고 있다.

 

정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라캉의 논의가 갖고 있는 이해불가능(다양함과 난해함 그리고 복잡함) 덕분에 라캉의 논의를 통해서 바라보는 주체에 대한 이해 또한 쉽게 정리가 가능하지 않기도 한 것 같다. 우선 라캉 본인부터 일관된 접근을 하고 있지 않고 있고, 브루스 핑크의 정리 또한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고 여러 방식으로 발표한 글들을 정리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무슨 논의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느껴지기가 쉬울 것 같다.

 

브루스 핑크는 우선 라캉의 논의에서 갖고 있는 그리고 주체에게 있어서 ‘언어’가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그 무의식에서의 ‘언어’의 특징과 어떠한 방식으로 구조화에 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라캉의 논의들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지는 욕망, 무의식, 언어, 상상계, 상징계, 실재, 타자, 대상 a 등으로 인해서 주체는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구성되어 있으며, 아버지-어머니-나라는 관계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무의식은 구성 및 구조화 되고 '나‘라는 존재가 존재하게 되(어가)는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렇게 주체에 대한 논의와 함께 주체를 논의하게 되면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타자에 대해서도 그리고 담화-말하기-대화와 욕망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마지막에서는 정신분석 자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브루스 핑크는 라캉을 접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라캉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라캉을 어떻게 하면 보다 이해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에 대한 결과물처럼 라캉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접근이 가능하도록 애쓰고 있다. 정작 라캉 본인은 자신의 논의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벽을 쌓고만 있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논의에 충실하려고 하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라캉을 접할 수 있도록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는 브루스 핑크의 모습이 딱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캉의 논의의 대부분이 이해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그의 노력에 비해서는 여전히 아쉽게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나마 그라도 없었으면 라캉은 더욱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라캉의 ‘주체는 분열된 주체다’라는 기본 입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주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한지에 대한 브루스 핑크 본인의 이해에 따른 결론과 정의들을 토대로 라캉이 생각했다고 생각되는 주체에 대한 정의를 접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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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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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는 제목은 자주 들어보았지만 딱히 읽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아마도 그저 무관심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함께 감옥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은 글들 중 가장 탁월한 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야생초 편지’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분위기-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감옥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기억을 더듬고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감옥에서 야생초를 키워가게 되면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기는 동일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서 키워지기 보다는 스스로 자라나는 야생초들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는 또다른 깨달음과 감동을 얻게 될 것 같다.

 

동생에게 쓴 편지들을 모은 내용이기 때문에 살갑게 읽혀지기도 하고, 어쩐지 누군가에게 쓰인 편지를 엿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게 되는데, 담겨진 내용에서는 개인적인 관심을 편하게-장난스럽게 얘기해주고 있으면서도 그 개인적인 관심이 단순한 개인적인 관심으로만 다뤄지기에는 무척이나 의미 깊은 생각들이기 때문에 쉽게 읽어가면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오해나 필요 없는 욕심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편지들의 내용은 감옥에서의 생활과 야생초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간간히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와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한 내용들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혀지다가도 잠시 빠르게 읽혀지는 속도가 멈춰지고 저자가 말하는 삶에 대한 태도와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공경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들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 감옥에서 출소한 후 유럽에서의 유학을 통해서 얻게 된 자신의 생태-자연주의 입장에 대한 강연 내용을 수록하여, 감옥 생활-야생초 재배를 통해서 갖게 된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 좀 더 이론적 / 실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단순히 감옥에서의 생활을 달래주기 위한 야생초 재배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어떻게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고,

어떤 삶의 태도를 갖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담겨져 있는 내용이었다.

무척이나 의미 있는 내용들이면서도 편안하게 그런 생각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접하게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지하게 무언가를 말하기 보다는 옆에서 웃음을 던지며 깨달음을 안겨주고 있다.

쉽게 보이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능력이다.

 

 

 

 

 

참고 : 야생초 편지 덕분인지 그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던 풀들과 꽃들을 조금은 달리 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키우거나 어쩌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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